최근 비만이 단순한 체형 관리 문제가 아닌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과 직결된 만성질환으로 인식되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기업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도 효능과 복약 편의성을 강화한 혁신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67억 달러에서 연평균 48.4% 성장해 2028년에는 4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비만치료제는 GLP-1 계열의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젭바운드)’다. 비만치료제의 주요 목적은 식욕 조절과 지방 흡수 억제를 통해 체지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수명 연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비만치료제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건강관리와 수명 연장이라는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참고로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혈당 조절, 염증 완화, 심혈관 위험 감소 등 대사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비만치료제는 단순한 체형 변화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삶의 질 향상과 노화 속도 완화로 이어져, 예방의학과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헬스케어 산업에서 비만치료제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Saxenda)가 비만치료제 시장의 활로를 개척한 이후, 같은 GLP-1 계열인 위고비(Wegovy)가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시장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가 감량 효과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결과를 보여주며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마운자로는 지난 8월 20~21일 국내에 공식 출시되어 독점적 위치를 점해온 위고비의 시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운자로와 위고비, 두 제품 간 경쟁은 가격과 효능 면에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2.5mg(4주분)의 공급가가 약 28만원으로 책정됐다.
동일 조건에서 기존 위고비의 국내 공급가는 약 37만2,000원이다. 이를 의식한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8월 14일, 용량별 차등가격제(용량에 따라 10~42%까지 인하) 도입을 발표하며 마운자로와 가격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만약 위고비가 최저 용량 가격에 최대 42%대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면, 최저 용량 공급가는 약 22만원으로 마운자로(2.5mg, 28만원)보다 낮아진다.
이처럼 마운자로가 한국 시장 첫 출발선에서 저용량 제품을 저가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자, 기존 독점 제품인 위고비도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결국 양사의 경쟁이 더 심화하면, 비만치료제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