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건 199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다. 그 시작은 1994년 첫 내한 공연을 펼친 <캣츠>였다. 당시 공연 장소였던 예술의전당에는 회전무대가 없어 일부 장면이 생략되었고, 기술적 문제로 라이브 밴드 대신 테이프 반주를 사용해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관객 20만 명을 동원했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레 미제라블> 등 해외 유명 작품이 국내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1990년대 들어 대학로를 중심으로 소극장 뮤지컬이 등장했다. 그중 1994년 막을 올린 <지하철 1호선>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 감독이 독일의 뮤지컬 <Linie 1>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각색한 <지하철 1호선>은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4,200회가 넘는 공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대학로 공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원작자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저작권료를 내지 않게 된 일화와 함께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김윤석 등 현재 영화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배우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5년에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큰 성공을 거두며 소극장 중심의 대학로 뮤지컬과 더불어 본격적인 대형 창작 뮤지컬 시장의 문을 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위키드>, <라이온 킹> 같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4년 <지킬앤하이드>의 성공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뮤지컬의 대중화와 상업화, 스타 시스템 확립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와 연기력을 겸비한 영화배우 조승우의 캐스팅은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는 뮤지컬 배우의 대중적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고, 티케팅 전쟁과 회전문 관람, 팬덤 문화 형성 등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2010년대에도 수많은 창작 뮤지컬이 제작되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광화문 연가>, <프랑켄슈타인>, <팬레터>, <마타하리>, <벤허>, <웃는 남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쏟아져 나왔고, 라이선스 뮤지컬과 균형을 이루며 꾸준히 성장했다.
또 이 시기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2010년대 초반 약 1,5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뮤지컬 시장은 후반에 4,000억원 이상으로 크게 성장했다. 오늘날 K-뮤지컬은 독창적 콘텐츠와 수준 높은 무대로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으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