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압박을 받던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력 감축으로 판관비를 줄여 영업 마진을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강세로 글로벌 기업들의 영업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세 완화, 달러 약세 기조가 나타나면서 인력 구조조정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감원이 모든 기업의 지속적인 마진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많은 직원을 해고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전체의 3% 수준인 1만 명을 해고한 뒤 올 1월 8000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메타의 경우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 1000명을 해고했다.
세일즈포스는 11월에 1090명, 1월에 8000명을 감원했다. 시스코 역시 직원의 5%에 해당하는 4100명을 잘랐고 펠로톤과 카바나도 4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정리해고로 이들 기업의 4분기 판관비는 전 분기 대비 대부분 감소하겠지만 2023년 1분기부터 다시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판관비 감소와 인플레이션 상승 둔화, 달러 가치 하락은 영업비용과 이익(환율)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감원으로 인한 장기 성장 저하 등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WTI) 가격은 지난 고점 대비 40% 하락했으며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105.6에서 103 선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흑자 기업 중 영업비용은 세일즈포스와 시스코가 각각 14.8%포인트, 10.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일즈포스의 4분기 영업 마진은 22.27%로 전 분기 대비 16.41%포인트, 시스코는 6.34%포인트 증가가 기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세는 트위터(29.02%포인트)와 스냅(24.97%포인트)이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감원으로 인한 효과는 비교 기업 중 세일즈포스와 시스코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은 최근 1000명 이상 감원을 단행하고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 중 4분기 영업 마진 증가가 전 분기 대비 가장 높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가 측면에서도 장기 이익 성장성을 반영한 세일즈포스와 시스코의 주가는 시장과 기술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세일즈포스와 시스코의 2023~2025년 연평균 주당순이익 성장률(EPS CAGR)은 각각 19.9%, 6.0%이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반영한 PEG배수는 1.3배, 2.2배로 시장 평균인 2.3배, 기술주 평균인 2.6배를 모두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