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꽃집을 운영해 온 A는 최근 몸이 좋지 않아 권리금을 받고 꽃집을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A는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미리 최근 상가건물을 매수한 임대인 B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권리금을 받고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인근 부동산에 꽃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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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꽃집을 운영해 온 A는 최근 몸이 좋지 않아 권리금을 받고 꽃집을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A는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미리 최근 상가건물을 매수한 임대인 B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권리금을 받고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인근 부동산에 꽃집을 내놨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임대인 B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 임대인 B는 꽃집이 있는 상가건물을 2년 후 재건축할 예정이므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자 할 경우 참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는 황당했다. 2년 후 재건축하고자 하는 상가건물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임차인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였다. 임대인 B의 재건축계획 고지는 사실상 권리금회수기회 방해 행위로 봐야 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단서 제7호는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기 위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갱신 요구가 있더라도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경우로 보고 있다.
즉 B가 A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한 사실이 있고 그 후 B가 그 계획에 따르기 위한 경우라면 A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가 있어도 B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갱신거절 사유의 입증책임은 B에게 있다. 따라서 B가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A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는 없다.
사례에서 A는 B와의 임대차 계약 갱신의사는 없고 다만 권리금을 받고 신규임차인을 임대인 B에게 주선하고자 하는 경우다. 조만간 재건축을 앞둔 B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A가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구체적인 재건축계획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신규임차인의 갱신요구권에 대해 재건축을 이유로는 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계약체결 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 A의 입장에서는 조만간 재건축하고자 하는 건물에 신규임차인이 권리금까지 내고 들어올 가능성이 희박하고 혹시 신규임차인을 찾는다 해도 권리금 액수 자체가 현저히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B의 재건축계획 고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임대인의 신규임차인에 대한 재건축계획 고지가 권리금회수기회 방해 행위인지와 관련해 기준이 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됐다.
판례에 따르면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사례에서 B가 신규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는 것만으로 무조건 A의 권리금회수 방해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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