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은 혁신테크와 채권의 편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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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부품 위로 주식 그래프가 겹쳐서 떠있는 사진이다. 주식 그래프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모양새.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공포감을 몰고왔던 미국과 유럽의 3월 은행 시스템 불안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금자 보호와 은행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이제 금융시장의 관심은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중이다.

 

하반기 미국의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지만, 불안의 벽을 타고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4월 BofA-메릴린치가 조사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주식 대비 채권 비중을 확대해 놓고 있다는 응답이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 주식 비중도 과거 평균보다 대폭 축소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주식 비중이 낮은 만큼, 역설적으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되면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주가의 봄 기운에는 이유가 있다

3월 FOMC의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5%대로 진입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2022년 3월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가파르게 인상된 미국의 금리인상 폭은 무려 4.75%포인트에 달한다.

 

그러나 4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긴축속도가 정점으로 치닫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0.25%포인트의 베이비 스텝 두 차례로 그 강도가 낮아지면서 주식시장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혁신 기업 중심 성장주 수익률의 반전이다. 4월 21일 기준으로 미국의 대표지수인 S&P 500은 7.7% 상승했지만, 기술업종을 제외한 상승률은 4.2%에 불과하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15.3%, 기술주 ETF는 +18.7%, 반도체 ETF는 +22.4%, FANG+ ETF는 +33.6%의 연초 이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과잉과 수요감소에 의해 부진을 넘어 혹독한 침체를 겪고 있다. 따라서 역대급 불황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나타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반등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반도체 주가 반등을 이끄는 세 가지 요인이 대기하고 있다. 시간은 반도체를 포함한 성장주의 편에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반도체 시장의 하반기 실적 개선(턴어라운드)이 예상된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수재인 반도체 시장의 업황은 통상적으로 경기 사이클에 동행하며 움직인다. 대규모 시설투자에 의존하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반도체의 공급은 매우 경직적이다.

 

따라서 수요는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공급의 빠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공급과잉-가격하락의 불황 사이클과 공급부족-가격상승의 호황 사이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계의 투자축소와 감산정책에 의한 재고조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올해 하반기는 스마트기기 및 서버 교체주기와도 맞물려 있고 인텔의 5세대 CPU 출시일정도 예고되어 있어서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다.

 

향후 1~2개 분기 후의 업황과 실적이 선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주가는 경기 선행지표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미국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등에서 나타난 최근의 반등움직임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선언도 반도체 업황의 저점 통과 기대에 힘을 더했다.

 

둘째, 미국 연준의 긴축 강도 완화는 혁신테크 성장주들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개선에 긍정적이다. 실리콘밸리 은행(SVB) 등 미국 지방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치은행으로 이어진 시장불안을 통해 가팔랐던 연준 긴축의 부정적 누적효과가 예상보다 일찍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근원 물가(Core PCE)도 이제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서 중앙은행의 긴축목표인 플러스(+) 실질금리 환경도 본격화되었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연준의 다음 행보를 자산가격에 반영시키고 있다.

 

긴축중단과 관망, 그리고 완화전환이라는 수순으로 연준 피봇에 대한 기대가 하반기의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50년간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마지막 인상부터 첫번째 인하까지의 평균 전환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정책기대를 직접 반영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국채시장의 금리하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도체를 비롯해 혁신테크 테마의 성장형 주식들은 밸류에이션 지표의 개선을 통해 금리하락의 수혜를 반영해 갈 것이다.

 

마지막 셋째는 ChatGPT의 신드롬으로 보다 강력해진 반도체 산업의 장기성장 동력에 있다. 2022년 하반기에 맥킨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시장이 연 평균 7% 전후의 장기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컴퓨팅/데이터스토리지, 무선통신, 자동차전자 장비 분야를 산업규모와 성장성 측면에서 주목했다. 여기에 작년말 공개된 대화형 AI인 ChatGPT의 열풍이 강력하게 가세했다.

 

ChatGPT는 과거 인터넷(WWW)의 출현에 비견되며 인공지능 시대를 열 혁신테크로 전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에게 ChatGPT 신드롬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와 함께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AI칩 시장이 2022년 169억달러에서 2032년 2,275억달러로 연 평균 30%에 가까운 급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AI 시스템은 대량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서와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조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장기 성장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산업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살펴보면, 반도체 주가는 2002년 IT버블로 -44.6%의 큰 부진을 겪었지만 2003년에는 +75.7%의 경이적인 반전을 보였고,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48%의 불황에 빠졌다가 이듬해인 2009년 +69.6%의 성과로 급반등하면서 재고조정 과정을 통한 사이클의 탄력성을 확인시켜 줬다.

 

작년 한 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5.8%로 또 한번의 역대급 부진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필연적이듯 설비투자 축소와 감산 속 재고조정이라는 반등 스토리가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올해 연초 이후 불과 3개월 여만에 +20%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주가에 대해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하반기로 예상되는 실적 턴어라운드와 연준 피봇 기대가 견인할 밸류에이션 지표 개선 그리고 ChatGPT 신드롬이 가세한 장기 성장모멘텀의 삼박자 조합이 만들어내는 더 탄탄해진 스토리가 반도체 주가의 추가 상승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승률을 높이는 채권투자, 혁신테크 주식의 분할 투자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1)승률을 높이는 전략과 2)분할 투자를 통한 위험 헤지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먼저, 채권투자는 준수한 이자와 자본차익이 동시에 기대되는, 승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것이다.

 

연준이 예상하는 궤적보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앞선 면은 있지만, 어차피 추세가 맞다면 시장은 늘 앞서가기 마련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고 금리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오히려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성장주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 현재 S&P 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8.4배까지 상승했다.

 

P/E의 역수를 주식의 기대수익률이라고 본다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런 경우에는 성장주 중에서도 장기성장성이 확실한 혁신테크 주식의 분할 매수를 통한 위험 헤지 전략이 바람직하다. 결국 금리가 하향안정되면서 밸류에이션(P/E)에 대한 부담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사진. 그 위로는 ChatGPT 문구와 머릿 속에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사람의 형상이 떠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WM 투자전략본부장(CIO)로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작성합니다.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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