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과거 엘니뇨가 가져다준 교훈

다시 시작된 엘니뇨, 뜨거워지는 지구
시리즈 총 5화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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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부터 발생한 엘니뇨는 문명을 파괴하거나 대기근을 초래하기도 함

  • [페루 모체 문명] 엘니뇨가 처음 발생한 시기는 수천 년 전으로 추정. 잉카 문명보다 10세기 이전에 페루 북부 해안 지대에서 번창했던 모체(Moche) 문명에서는 엘니뇨가 시작되면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지낸 것으로 알려짐

  • 모체 문명은 엘니뇨를 잘 대비하여 농작물 생산에 활용. 수리 시설을 만들어 엘니뇨로 폭우가 내리는 시기에 물을 저장하고 수로 체계를 구축하여 비가 적게 내리고 건조한 시기에도 농작물을 재배

  • 그러나 모체 문명이 멸망한 것도 엘니뇨에 의한 자연재해 때문이란 설이 있는데, 이들이 살던 해안 지대에 ‘메가 엘니뇨’가 발생하여 폭우와 홍수가 장기간 지속되자 이후 가뭄이 이어지면서 문명이 점차 쇠락한 것으로 추정

  • [중국 정무기황] 1876~79년 무려 4년 간 발생한 엘니뇨는 아시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기근을 초래하였는데, 곡물 수확량이 화북 지역은 절반 가까이, 산동 지역은 70%까지 감소한 대기근을 정무기황(丁戊奇荒)이라 함

  • 당시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필리핀 등에서도 대규모 가뭄이 지속되었으며 그로 인해 중국은 2,000만 명, 인도는 1,030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

페루 해안 지대에서 번성했던 모체 문명

페루 해안 지대에서 번성한 '모체 문명'에 대한 지도.

자료: Smarthistory

중국 정무 기황 당시 가뭄 지역

중국 '정무기황' 당시 '가뭄' 지역에 대한 지도.

자료: Advances in Climate Change Research

근래 발생했던 엘니뇨 또한 각종 자연재해를 동반하며 각국에 큰 피해를 입힘

  •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엘니뇨는 1900년 이후 30번 이상 주기적으로 발생하였으며 1997~98년에는 슈퍼 엘니뇨가 나타남
    - 2000 년 이후에는 6 번의 엘니뇨가 발생(2002~3 년, 2004~5 년, 2006~7 년, 2009~10 년, 2015~16 년, 2018~19 년)
    - 슈퍼 엘니뇨는 1950 년 이후 3 번(1982~83 년, 1997~98 년, 2015~16 년) 발생하였으며 강도는 1997~98 년, 1982~83 년, 2015~16 년 순으로 나타남

  • [1997~98년 슈퍼 엘니뇨]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이 0.25℃ 상승하는데 당시에는 1.5℃까지 올라가기도 함

  • 이로 인해 전 세계 산호가 16%가량 사라졌으며 인도에서는 사상 최악의 홍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우기에 역사상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함

  • [1982~83년 슈퍼 엘니뇨] 페루와 에콰도르에는 평년의 40배에 가까운 폭우가 내려 6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 적도 부근 태평양 서쪽 지역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은 예년에 비해 적은 양의 비가 내려 극심한 가뭄을 겪음

  • [2015~16년 슈퍼 엘니뇨]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2,330명이 사망, 호주에서는 11월 평균 기온이 40℃까지 상승하고 산불이 일어났으며,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음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 시계열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에 대한 시계열 그래프.

자료: 미국 국립해양기상청

엘니뇨 영향으로 인한 경작지 피해와 그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은 작물별로 상이

  • 통상적으로 엘니뇨 시기에는 자연재해가 발생해 대부분의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인식. 그러나 시드니대학 경제학과 데이비드 우빌라바(David Ubilava) 교수에 따르면 엘니뇨와 곡물 가격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
    - 아시아 외환위기(1997~98), 금융위기(2007~8 년) 시기에는 오히려 하락하기도 함

엘니뇨와 곡물 가격 지수 상관관계

'엘니뇨'와 '곡물 가격'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자료: David Ubilava

  • 엘니뇨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북미와 유럽이 주요 생산지인 소맥, 옥수수, 대두는 가격 변동성이 높지 않으며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

  • 이는 과거 엘니뇨 시기에 대두(미국과 브라질)와 옥수수(미국)를 재배하는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작물 수확량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

  • 다만 엘니뇨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남반구와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원당, 커피는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남
    - 원당 주요 수출국인 인도는 엘니뇨 발생 시 가뭄으로 사탕수수 생산량 타격 불가피
    - 고온 건조한 기후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원두 수확량에도 부정적으로 작용

  •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Robusta) 원두가 주로 생산되는 인도네시아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존재 
    - 지난 6 월 9 일 런던 커피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가격이 톤당 2,790 달러까지 상승하며 15 년 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 

    - 블룸버그는 “비료 비용 상승과 가뭄으로 원두 수확량이 감소해 전 세계 커피시장은 2023~24 년 2 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

대두 가격 변동 추이

'대두 가격'의 변동 추이 그래프.

자료: Bloomberg

원당 가격 변동 추이

'원당 가격' 변동 추이 그래프.

자료: Bloomberg

엘니뇨로 원당 가격이 상승해 슈거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함

  • 엘니뇨 시기에는 곡물 가격 변동성이 역대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원두, 원당 등은 엘니뇨가 강하게 발생할수록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남

  • 특히 엘니뇨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원당은 엘니뇨가 발생하면 생산량이 감소해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 2015~16년 슈퍼 엘니뇨 시기에는 원당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설탕 가격이 급등하여 물가가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이 발생 

    - 당시 빵, 과자, 음료수 등 설탕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상승
    - 설탕류는 즉석식품, 탄산음료, 밀가루, 맥주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소비

  • 이에 세계 3대 설탕 수출국인 인도는 올해도 엘니뇨 영향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을 고려 중이기도 함

  • 향후 원당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국내 식품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을 시도하여 슈거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 존재
장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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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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