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가업승계 요건, 활용할 수 있을까?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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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는 말 그대로 기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승계 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증여시 최고 50%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세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으로 인해 가업을 매각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다보니 세부담을 줄이면서 원활한 가업승계를 할 수 있도록 1997년 ‘가업승계지원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가업승계지원제도를 활용해 승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22년에 발행된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21년에 가업승계를 활용한 승계 건수는 97건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가업승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업의 요건이 까다롭고 세제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사후관리가 어려워서 실제 가업승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라 가업승계 관련 내용이 일부 개정됐고 올해 1월부터 완화된 가업승계지원제도가 시행된다. 과연 완화된 내용은 무엇이고 새롭게 시행되는 내용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지원제도’는 크게 상속 시 적용되는 가업상속공제와 증여 시 적용되는 증여세과세특례로 구분되는데 올해는 가업승계 증여·상속세 납부유예가 신설됐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가업(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18세 이상의 자녀들이 상속받을 경우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업종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열거된 업종만 가능하므로 업종 체크가 필요하다.


업종 기준을 충족시키더라도 매출액 기준을 충족해야 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매출액 기준이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고 공제금액도 가업경영기간 구간별로 100억원씩 증가해 최대 6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가업승계 대상이 되는 주식의 보유비율 기준도 완화됐다. 이전에는 상장기업의 경우 30% 그 외 기업일 경우 50%의 비율이 적용됐다면 올해부터는 상장기업일 경우 20% 그 외 기업일 경우 40%의 비율이 적용되므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후관리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요건이 완화됐다. 사후관리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축소됐고 가업용 자산의 처분비율도 20%에서 40%로 상향됐다. 또 고용유지 비율(정규직근로자 수, 총급여액)도 100%에서 90%로 완화됐다.

가업상속공제 결정 현황

가업상속공제의 결정 현황을 나타낸 선 그래프와 막대 그래프. 선 그래프는 건수를, 막대 그래프는 공제금액을 의미한다.

자료: KB증권, 2022년 국세통계연보

◇ 증여세 과세특례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자가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의 지분을 18세 이상의 자녀에게 증여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올해 개정된 세법에 따라 가업상속공제와 동일한 요건이 적용되며 적용한도 금액이 600억원으로 상향돼 세제혜택의 효과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10억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고 10%(60억원 초과분 20%)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지금 당장의 증여세 부담을 낮추면서 가업의 주식을 승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증여 받은 시점과 관계없이 해당 주식은 향후 상속이 개시될 때 무조건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증여세를 부담하면서까지 증여세 과세특례를 활용하는 이유는 상속세 계산할 때 증여시점의 주식가치로 합산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가업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라면 세금부담을 줄이면서 많은 주식을 증여할 수 있고 증여 후 가치증가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증여세 과세특례도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5년동안 가업을 유지해야 하고 증여 받은 지분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 다만 상속공제와는 다르게 고용유지 요건은 적용되지 않는다.

◇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납부유예

지난해 말 세법이 개정되면서 가업승계 상속과 증여세 납부유예가 올해 새로 신설됐다. 

 

가업을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시점에 가업승계요건을 충족시켰을 경우 증여세과세특례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지 않고 증여세나 상속세 납부유예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향후 유예된 세금과 이자상당액을 포함해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가업승계 받은 주식을 양도하거나 증여, 상속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받음으로써 세금 걱정없이 가업을 유지하고 경영하는데 전념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


가업승계 받은 주식이 재증여되거나 재상속될 경우 그 시점에 가업승계요건만 충족했다면 다시 또 납부유예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다른 가업승계지원제도와 동일하게 사후관리 요건이 적용된다. 사후관리 기간인 5년 동안 70% 수준의 고용이 유지돼야 하지만 업종유지 요건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른 가업승계지원제도 보다는 요건이 완화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업승계지원을 활용할 때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으면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다.


가업을 상속받을때 상속공제를 적용받으므로 공제금액만큼 상속세를 내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자산을 양도할 때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자산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취득가액을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피상속인의 보유기간에 따른 자본이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을 경우 과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2023년 가업승계세제가 완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까다로운 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은 존재한다. 또 세금상의 이슈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건들이 많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600억원 공제받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철저한 가업승계 계획을 세우고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이행한 후 결정해야 한다.

이 콘텐츠는 '굿모닝경제'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아름

KB증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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