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신형 트래버스, 역대급 크기의 대형 SUV

같은 가격에 더 큰 제품을 사면 왠지 이득 본 기분이 듭니다. 손에 쥐는 부피가 늘었으니 추가로 더 얻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겠죠. 자동차도 동급 경쟁 모델보다 큰 차가 있습니다. 경쟁력을 높이려고 일부러 크기를 키운 차가 있는가 하면, 큰 차 위주로 팔리는 국가의 차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상대적으로 체구가 커지기도 합니다. 

쉐보레 트래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대형 SUV인 트래버스의 길이는 5,230mm이고 휠베이스는 3,073mm입니다. 가격이 비슷한 동급 모델의 길이와 휠베이스는 대략 5m와 2.9m 전후입니다. 트래버스가 한참 크죠. 신생아 중에서 평균보다 체격이 크고 무거운 아이를 우량아라고 하는데, 트래버스는 우량아 중에서도 초우량아라고 할 만하죠. 지난 7월 트래버스의 신형 3세대 모델이 공개되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새로워졌을까요? 

3세대 트래버스는 이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살짝 뾰족한 형태이던 전면부는 뭉툭해진 대신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대담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물씬 풍깁니다. 상위 모델인 타호나 서버번에 트랙스의 모습을 적용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차체 비례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길쭉한 MPV 분위기가 섞여 있었는데, 신형은 정통 SUV 비례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후면부에는 두 줄로 구성하고 가로로 배치한 테일램프가 눈에 띕니다. 테일램프 끝부분은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수평과 수직 이미지를 동시에 강조합니다. 전반적으로 개성이 넘치면서 정통 SUV의 강인한 인상이 두드러집니다.  

쉐보레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트림별 차별화입니다. 트래버스 신형은 LS, LT, Z71, RS 네 가지 트림으로 나뉩니다.  트림별로 독특한 디자인과 다양한 옵션 선택권을 제공하죠. 미드나잇/스포츠 에디션은 LS와 LT에서 선택할 수 있고, Z71은 오프로드에 특화된 요소를 더했습니다. RS 트림은 완전히 새로운 22인치 고광택 블랙 알루미늄 휠, 그릴과 루프 레일의 블랙 아웃 액센트 등으로 역동성을 강조합니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17.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입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커졌죠. 11인치 계기판과 17.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구조로 대시보드에 첨단 이미지를 구현했습니다. 센터 터널에 있던 시프트레버를 칼럼 마운트 방식으로 바꾸는 등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실내 공간은 운전자 경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벨트 라인을 낮춰 개방감을 키우고 계기판 위치도 이전 모델보다 낮춰서 외부 가시성을 향상했습니다. 시프트 레버가 칼럼 마운트 방식으로 바뀌면서 1열 승객 공간은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실내 전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재 공간은 2,763L로 동급 최고이고요. 시트는 7인승과 8인승 구성으로 나뉩니다. 7인승 구성은 3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 슬라이드 기능을 갖춘 2열 캡틴 체어를 포함합니다.

3.6L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4기통 2.5L 터보 엔진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고출력은 319마력이고 최대토크는  43.8kg·m입니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과급기를 적용해 토크는 19% 향상되었죠. 변속기는 8단 자동이고 네바퀴굴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프로드 특화 트림인 Z71에는 전용 트윈 클러치 AWD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첨단 안전 장비와 운전자 보조 기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신형 트래버스에도 기본 또는 옵션으로 다양한 장비와 기능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주요 품목으로는 후방 교차 교통 제동, 측면 자전거 운전자 경고, 후방 보행자 경고, 후진 자동 제동, 앞좌석 동승자의 안전벨트 착용을 권고하는 버클 투 드라이브, 2/3열 동승자가 안전벨트를 풀었을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뒷좌석 안전벨트 리마인더,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을 포함한 슈퍼 크루즈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향상된 자동 주차 보조 등이 있습니다. 

신형 트래버스는 오프로드 특성을 강화해 SUV의 본질에 맞는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아예 오프로드 트림인 Z71을 라인업에 채웠죠. Z71은 지상고를 25mm 이상 높이고 트레드를 넓혀 안정성, 핸들링, 주행 능력을 향상했습니다. Z71 전용으로 설계한 18인치 휠은 전 지형 타이어와 조합을 이루고요.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 하부 보호판, 접근각을 높인 전면 범퍼 하단부, 오프로드 주행 조건에서 맞게 트랙션과 핸들링을 최적화하도록 설계한 트윈 클러치 AWD 시스템(두 개의 클러치로 필요한 휠에 토크를 전달), 유압 리바운드 제어 기능을 갖춘 댐퍼, 주행 모드 내 특정 지형 모드 등 오프로드 성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쉐보레 신형 트래버스의 미국 출시 시기는 2024년 초입니다. 국내 도입 여부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상세 제원이나 가격 정보는 출시 시기가 다가올 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현재 단계에서 본격적인 경쟁 관계를 논하기는 이르고, 기존 관계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신형 트래버스의 크기는 이전보다 살짝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급이 바뀔 정도의 변화는 아니어서 이전과 거의 같은 경쟁 관계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준대형 또는 대형으로 분류하는 트래버스의 경쟁 모델은 은근히 많습니다. 국산차로는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KG 모빌리티 렉스턴이 있습니다. 수입차로는 얼마 전에 들어온 토요타 하이랜더, 포드 익스플로러, 지프 그랜드 체로키, 혼다 파일럿 등이 있죠. 해외로 눈을 돌리면 국내에서 철수한 닛산의 패스파인더, 기아의 미국 시장 모델인 텔루라이드도 경쟁 모델에 포함됩니다. 

트래버스의 국내 시장 경쟁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여전히 팰리세이드가 독주하는 가운데 토요타 하이랜더가 최근에 선보였고 혼다 신형 파일럿은 8월 출시를 앞두고 있죠. 간만에 대형 SUV 시장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트래버스까지 가세하면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겠죠. 

트래버스는 평범한 대형급 대중 SUV라고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지위가 독특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수입차이지만 한국지엠에서 판매하다 보니 국산차로 취급받기도 하죠. 수입차의 이점이 줄어드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달리 보면 국산차와 수입차에 각각 대응하니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체는 큰 데 한 체급 낮춰서 경쟁하는 전략도 독특합니다.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 실정에는 유리한 조건입니다. 국산차처럼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수입차를 찾거나, 비슷한 가격대에서 더 큰 차를 원하는 이에게 제격인 모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