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말고 러닝크루! MZ세대가 러닝에 빠진 이유

테니스장과 골프장을 찾던 MZ 세대들은 요즘 한강공원이나 도심 속 공원을 찾고 있습니다.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열린 2024 JTBC 서울마라톤에는 3만 5천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참가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참가 신청 마감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는데요. 대회 참가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MZ 세대 참가자가 전체 참가자의 절반 이상인 66%에 달했습니다. 

MZ의 러닝 열풍은 패션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러닝화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이상 증가했는데요. 인기 있는 러닝화 모델은 발매일에 바로 품절되어 리세일 플랫폼에서 웃돈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이중 러닝화 시장은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러닝의 인기 요인에는 처음 시작할 때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배울 때도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꼽히는데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조깅•달리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의 비율은 2021년 23%에서 2023년 32%로 2년 만에 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방송인 기안84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모습이 방영됐는데요. 이 시점부터 러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했죠. 

MZ 세대가 러닝을 즐기는 이유에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반영되어 있어요. 이들에게 러닝은 내가 사는 지역의 공간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날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과정이 포함된 운동입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편하게 뛰는 것이 아닌 밖으로 나가는 이유죠.

러닝과 관련된 해시태그를 보면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달리는 뜻인 #우중런 해시태그도 4.4만 개나 되는데요. 덥거나 비가 오는 날씨는 러닝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오히려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여깁니다.

‘추구미’를 아시나요?

추구미는 최근 패션, 메이크업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등과 관련하여 원하는 이미지나 모습을 가리키는  신조어인데요. MZ 세대는 추구미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공유합니다. 러닝 역시 대표적인 취미 추구미로 꼽히죠. 

이를 증명하듯 인스타그램에 ‘러닝기록’, 또는 ‘GPS아트’를 검색하면 러닝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증하는 MZ 세대들의 게시물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러닝크루에 대한 관심은 최근 꾸준히 증가했어요. 네이버 커뮤니티 플랫폼에 ‘밴드’에 따르면 ‘러닝 및 걷기’를 주제로 한 모임의 비율이 최근 3년 새 80% 가까이 늘었다고 하죠.

함께 달리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점과 운동 외에 러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운동 후에 함께 식사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요즘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통해 러닝크루의 SNS 계정을 유명하게 키우는 추세입니다. 팔로워가 많아진 SNS 계정을 통해 러닝 세션을 열거나 운동복이나 건강식품을 협찬받는 크루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러닝을 취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MZ 세대도 늘어났는데요. 마라톤 대회의 소비층이 바뀌면서 대회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록에 치중하기보다 대회 자체를 즐기려는 참가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색 요소가 더해진 마라톤 대회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색 마라톤의 대표적인 예로 ‘금천구청장배 건강달리기 대회’는 참가비 1만 원을 내면 대회가 끝난 뒤에 수육이나 막걸리와 같은 먹거리를 제공해서 ‘수육런’으로 불리는데요. 올해 이 대회에는 950명을 모집하는데 참가 희망자가 10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완주하면 담은 물건을 주는 배달의 민족의 ‘장보기 오픈런’,  빵을 더 건강하고 맛있게 먹기 위해 달리는 ‘빵빵런’ 역시 MZ 세대가 주목해 인기를 끈 이색 마라톤 대회인데요. 모두 순위나 기록 등과 상관없이 뛰는 것 자체에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러닝을 위해 구매하는 대표 아이템은 신발입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닝화 계급도’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입문자용 러닝화부터 최상급 레이싱화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계급도에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외에 새로운 브랜드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발표한 올 상반기 스니커즈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은 전년 대비 거래 건수와 검색량이 각각 약 700%, 1,062% 증가했으며, 기능성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경우 거래 건수와 검색량 또한 작년 동기 대비 약 37%, 57% 상승했습니다.

온러닝, 호카, 브룩스 러닝 등 신흥 러닝화 브랜드의 특징은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입니다. ‘온러닝’은 트라이애슬론 선수 출신 창업자가 만든 브랜드로 고기능성을 추구한 운동화를 선보입니다. 아직 국내에 정식 매장이 오픈되기 전이지만 러닝화 편집숍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어 MZ 러너 사이에서 이미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투박한 디자인과 실용성이 특징인 ‘고프코어룩’은 작년부터 유행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패션 트렌드인데요. 고프코어 역시 MZ 세대가 선호하는 스타일로 러닝화 및 러닝 용품에 대한 MZ 세대의 관심을 끌어올리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러닝화뿐 아니라 의류, 가방, 선글라스와 같은 러닝 아이템을 일상복에 매치하는 '러닝 코어'도 등장했습니다. 새티스파이, 디스트릭트비전, 노다 등은 최근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들인데요. 모두 러닝과 관련 제품들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버클과 스트랩이 달린 조끼, 러닝 베스트는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유행 아이템이 되었고, 스포츠 선글라스도 고가임에도 러너들 사이에서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 통합니다. 이러한 러닝 아이템들은 좋은 통기성, 편안한 착용감 등 기능성을 더불어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에서 MZ 러너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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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 러닝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