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에 빠진 MZ, 아날로그 감성이 좋아

MZ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열풍이 계속되고 있어요. 한때 '구식'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MZ세대의 독특한 취향과 만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인데요. 이들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오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과 과거의 유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비디오테이프 디자인의 굿즈가 다시 등장하거나,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가 복고풍 카페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디지털이 더 친숙한 MZ가 어쩌다가 레트로에 빠지게 됐을까요?

레트로(Retro)는 '과거를 회고한다'는 뜻의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시절 향수를 느끼는 경향성을 말해요. MZ세대가 향유하는 레트로 트렌드는 해당 트렌드가 유행했던 시기에 따라 다양한데요. 공통점은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오히려 즐긴다는 점이에요.

아날로그에 기반한 레트로는 느리고,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MZ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여겨져요.

레트로 트렌드의 이유로 '디지털 피로감'을 꼽기도 해요. 디지털 피로감은 디지털 기술의 급변 속에서 소비자가 새롭게 학습하는 정보가 늘어나며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말해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끝없는 불황과 불안한 미래,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려는 욕구로 아날로그 감성에서 위로를 찾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어요. 디지털 피로감이 커질수록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회귀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는 거예요.

지난해 8월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에서는 최초 공개판 LP를 사려는 사람이 몰려, 대기 번호가 1,500번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어요. LP 열풍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온라인 서점 YES24에 따르면, LP 판매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초로 발행 3,000종을 넘기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어요. 눈에 띄는 점은 LP 구매자 중 20대가 20%, 30대가 25%를 차지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거예요. 기존에 LP를 즐기던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전 세대가 폭넓게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세대별로 LP를 부르는 명칭도 다른데요. 과거 세대는 '빽판'이나 'LP판'이라고 불렀지만, MZ세대는 '바이닐(Vinyl)'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요.

LP에 이어, 카세트 테이프와 CD플레이어도 레트로 아이템으로 급부상 중이에요. 지난해 한 아이돌 그룹의 앨범 구성품으로 CD플레이어가 등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어요.

이런 트렌드는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요. 마케팅 정보 분석 회사 셈러시(SEMRush)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근처 CD 플레이어 수리점'에 대한 구글 검색이 23% 늘었고, '근처 오디오 기기 수리점' 검색도 91% 증가했다고 해요.

일본 카메라 기업들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4~2023년) 디지털 카메라 판매액은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202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어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면서 한때 판매가 급감했지만, 최근 다시 수요가 늘고 있는 거죠.

디지털 카메라, 일명 '디카'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필름 카메라보다 편리하면서도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감성적이기 때문이에요. 스마트폰 필터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디카만의 레트로 감성이 MZ세대를 사로잡았죠. 알록달록한 디자인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어요. 이를 반영하듯, 인스타그램에서 '#digitalcamera'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약 64만 개, '#디카'는 9만 개를 넘었어요.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도 출연자가 동묘에서 옛날 디카를 구매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죠.

디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때 '똑딱이'로 불리던 삼성테크윈·올림푸스·캐논·니콘·소니 등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도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쉽게 매물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늘었어요.

레트로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캐릭터예요. 유년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인데요. 레트로 대표 캐릭터들은 지역화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핫한 캐릭터 중 하나는 올해로 71번째 생일을 맞는 '미피'입니다. 미피는 원래도 각 나라의 문화와 지역색을 반영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왔는데요. 한국에서는 제주 해녀, 부산 자갈치, 경주 석굴암 에디션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어요.

이외에도 헬로 키티와 디즈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컬래버레이션과 전시를 통해 MZ세대와 소통하고 있어요.

레트로 트렌드의 영향으로 예전 게임들이 재출시되고 있어요.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미니게임천국'이 2023년 7월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되어 앱 마켓 1위를 기록했어요.

게임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도 레트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옛날 드라마의 요약 영상부터 흥미로운 부분만 편집한 쇼츠 등이 방송사 유튜브 채널 조회수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인기가 이어지며 리마스터링 버전이 만들어지거나, 아예 새롭게 리메이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IP 활용에 나서고 있어요.

패션에서도 MZ의 레트로 트렌드를 볼 수 있는데요. 잔스포츠, 푸마, Lee 등 1990년대 전후 유행한 스포츠, 패션 브랜드가 다시 유행으로 돌아왔어요. 여기서 나아가 진짜로 그 당시 입었던 빈티지 의류로까지 관심사가 확대되며, 동묘 구제시장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어요.

레트로 트렌드는 소비자에게는 추억과 재미를,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요. 여러분은 어떤 레트로 트렌드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