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피겠다는데..." 공동주택 실내 흡연 갈등, 해결책 있나

'층간흡연'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간접흡연을 층간소음에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요.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97세 아버지의 거동이 불편해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부탁한다는 요청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실내 금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집에서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을 제지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2019년 경기도가 도민 1,542명에게 실시한 '간접흡연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8%인 1,197명이 이웃 세대의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복으로 지목한 흡연으로 피해를 받는 장소는 베란다가 59%로 가장 많았고, 화장실 48%, 현관 출입구 41%, 계단 40%, 복도 순이었습니다.

피해 경험자 가운데 62%는 그냥 참았다고 답했고, 21%는 관리사무소나 주민자치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으며, 8%는 대화를 시도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해결된 경우는 5%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은 국토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공동주택 입주민이 층간 소음과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호소한 민원이 총 39만 8,355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2023년 한해 동안 접수된 건만 11만 1,959건에 달해 2019년 5만 2,892여 건에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 주체가 입주자의 주거 공간에서 행하는 흡연을 처벌하거나 강제하는 권한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관리사무소는 실내 흡연 금지에 대한 안내 방송을 자주하고, 엘리베이터에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실내 흡연 피해가 다수 발생하면서 이웃간 갈등 및 폭행 및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주택에서 실내 흡연을 강제할 방법이 있을까요? 먼저 공용구간에서는 금연을 지정하는 규정이 있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16년부터 시행된 '금연아파트' 제도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5항에 따라 공동주택 거주 세대의 동의를 받아 2분의 1 이상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면, 세대주 동의의 진위여부를 확인 후 관할 시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1월 6일, 경기도 오산시는 '세교데시앙포레'를 관내 금연아파트 23호로 지정했습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동주택 금연 구역에서 흡연한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됩니다. 금연 구역은 공용구역에 해당하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 4곳만 지정할 수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최기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접흡연 방지 및 갈등해결’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습니다. 이 개정안은 간접흡연 방지 및 갈등해결을 위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도록 책무를 규정하고, 피해 실태조사 및 간접흡연 갈등해결 사례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데시벨 같은 기준이 있는 층간소음과 달리 층간흡연은 법적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에 조례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는 물론, 이웃간의 배려와 존중도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