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업그레이드하는 고전과 명작

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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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와 하늘이 보이는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야자수 아래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이다.

고전 명작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읽고 또 읽을 때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다시 만날 여지를 남긴다. 과거에 스쳐 읽은 대사가 새삼 심금을 울리거나,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상황과 태도에 감정이입을 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나이와 경험이 쌓이는 만큼 새로운 감흥을 느끼는 게 고전 읽기의 묘미다.

삶과 철학이 어우러진 장대한 이야기와 함께 여름나기를 깊이 있게 즐기면 어떨까. “책을 읽으면 바깥 기운이 들어오지 못한다”며 독서로 더위를 떨친 조선 22대 왕 정조처럼 말이다.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 명작, <그리스 로마 신화>

'고대 벽화 스타일로 그려진 인물들'이 악기를 들고 황소들과 함께 배치되어 있는 문양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 고전이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성과 사회구조를 담아 세계 각국에서 명작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전지전능한 신과 영웅의 무용담이지만, 그 이면에 인간성이 생생히 깃들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다채로운 사건·사고는 사회의 권력 구조와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비춘다. 제우스의 바람기와 헤라의 질투심, 사랑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예언의 신 아폴론, 오디세우스의 기지까지, 인간이라면 한 번쯤 경험할 만한 갈등과 내면의 감정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그리스 신화의 뿌리는 고대 음유시인에서 시작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바탕으로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등이 극본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며 예술로 발전시켰다. 그리스 신화가 문학적으로 체계화된 것은 19세기 미국 작가 토머스 불핀치 덕분이다.

고대 시인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미솔로지: 신화의 시대>를 펴낸 것이다. 이 책은 당대 지식인과 상류층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엿한 문학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알려진 건 2000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간되면서부터다. 두 책 모두 출간 직후 각각 어른과 아이의 필독서로 여겨지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수많은 개정을 거쳐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가볍게 만나는 신화의 세계 <창작자를 위한 그리스 신화 해부도감>

(엑스날리지 엮음, 곰출판 펴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큰 흐름을 한 권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개요집’이다. 일러스트와 지도 등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이나 응용하려는 창작자에게 추천한다.

제국의 흥망성쇠를 그린 대작, <삼국지연의>

한자 '단도부회'가 적힌 벽화에 '배를 탄 무장한 장수들과 육지에서 맞이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해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

<삼국지연의>를 읽고 나면 도입부의 함축적인 한 문장에 전율하게 된다. <삼국지연의>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투 장면뿐만 아니라 인물의 판단과 조직의 흥망성쇠가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비의 인내, 관우의 의리, 장비의 용맹과 더불어 제갈량의 지략과 조조의 현실 감각은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정치와 경영의 언어로도 읽힌다.

명분만으로는 조직이 버티지 못하고, 실리만으로는 신뢰가 생기지 않으며, 권력은 늘 계산을 요구하지만 계산만으로는 장기전을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긴 호흡으로 드러낸다.

<삼국지연의>는 거듭 읽어도 새롭다. 결말을 알고 있지만 여러 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읽는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장수의 용맹이 눈에 들어오고, 사회 경력을 쌓은 뒤에는 인물 사이의 신뢰와 배신이 크게 다가오며, 연륜이 깊어지면 한 사람만의 운명이 아닌 조직 전체의 흐름을 읽게 된다. 한 장면을 두고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게 사유하는 묘미가 있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 <삼국지연의>는 흔히 <삼국지>로 줄여 부르지만, 본래 <삼국지>는 위나라와 촉나라, 오나라의 정사와 인물을 기록한 ‘역사서’로 <삼국지연의>와 엄연히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삼국지연의>를 가리켜 <삼국지>로 통칭해 왔기에, 역사서 <삼국지>는 <정사 삼국지>로 부른다.

조조 vs 원소, 승자는? 애니메이션 <삼국지: 관도대전>

7월 말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으로, <삼국지> 3대 대전 중 첫 전쟁으로 꼽히는 관도대전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병력 1만명의 조조군과 10만 대군을 이끄는 원소의 대결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한 서린 대지의 일기, <토지>와 <아리랑>

'초록색 풀이 가득한 밭 너머로 전통적인 초가집 몇 채'와 멀리 산이 보이는 풍경이다.

박경리와 조정래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정점을 찍은 소설가다. <토지>와 <아리랑> 모두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는 시기를 무대로 수많은 인물의 삶을 그려낸다.

<토지>는 1969년 연재를 시작해 무려 26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이다. 하동 평사리 지주 최참판댁 후손 최서희를 중심으로, 전 5부 21권에 걸쳐 600여 명의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지주와 소작인,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가난한 농민과 상인은 저마다 사정을 품고 등장해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정서를 드러내 보인다.

한편 <아리랑>은 보다 시대 고발적인 시선으로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포착한다. 호남의 드넓은 평야지대 김제와 만경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 만주, 연해주, 하와이, 동남아시아까지 뻗어나간다. 광범위한 무대에서 우리 민족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그린다.

<토지>와 <아리랑>은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두 축이다. 지금은 희미해진 공동체의 의미, 나라 잃은 시대의 고통을 밀도 있게 전달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긍심을 높여 준다. <아리랑>을 두고 시인 신경림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1990년대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듯 말이다.

'한글이 정성스럽게 세로로 손글씨로 적힌 원고지 위에 검은색 만년필'이 놓여 있다.

작품의 감동을 다시 한번, 김제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하동 박경리 문학관

문학관은 작가의 생애부터 집필할 당시의 고뇌와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제에 자리한 조정 래아리랑 문학관은 집필 당시 사용한 펜과 자료조사를 위해 세계 각국을 취재한 여정, <아리랑>의 전체 개요와 배경을 상세히 소개한다.

하동 박경리 문학관은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에 위치하며, 최참판댁과 이평이네 등 소설 속 배경을 생생히 구현했다. 매년 가을 ‘토지문학제’가 열려 <토지> 낭독 대회, 시화 작품 전시회, 특별 강연 등이 진행된다. 올해 ‘토지문학제’는 10월 6일~11일 개최 예정이다.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
주소 전북 김제시 부량면 용성1길 24
문의 063-540-3934

박경리 문학관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9
문의 055-882-2675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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