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서울·수도권은 천천히, 지방은 소신껏

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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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아래 남산 서울타워'를 배경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의 현대적인 도심 전경'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남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 갭투자의 ‘문’이 잠시 열렸다. 다주택자에게는 퇴로가, 무주택자에게는 진입로가 동시에 허용된 셈이다. 계약 기한은 5월 9일까지지만, 허가 기간(15~20일)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 시한은 4월 중순 전후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보니 일부 다주택자가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

강남과 비강남을 가리지 않고 절세 목적의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한이 다가올수록 막판 급매물이 많아질 것이다. 서울·수도권 내 집 마련 수요자는 이런 절세 매물에 관심을 갖되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선별 매수 전략을 구사하라는 얘기다. 다만 비규제 지역인 지방은 절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는 게 더 낫다.

서울·수도권 시세 하락까지는 더 기다려야

현재 아파트 시세 흐름은 오름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2%, 수도권은 0.17% 상승했다. 지방 5개 광역시는 0.03%로 강보합세 수준이다. 서울은 연 환산하면 18%를 웃돈다. 수치만 보면 강세인 것 같지만,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발표 이전 조사 결과다. 서울과 수도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엇갈린다.

대출 규제를 덜 받는 중저가 단지는 호가를 유지하고 있으나, 또 다른 지역에서는 급매가 나와도 거래가 잘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정책 신호가 본격 반영되는 구간에서는 상승 탄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수도권 시장의 본질은‘정책 민감 장세’다. 정책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시세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의 결과다.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렵다. 통상 시세는 매물 움직임보다 늦게 반영된다. 매물 증가 속도와 정책메시지를 고려하면 3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 집을 팔아야 하는 다주택자의 선택지는 좁다. 전세금이나 대출을 안고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는 취득세를 고려하면 결코 가벼운 대안이 아니다.

서울이나 경기 남부 12곳 같은 조정 대상 지역에서 공시가격 3억 원 이상 주택을 증여할 때 취득세율은 12%에 달한다. 세 부담을 줄이려면 가격 조건 (3억 원 미만)이나 지역(비지정대상지역)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매각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당분간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관건은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이 모두 소화할 수 있느냐다.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아 일시적‘소화불량’이 생길 여지도 있다. 가뜩이나 12억 원 초과의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가능성에 장기보유자와 고령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금 현장을 둘러보면 매물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매물이 섞여 나온다.

요즘 부동산 수요자의 심리

수요자의 심리 역시 보수적으로 변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세 가지 공포가 교차한다.

첫째, FOOP(Fear Of Over Paying, 비싸게 살까 두려움) 증후군.‘몇 달 뒤 가격이 더 내려가면 어쩌지’,‘ 지금 계약하는 이 금액이 고점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매수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한다. 급등과 급락을 모두 경험한 시장일수록 이 공포는 강하다. 가격의 ‘절대 수준’에 대한 경계심이다.

둘째, FOBO(Fear Of Better Options, 더 나은 선택을 놓칠까 두려움) 증후군. 좀 더 기다리면 더 좋은 매물, 더 낮은 가격, 더 나은 조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지금 눈앞의 매물이 합리적이어도‘다음 주에 더 좋은 게 나오면’이라는 생각이 결정을 미루게 한다. 선택의 ‘상대 가치’에 대한 고민이 행동을 지연시킨다.

셋째, FOJI(Fear Of Joining In, 지금 참여했다가 실패할까 두려움) 증후군. 주변에서 매수 사례가 늘어도 군중 심리에 휩쓸리는 건 아닌지, 나만 손실을 보는 건 아닌지 경계한다. 참여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관망을 강화한다. 이 같은 FOOP · FOBO · FOJI 증후군이 동시에 작동하면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는 위축된다. 가격이 부담스럽고, 기다리면 더 나을 것 같다. 이런 부동산 수요자의 신중함이 집단화한다면 시장 전체가 냉각될 수 있다.

내 집 마련, 수도권은 한 템포 늦춰라

서울과 수도권 내 집 마련은 한 템포 늦출 필요가 있다. 절세 매물이 5월 9일 이후에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에서 언급한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확정된다든지, 주택임대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요건 강화가 현실화하면 매물 잠김 현상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집값의 70~80%를 결정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하는가 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이 시점에서 서울과 수도권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염두에 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타이밍과 가격경쟁력, 즉 매입가를 낮추는 전략이다. 지금은 이 두 카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구간이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 폭풍우가 치는 와중에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비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실수요자에게 시간이라는 우군이 있다.

지방은 지역별 각개전투 필요

'정장을 입은 중개인'이 책상 위 계약서와 현금 뭉치 앞에서 '고객에게 집 열쇠를 건네주는 부동산 거래 체결 모습'입니다.

반면 지방은 접근법이 다르다. 타이밍보다 가격 메리트가 우선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0.2%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바닥을 찍고 5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같은 지방이라도 지역별 온도차는 뚜렷하다. 지난해 울산은 4.89%, 부산은 0.98% 상승하며 회복을 주도했다. 반면 광주(-2.42%), 대구(-0.82%), 대전(-0.06%)은 하락해 희비가 엇갈렸다. 지방을 하나로 묶어 해석하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

지방은 양극화가 아니라 다극화다.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와 공공기관 이전 수혜 지역, 학군 수요가 안정적인 도심지는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다. 반면 외곽 신도시나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그 속도가 더디다. 평균 가격보다 ‘회복 가능성 대비 할인 폭’을 따져야 한다. 싸 보여서가 아니라, 회복을 전제로 저평가된 가격이어야 의미가 있다.

인구 감소가 빠르거나 청년층 유입이 없는 도시는 조심해야 한다. 300가구 이하의 소규모 단지도 피하는 게 좋다. 매각하고 싶을 때 ‘출구 가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지역별로 분화된 탓에 시장을 ‘하나’로 보면 안 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정책과 심리의 파도를 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시장에서는 성급함보다 느긋함이 중요한 덕목이다. 반면 지방은 이미 가격 조정이 선행된 만 큼 소신 있게 접근할 구간이다. 시장이 같지 않으니 전략도 달라야 한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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