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오른 에너지 가격의 상승, 유틸리티 비용으로 전이되어 고물가 부담으로 남아 러시아와 서방국가의 갈등이 여전히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유럽으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릴 것을 발표하면서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네다섯 배 가량 비싼 가격이나, 그래도 지난해 말의 폭등분은 대부분 되돌린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전력 및 가스 등 유틸리티 비용을 이미 크게 끌어올렸고,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유틸리티 비용은 상승 속도만 낮아질 뿐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지수 내 전기가격과 에너지가격 하위지수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림 1]에서 보듯, 최근 전기가격의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6%에 육박하고 있다. 유틸리티 부문이 공공요금으로 책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로존의 전기 및 가스회사는 민영기업이기 때문에 비용의 상승을 가격으로 빠르게 전가한다. 이 때문에 전면 민영화가 시행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기가격의 변동폭이 확대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전기가격의 상승률은 마이너스 (-) 영역으로 하락한 적이 거의 없다. 유틸리티 비용이 일단 한번 오르면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의미인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상당폭 하락했음에도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전기, 가스 요금이 다시 하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추가 상승은 제한되겠지만 높아진 고비용 부담은 경제에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전력이나 가스는 모든 산업 부문의 필수 투입물이기 때문에 낙수효과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