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고 매일 병원을 찾는 할머니가 있었다. 의사들은 모두 꾀병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나이 지긋한 한 의사만은 달랐다.
그는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청진기를 할머니의 머리에 갖다 댔다. 의사는 할머니와 말을 주고받으며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할머니는 “이제 머리가 안 아프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청진기는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하는 기구다. 청진기를 머리에 대면 무슨 소리가 들리겠는가? 돌팔이라는 핀잔을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의사가 청진기로 들은 것은 몸의 소리가 아니라 마음의 소리였다. 의사가 할머니의 아픈 마음에 공감을 표하자 병이 씻은 듯이 나은 것이다.
인도의 사상가 바그완 슈리 라즈니쉬(Bhagwan Shree Rajneesh, 일명 오쇼 라즈니쉬)가 쓴 <금강경 해설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뱃속에 파리 두 마리가 살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남자가 있었다. 그는 뱃속에서 윙윙대는 파리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여러 병원을 찾아가 보았으나 “당신의 망상일 뿐”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는 고통이 갈수록 심해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뱃속 파리를 꺼내주겠다는 한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의사는 그에게 눈을 감고 침대 위에 누우라고 했다. 잠시 후 미리 잡아둔 파리 두 마리를 병에 넣고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의사는 병에 든 파리를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이 병을 제게 주십시오. 당장 그 바보들에게 보여주겠습니다.” 남자의 아픈 증상은 깨끗이 사라졌다. 병을 고친 의사의 비방은 놀라운 공감력이었다.
공감을 가리키는 영어 ‘Empathy’는 ‘~의 내부를 느끼는’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의 내부까지 살필 수 있어야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최고의 의술이다. 돌팔이와 명의의 차이가 무엇인 줄 아는가? 돌팔이는 몸의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보통 의사는 몸의 소리만 듣고, 명의는 마음의 소리까지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