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환율 흐름…환 헤지, 시차 두고 분산해야

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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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기업에 환율 전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대비는 정교해야 한다.

최근 큰 흐름은 달러 약세다. 미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용과 소비가 힘을 잃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고용 리스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며 달러 강세를 떠받치던 금리 메리트도 약해졌다. 반면 유럽과 일부 신흥국은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대체 통화를 늘리는 이유다.

문제는 원화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원화는 곧장 강세로 이어지지 못한다. 달러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해외 주식 투자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전망은 꾸준한 달러 수요를 만든다.

반면 달러 공급은 제한적이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더라도 수출 대금이 국내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해외 법인 투자나 부채 상환에 쓰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로 유입된 대금도 곧바로 환전되지 않아 시장에 풀리는 속도가 더디다. 결과적으로 달러 초과수요가 생기고, 이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역내 수급 요인에 가로막혀 직선적 하락이 아니라 완만한 계단식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업의 환 헤지 전략에도 함의를 준다. 수출기업은 원화 강세로 매출 환산액이 줄어들 수 있지만, 하락 속도가 떨어져 충격이 완화된다.

헤지를 한꺼번에 몰아 하기보다 시차를 두고 분산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수입기업은 달러 약세 덕에 원가 절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화 강세가 늦어지면 이익 실현도 지연된다.

결국 환율은 거시적 달러 약세와 미시적 수급 불균형이 얽힌 복잡한 방정식이다. 방향성은 하락이지만 과정은 굴곡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 방정식을 완벽히 푸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전제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콘텐츠는 '한국경제'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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