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의 고공 행진, 배경은 수급과 심리

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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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폐' 위에 파란색 주식 차트 선들이 겹쳐 있는 모습이다.

연초 수준인 1,470원대로 회귀한 달러/원 환율

달러/원 환율이 어느덧 2025년 초 수준인 1,470원까지 치솟았다. 연초에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으로 환율이 급등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현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대부분 해소됐고,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도 타결되었다.


물론 연초에 비해 대미 관세율이 15% 부과된 점과 앞으로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럼에도 현재의 원화는 달러 대비 과도한 약세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만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유로화(EUR), 영국 파운드화(GBP), 그리고 중국 위안화(CNY) 등에 대해서도 약세다. 그나마 일본 엔화(JPY)에 대해서는 연초 10.2원에 비해 현재 9.4원으로 낮아졌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급등은 경제 펀더멘털 영향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10월 말 발표된 한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2% 증가하며 예상치 1.0%를 상회했다. 수출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무역수지 흑자는 지속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연초 이후 9월까지 828억 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간에 기록한 672억 달러보다 무려 156억 달러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는 최근 2개월 동안 20% 이상 급등했다.

이렇게 국내 경제와 주가지수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은 펀더멘털보다는 외환 수급 불균형과 심리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투자가 증가하면서 외환 수급이 더욱 팽팽해졌다.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해외직접투자는 206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줄었지만, 해외증권투자는 503억 달러에서 604억 달러로 1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지분증권)과 채권(장기) 위주의 투자를 합산한 것이다. 국내 증시 상승에도 여전히 해외증권에 대한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역내에서 달러를 매수하겠다는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투자 큰 폭 증가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함을 보이는 그래프이다.

해외증권투자, 국내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 증가

'해외증권투자'에 관한 그래프이다. 국내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가 증가함을 보여준다.

대미 투자 합의에 투자 심리도 달러 우위

외환시장에서 투자 심리도 달러가 우위에 있다. 지난주 공식 발표된 한미 관세 협상 합의문(Fact Sheet)에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 대한 합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 프로젝트에 1,500억 달러 투자, 민간기업이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다행히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은 한국에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자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한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 시점과 규모는 조정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합의문은 애초 우려한 한국 정부의 조건 없는 3,500억 달러 직접투자보다 개선된 것이다. 그럼에도 연간 200억 달러(약 290조원)의 자금이 미국에 투입되어야 한다. 물론 이 자금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이라지만, 이 투자금이 한국으로 환입된다면 역내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최근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도 줄고 있다. 대기업의 대미 투자 등 해외직접투자를 위해 달러 자금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자금은 줄고, 수입기업의 달러 결제는 지속되는 점도 달러 수급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하다 보니 달러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더 강해진 것이다.


이는 비단 기업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역시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투자 위험을 헤지하려는 행태다. 과거 경험적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즉 위험이 커졌을 때 안전자산으로 실물자산(부동산, 금 등)과 달러화가 덜 위험했기 때문이다.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Fact Sheets 주요 내용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Fact Sheets' 주요 내용을 정리한 표이다.

'세계 지도'와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통화 기호가 표시된 모습이다.

더 심해진 원화의 엔화 동조화 양상(Japanification)

최근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인 중 주목할 부분은 달러/엔 환율과의 동조화 현상이다. 달러/엔 환율도 연초 157엔에서 최근 155엔까지 상승했다. 엔/원 환율은 비록 연초 대비 하락했지만, 달러화·유로화 대비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현상은 매우 유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두 나라의 주가지수 상승과 자국 통화 약세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초 2,700pt에서 11월 초 4,200pt까지 무려 55%가 급등했으며, 일본 니케이지수 역시 3만8,000엔 선에서 최근 5만2,000엔까지 37% 급등했다. 또 원화와 엔화 모두 6월 말 저점에서 11월 현재까지 달러 대비 모두 약세다.

자국 증시 상승에도 통화가 약세인 점은 증시에서의 투자자와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에 기인한다. 하지만 역내에서는 낮은 금리를 이용해 해외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더 많다. 일본과 한국 모두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도 역내에서 해외투자가 더 활발해 증시와 환율이 동일한 방향을 보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역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이 자금은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로 다시 빠져나간다. 자국에 투자되지 않고 저축만 누적됨으로써 경제성장 모멘텀이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해외투자보다 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새 정부가 기업에게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증시를 부양하려는 정책 방향도 유사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과 개인이 국내 투자로 선회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장치다. 정부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2026년 정부 정책에 있어 해외투자를 억제하고 역내 자본과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책 조치, 그리고 그 성과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이후 달러/엔 환율과 달러/원 환율

2022년 이후 '달러/엔 환율'과 '달러/원 환율'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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