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을 닮은 미/이란 전쟁, 다시 보이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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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국기가 선명하게 그려진 두 개의 대형 컨테이너가 크레인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다.' 배경에는 복잡한 경제 지표 그래프와 숫자들이 겹쳐져 두 나라 사이의 긴박한 무역 및 경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이란 전쟁에서 트럼프의 행보는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았다. 낮에는 당장이라도 도시 전체를 공격할 듯 매서운 경고를 쏟아내다가도, 밤이 되면 돌연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평화의 제스처를 보내는 식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런 트럼프의 행동을 두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의 공격과 협상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 트럼프의 행동은 매우 정해진 루틴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트럼프가 매우 일관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트럼프식 협상은 대체로 같은 순서를 밟는다. 첫째, 강한 입장을 유지하며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후 심리적 압박에 활용한다. 둘째, 협상에 대한 옵션을 열어두고 언제든 판을 깰 수 있다는 위협으로 상대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셋째, 미디어와 과장, 이슈화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충격을 활용한다. 관심 자체를 협상력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상대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갑자기 긴장을 풀어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낸다. 놀랍게도 지금 얘기한 것은 1987년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상당 부분 나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도 이런 협상 전략을 활용했는데, 그 패턴이 트럼프 1기, 2기 당시 미·중 관세협상 때 쓴 방법과 너무나 유사하다. 지금부터 그의 행동이 얼마나 일관적이었는지 살펴보자.

트럼프의 협상은 늘 같은 순서로 움직인다. 먼저 가장 거친 말을 던져 판을 뒤흔든다. 1기 미·중 관세 전쟁 때도 그랬다. 관세를 때리고, 추가 관세를 예고하고, 중국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긴장을 극단까지 밀어 올렸다. 2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를 상대로 높은 관세를 들이밀었고, 중국에는 더 강한 압박을 가했다. 이번 미·이란 전쟁도 구조가 같다. 초반에 나온 것은 협상 언어가 아니라 “초토화”, “핵 위협 제거”, “테러 네트워크 파괴” 같은 최악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장면도 늘 비슷하다.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면 갑자기 ‘협상 신호’가 나온다. 1기 때는 트럼프가 갑자기 “중국이 협상하자고 전화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곧바로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2기에도 거의 복사하듯 반복됐다. 트럼프는 “중국이 여러 차례 협상을 위해 접촉했다”고 했고, 중국은 공개적으로 협상 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같은 장면이 재현됐다. 트럼프는 공격을 유예하며 “이란과 생산적 대화가 있었다”고 했고, 이란은 즉시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는 다시 “이란이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상대는 아니라고 하고, 트럼프는 맞다고 하고, 시장은 그 사이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늘 같은 방식으로 협상 분위기를 만든다. 먼저 위협하고, 그다음 “상대가 먼저 연락해 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상대의 부인까지 오히려 협상 드라마의 일부처럼 활용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협상 신호가 나온 뒤에도 압박이 전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협상을 시작하면 강도를 낮춰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1기 때 그는 “중국과 협상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바로 다음 날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2기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90일 유예를 발표한 뒤, 바로 다음 날 대중 관세를 145%까지 올렸다.

공격 유예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식의 위협을 계속 던졌다. 협상을 한다면서 왜 더 세게 때리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만, 트럼프식 문법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그에게 협상은 긴장을 낮추는 과정이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압박을 미세 조정하는 과정이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협상을 하겠다’고 하고, 다음 날 ‘대국민 TV 연설’을 예고했다. 시장은 이란과 휴전 및 협상을 발표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와 반대로 트럼프는 ‘이란을 앞으로 2~3주 동안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시장은 폭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말도 늘 비슷한 방향으로 간다. 처음에는 당장 전면 충돌이 날 것처럼 보이지만, 끝에 가서는 완전한 파국도, 완전한 타결도 아닌 중간 단계의 합의가 나온다. 1기에는 ‘90일 관세 유예’와 ‘협상 개시’가 그랬다. 2기에도 ‘90일 관세 유예’와 제네바 합의가 결국 성사됐다.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도 ‘2주 휴전’이 발표됐다. 휴전 이후에도 공격 위협과 봉쇄를 이어가는 모습 역시 관세 협상 당시 ‘90일 유예’ 이후 행동과 완전히 같다.

결국 1기 관세 전쟁, 2기 관세 전쟁, 이번 미·이란 전쟁을 나란히 놓고 보면 문장이 아니라 장면이 겹친다. 먼저 가장 거친 말이 나온다. 그 다음 갑자기 유예가 나온다. 이어 “상대가 먼저 연락해 왔다”는 말이 나온다. 상대는 부인한다. 그 와중에도 압박은 더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엔 완전하지 않은 합의가 나온다. 순서까지 거의 똑같다. 그래서 이번 전쟁을 보며 사람들이 “트럼프는 정말 똑같이 했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건은 달라도, 트럼프의 행동 패턴은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관세를 다룰 때도, 전쟁을 다룰 때도 늘 같은 방식으로 판을 흔든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방식이 트럼프의 일상 리듬과도 무척 닮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유출된 일정표를 보면, 그는 오전엔 항상 TV를 보고, 신문을 읽고, 전화를 돌리며 여론과 뉴스 흐름을 훑는 패턴을 반복한다.

스테이크는 항상 웰던으로 익혀 먹으며, 케첩에 찍어 먹는다. 그러면서 와인 같은 술을 절대 곁들이지 않고, 음료도 다이어트 콜라만 마신다. 겉으론 충동적이어도, 실제론 자기만의 루틴 위에서 움직이는 셈이다. 외교와 통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정보를 흡수하고, 다음엔 강한 언어로 판을 흔들고, 마지막엔 협상 공간을 남긴다.

KB증권 리서치 센터는 3월에 이미 트럼프의 이런 패턴을 파악하고, 향후 트럼프의 대응도 똑같은 순서로 진행되리라 전망하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발간한 바 있다. 투자자도 이런 트럼프의 일관된 협상 패턴을 알아챘다면, 트럼프의 계략에 말려들어 증시가 급락한 3월 말부터는 주식을 되레 매수했을 것이다.

이런 고정된 패턴을 봤을 때,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그림이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나 금리 인하 압박 등과 같이 11월 중간선거가 있기 전에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러 묘수 말이다. 투자자도 충분히 트럼프 전략을 역으로 이용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8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미·중 관세협상의 주요 사건들을 날짜순으로 정리한 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중국의 반응, 관세 부과 및 연기 등 당시 무역 전쟁의 긴박했던 전개 과정과 핵심 헤드라인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2025년 4월부터 7월 사이의 미·중 충돌과 관세협상을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 표'다. '해방의 날' 관세 발표부터 양국의 갈등 심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네바 합의와 한국 관련 합의에 이르는 과정 및 관세율 변화 등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국민은행)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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