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투자 붐이 불러온 고(高)환율

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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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호가 그려진 초록색 주사위들 사이에 파란색 인공지능 로고가 새겨진 흰색 주사위'가 섞여 있다.

반도체 호황에 경상 흑자 최대,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상승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생산과 수출은 최대 호황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국내 무역수지는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무역수지는 74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간에 기록한 115억 달러 대비 무려 6배가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해에만 147.1%에 달한다.

무역수지 흑자로 경상수지 역시 흑자 폭이 월간 기준 최대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경상수지는 737억8,000만 달러에 달하며, 동기간 상품수지가 73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은 상품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반도체 호황은 국내 경제성장률도 견인했다. 올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7% 늘어났는데, 시장 예상치가 0.9~1.0%임을 감안하면 예상치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성장이다. 1분기 성장 역시 반도체가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생산의 성장 기여도는 1.0%p, 수출 성장 기여도는 2.4%p에 이른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도 사상 최대치이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국내에 해외 자금, 특히 달러 자금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뜻한다.

문제는 이 같은 달러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점이다. 이는 달러 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대부분의 자금이 해외로 다시 빠져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환율이 더 상승했다는 것은 들어오는 자금보다 나가는 자금이 오히려 많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경상수지와 함께 금융계정수지도 살펴봐야 하는데,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기타 투자 등으로 구성된 금융계정수지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65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기업의 해외 설비 등 직접투자가 96억9,000만 달러, 해외 주식과 채권 같은 증권투자가 674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반도체수출호황에경상수지월간최대흑자

'2018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경상수지의 동반 상승 추세를 나타낸 이중 축 선그래프'다.

출처: 관세청, 한국은행, Bloomberg,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글로벌 AI 투자 붐, 달러/원 환율은 미국 AI 주가와 높은 동조

2025년 말 기준으로 국내의 대외 순금융자산은 무려 9,000억 달러에 달한다. 2024년 말 1조1,000억 달러까지 증가한 후 2025년에는 오히려 2,000억 달러가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이전 5,000억 달러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6년여 동안 4,000억 달러가 늘어난 셈이다.

이런 대외 순금융자산의 증가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과 높은 동조성을 보인다. 국내 대외 순금융자산은 2014년 이후부터 증가했고, 2020년까지는 완만한 증가 흐름을 보였으나, 2022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더니 2024년에 한 차례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5년의 순자산이 줄어든 배경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유입이 증가한 것과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해외로 나가는 자금의 속도가 다소 둔화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대외 금융자산은 직접투자보다 증권투자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해외 증권에서도 주식투자가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미국 주식투자에 집중되었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주식투자 비중 증가와 비금융 기업 및 가계 등에서 포괄적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2022년 이후 글로벌 AI 투자 붐이 일었는데다, 2025년에는 소액 거래도 가능하면서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대한 금융자산의 투자 열풍이 강하게 일어났다.

국내 반도체 호황 역시 글로벌 AI 기업의 투자 확대에 기인한다. AI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전해지고,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황도 호황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투자자의 주식투자 자금은 국내 반도체와 미국 AI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달러/원 환율은 흥미롭게도 국내 반도체 주가보다 미국 M7(대표 7개 기업)의 주가지수와 높은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

정리해보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지 않는 배경은 국내의 대외 순금융자산의 증가, 특히 해외 증권투자 집중과 연관성이 높으며, 그 가운데 미국의 AI 주가 상승과 달러/원 환율이 가장 높은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외 순금융자산의 증가와 달러/원 환율 상승

'2010년부터 2026년까지 대외 순금융자산의 증가 추세와 달러 및 원화 환율의 동반 상승을 보여주는 선그래프'다.

출처: 한국은행, Bloomberg,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미국M7ETF지수와달러/원환율의높은동조

'미국 M7 ETF 지수와 달러 및 원화 환율이 서로 유사한 흐름으로 상승하며 동조화되는 모습을 나타낸 선그래프'다.

출처: Bloomberg,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글로벌 AI 투자 붐이 꺾이면 환율은 내려갈까?

'정장을 입은 사람이 인공지능 로고와 화려한 데이터 그래픽'이 가상으로 구현된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그러면 글로벌 AI 투자 붐이 꺾이면 달러/원 환율도 이에 동조해 하락할지가 의문이다. 최근까지 환율이 오른 배경에서 가장 주요한 해외투자, 순금융자산 증가, 즉 달러 유입보다 유출이 컸다는 점에서 만약 AI 투자가 위축되면 역으로 유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출이 줄어드는 것 못지않게 유입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약 2,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분기에만 75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 흑자 폭 확대에 기인하고, 상품수지 흑자는 대부분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가 견인했다. 만약 AI 투자 붐이 위축된다면 국내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할 것이다.

국내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도 반도체 업황 호조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만약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급감한다면 국내 경제성장률도 큰 폭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 대외 수출과 국내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가 주도하고,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생산과 수출은 미미하다. 반도체와 컴퓨터, 무선 기기를 제외한 수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에 불과하다.

만약 AI 투자 붐이 위축되거나, 그로 인해 미국 AI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다면 미국에 투자한 국내 자금의 역내 환류도 예상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국내에 투자한 해외 자금의 유출, 특히 반도체 사이클을 기대한 자금의 이탈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까지 나타나면 오히려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 증권투자에 대한 기대 심리가 약화하고, 환율의 일방적 상승 편향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이처럼 중동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2022년 이후 고착화된 해외투자 수요, 글로벌 AI 투자 붐과 국내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기는 어려우며 그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전자장비의 성장 기여도

'2018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실질 GDP 내 전자장비 성장 기여도를 비교한 선그래프'다.

출처: Bloomberg,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국민은행)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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