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임차인 A씨는 보증금 3억원에 전세로 거주하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이사를 가야 했기에 계약 만료일이 도래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임대인은 "새 임차인이 들어와야 그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반환을 미뤘다.
또 다른 경우로, 임대인이 "임차인이 집을 파손했다"며 수리비를 요구하며 이를 명목으로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미한 흠집이거나 단순한 생활 마모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보증금에서 공제하기도 한다.
이때 만약 임차인이 계약 당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뒀다면 상황은 훨씬 수월하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보험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이후 보험사가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먼저 계약이 종료 사실과 보증금 반환 요청을 언제까지, 어떤 계좌로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임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추후 분쟁에 대비해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법원이 임차인의 신청에 따라 등기부에 '임차권'을 기재해 주는 절차로 임차인이 집을 비워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하는, 즉 법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되면 점유와 전입신고 요건을 상실하더라도 기존의 권리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다만, 이를 통해 곧바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등기부에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되면 신규 임차인들이 계약을 꺼릴 수 있어 임대인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권등기명령 기재만은 피하기 위해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