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 58년만의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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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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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 58년만의 폐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근 시효이익 포기 추정에 대한 종전 판례를 58년 만에 변경했다(대법원 2023다240299 판결). 이번 판례의 변경은 소멸시효 제도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법률관계, 특히 채무 변제 및 추심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멸시효제도란 무엇인가

우리 민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랜 법적 명제에 근거하여 소멸시효 제도를 명문화하고 있다. 즉,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민사채권의 경우 채권자가 10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종전 판례와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

종전 판례(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를 오랫동안 고수해왔다.

즉, 채무자가 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시효완성의 이익을 주장하지 않고 채무를 일부라도 변제했다면 채무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채무 전체를 채권자에게 변제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법률적 의미에서 '추정'이란 일단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증명 책임을 전환시키는 강력한 법적 효과가 있다. 즉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일부 변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채무자에게는 시효이익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채무자는 스스로 자신이 시효완성 사실을 몰랐거나 포기 의사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만 추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종전 판례의 추정 법리는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의 방어권 행사를 크게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58년만에 시효이익 포기를 추정하는 위 법리를 폐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법원이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를 폐기한 이유

대법원이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를 폐기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보통의 채무자라면 자신의 시효완성이라는 법적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굳이 불리한 법적 지위를 자청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둘째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소멸시효 중단사유 중 채무승인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반면, 시효이익 포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알면서 이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의사표시다.

그런데 종전 판례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채무승인 행위가 있으면 이로부터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구조를 취했기 때문에 부당하다.

셋째 추정 법리는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 승인이라는 행위만으로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시효이익 포기 의사를 너무 쉽게 추정한다는 점이다. 이는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한 해석을 요구하는 대법원의 일반적인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

넷째 추정 법리는 채무자를 본래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할 뿐 아니라, 대부업체나 추심업체 등이 시효완성 후 채무자에게 일부 변제 등 채무승인 행위를 압박하거나 유도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되는 등 정책적으로도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달라지는 부분은?

대법원 판례의 변경으로 앞으로는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하게 되며, 소송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입증과 증거 제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시효이익 포기의사가 있었는지와 관련하여 '채무자가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자발성' 및 '당사자 관계' 등의 요소가 쟁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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