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단풍, 그 너머로 보이는 도심까지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곳. 오토와산 중턱에 자리한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 오르면 비로소 교토에 왔음을 실감한다. 교토의 사찰 1,000여 개 가운데 기요미즈데라는 첫손에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778년 창건 이후 1633년 재건을 거쳐 40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오늘에 이르렀다. 교토의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스폿답게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끝없는 인파 행렬을 피하고 싶다면,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방법뿐이다. 기요미즈데라에 오르려면 통과의례처럼 지나야 하는 길이 있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돌길을 따라 100년 전 다이쇼 시대의 목조 가옥이 즐비한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다. 과거에는 참배를 위해 오르던 돌계단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거나 카페, 레스토랑, 편집 숍이 즐비한 쇼핑거리가 됐다.
이른 아침, 가게들이 문을 열기도 전의 니넨자카 거리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한적한 오르막길을 따라 10분 남짓 올랐을까. 묵직한 풍채의 기요미즈데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본당 건물은 거대한 나무 기둥 172개가 떠받드는 형세다.
높이가 13m에 달하는데 못 하나 박지 않고 지어졌다니 놀랍다. 노송나무 껍질을 이어 만든 전통 일본식 지붕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주름으로 그 무게감을 드러낸다. 본당에 있는 넓은 테라스 격의 툇마루 ‘기요미즈노부타이’는 교토의 계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탁 트인 풍광 앞에서 이질적으로 여겨지던 교토타워도 이 순간만큼은 꽤 낭만적이다.
산넨자카를 통해 걸어 내려와 기온(祇園)으로 향했다. 기온은 교토의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구역으로, 골목마다 ‘마치야’라고 하는 일본 전통 가옥이 즐비하다. 절제미를 품은 옛집들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찻집, 식당, 주점으로 영업 중이다.
그중에는 에도 시대의 고급 요정도 있다. 기온의 골목은 교토의 게이샤 문화의 중심지다. 예술을 뜻하는 ‘게이’와 사람을 뜻하는 ‘샤’를 합친 게이샤는 음악 연주와 무용, 시 짓기 등 일련의 수련 과정을 거친 전통 예술가다. 교토에서는 게이코라고 하는데, 기온의 게이샤 골목에서는 하얀 얼굴에 기모노를 차려입은 게이코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낮보다는 이른 저녁에 가야 게이코를 볼 확률이 높지만, 무턱대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면 곤란하다. 게이코를 무분별하게 촬영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촬영을 금하거나 아예 관광객 출입을 막는 골목도 있으니 주의한다.
교토 시민의 쉼터이자 휴식처로 사랑받는 가모가와 강변은 단정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교토의 잔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낮보다는 해 질 무렵 산책하길 추천한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폰토초 거리는 조그마한 이자카야가 다닥다닥 모여 있어 밤에 활기를 띠는 곳이다. 서울 종로의 옛 피맛골을 연상시키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은은한 조명과 음식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 교토의 밤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