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의 법칙(Sahm Rule Recession Indicator)’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한 최저치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2019년 미 연준의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로디아삼(Claudia Sahm)이 과거 경기침체와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추적해 고안한 이론이다.
참고로 지난 8월 2일에 발표한 3개월(5~7월) 이동평균 실업률은 4.13%로, 2023년 8월에 발표한 3개월 이동평균 실업률 3.63% 대비 0.50%p 높아졌다. 바로 삼의 법칙에서 정의한 경기침체 요건에 맞아떨어지며,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배경 중 하나로 판단한다.
이처럼 고안된 지 5년밖에 안 된 삼의 법칙이 최근에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정확도와 신속성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경기침체 11번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1970년대부터는 침체가 시작된 이후 2~4개월 구간에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삼의 법칙이 적용됐다.
그리고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선언하기 전에 경기침체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신속성도 있다. 삼의 법칙은 평균적으로 침체가 시작된 지 약 3개월 후에 발동됐다. 이는 NBER이 공식적인 침체를 선언하기 전이며, 미국 국내총생산(GDP) 공개시점보다 앞선 것이다.
참고로 NBER은 미국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침체 상황으로 판단해 NBER 홈페이지에 공식 선언한다. 상당히 후행적이다. 반면 정확성과 신속성, 공식의 단순성을 기반으로 고안한 삼의 법칙이 최근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
단, 삼의 법칙은 미국 경기의 현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Indicator)이지 예측(Forecast) 도구는 아니다. 고안자인삼 역시 “삼의 법칙이 현재 지표”임을 강조한다. 또 “실업률이 경기 악화를 가장 늦게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이기에 경기침체를 예측 가능한 수준의 높은 정확도나 엄밀성이 요구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비슷한 지표로 미국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있다. 현재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이 25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편, 고용시장은 다른 경제 분야가 충분히 악화된 이후 경기둔화를 뒤늦게 반영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업이 노동 저장을 중단하고 해고에 나서면 미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의 고용 지표가 삼의 법칙이 발동될 수준이라면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판단할 하나의 근거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경기가 둔화해도 그 강도와 속도가 적정 수준일 때는 실업률은 좀처럼 급상승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 노동수급의 일시적 불일치로 실업률은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업 실적이 견고할 경우 실업률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 즉 일시적으로 삼의 법칙 기준에 맞아떨어지더라도 경기침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