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시장은 오름세 주춤, 빌라는 회복 탄력받을 듯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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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는 '서울'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정부는 지난 8월 8일 빌라로 대표되는 비(非)아파트시장 정상화 방안 등을 담은 ‘8.8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비아파트를 사면 세금도 깎아주고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아파트 수요 쏠림 현상을 비아파트로 분산·이동하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한동안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인기 아파트시장은 오름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급 확대 대책과 별도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수요 조절책에 나서고 있어서다. 따라서 최근 단기 급등 지역 아파트 추격 매수는 신중히 한다.

소형 빌라도 무주택 인정, 청약 경쟁률 높아진다

 

오는 11월부터는 빌라 등 소형 주택을 갖고 있어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는다. 이번 대책은 주택 매매 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약 때 무주택자가 많아진 만큼 인기 지역 당첨 커트라인과 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비아파트 구입자가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비아파트에는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이 해당한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 인정 대상 주택은 기존 면적 60㎡ 이하, 수도권 공시가격 1억 6,000만원, 지방 1억원 이하에서 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 지방 3억원 이하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재개발이 활발한 서울 강북 지역에 시가 7억~9억원짜리 빌라를 보유해도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약 기준 완화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제53조, 주택 소유 여부 판정 기준)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정부는 시행 시기를 오는 11월로 잡고 있다. 다만 추후 공시가격이 오르면 청약(입주자 모집 기준일 기준)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한다.

가령 취득 때는 주택 공시가격이 4억5,000만원이었는데 시세가 올라 5억2,000만원이 되면 무주택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청약가점 84점 중 무주택 기간 가점 항목은 최대 32점(15년 이상)이다. 현재 무주택 기간은 청약통장 가입자와 배우자를 모두 포함해 따진다. 또 무주택 기간은 나이와 관계없이 집이 없는 기간을 모두 인정받는 게 아니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되, 30세 이전에 결혼하면 혼인신고일부터 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 30세 미만으로 미혼인 무주택자의 가점은 ‘0점’이 된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 때 무주택자가 많아져 서울 등 인기 지역 경쟁률이 치열해질 것 같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7월 서울 지역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8.87 대 1이다. 이는 전국 12.47의 12배 수준이다.

입지나 가격 경쟁력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연말 이후에는 이 경쟁률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7월 말 현재 서울에서 1순위 통장 가입자만 398만3,423명에 이른다. 내 집 마련 수요자는 기대치를 낮추고 실속 청약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빌라시장은 빌라 전세 사기 후유증으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5,76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늘어났다. 특히 서울은 2,028건이 거래되어 1년 전 같은 달보다 25.3% 증가했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기간 7.2% 감소해 지역별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꿈틀거린다. 6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14% 올랐다. 6월을 포함해 상반기에 1.65% 오른 것이다. 서울 역시 6월 전달 대비 1% 오른 것을 포함해 상반기에 2.66% 상승했다.

선행지수격인 7월 잠정지수가 모두 반등세(전국 0.88%, 서울 1.91%)를 나타내 회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월 큰 폭의 내림세(-2.65%)를 보인 지방은 7월 잠정지수도 내림세(-0.49%)를 나타냈다. 따라서 지방은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조정 국면에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빌라시장은 회복세에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대체재인 빌라시장에 관심을 두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 혜택에 청약 시 무주택까지 인정하므로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 소형 빌라나 다세대, 다가구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건축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크지 않아 사업장별로 선별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재개발 가능성이 없는 곳은 이번 대책에도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빌라시장도 미래에 아파트 단지로 바뀔지에 따라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의 현행 건축 면적 제한을 60㎡에서 85㎡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도시형생활 주택은 그동안 소형 평형이 많아 ‘살림집’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없었으나 이제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이나 업무 지역 주변에 ‘미니 아파트 단지’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단지가 많은데 실수요에는 좋으나 투자가치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는 상승세 주춤 가능성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은 단기 과열권으로 진입한 양상이다. 대출 금리 인하, 전세 가격 상승, 분양가 인플레이션, 공급 절벽 불안이 겹치면서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일부 서울 핵심 지역 집주인은 기대심리에 호가를 1억~2억원 올리는 배짱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런 매물을 덜컥 사면 호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한다.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조만간 오름세가 주춤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당장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이 많지 않은 데다 기대심리도 높아 하락세로 전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러 지표를 보면 시장의 기대심리는 뜨겁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8월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8로 나타났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역사적 고점이던 2021년 10월(125)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다. 해당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현재보다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주보다 0.32% 올랐다. 연간으로 15%가 넘는 급등 장세다.

 

변수는 정부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수요 조절책이 서서히 나온다는 점이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요 억제책이 아니더라도 수요 조절책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 과열을 막고 안정세를 유도하는 것은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응당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 당국은 9월 1일 시행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더 높게 적용했다. 즉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0.75%p가 아닌 1.2%p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DSR 한도가 턱밑까지 찬 차주(借主)들은 스트레스 DSR이 붙으면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60%를 차지하는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금리를 최대 0.4%p 인상했다. 또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현재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에만 적용하는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시행할 경우 부동산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금리나 유동성, 대출 규제 등 금융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집값이 싼 지방과는 달리 가격대가 높아 집을 살 때는 대출을 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9월을 전후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한국도 연말쯤 금리를 낮출 것이다. 하지만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는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진 점, 가격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한 점에서 볼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인하하더라도 그 영향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 인천, 지방 아파트에 더 많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상가나 토지, 오피스텔, 빌딩 등 비아파트시장 역시 금리 인하로 수익률이 올라가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따라서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매물에 선별적으로 접근한다. 시장에 대해선 단순한 비관론이나 긍정론이 아닌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강'에 배가 띄워져있고 그 뒤로 '한강변' 아파트단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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