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빌라도 무주택 인정, 청약 경쟁률 높아진다
오는 11월부터는 빌라 등 소형 주택을 갖고 있어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는다. 이번 대책은 주택 매매 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약 때 무주택자가 많아진 만큼 인기 지역 당첨 커트라인과 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비아파트 구입자가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비아파트에는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이 해당한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 인정 대상 주택은 기존 면적 60㎡ 이하, 수도권 공시가격 1억 6,000만원, 지방 1억원 이하에서 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 지방 3억원 이하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재개발이 활발한 서울 강북 지역에 시가 7억~9억원짜리 빌라를 보유해도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약 기준 완화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제53조, 주택 소유 여부 판정 기준)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정부는 시행 시기를 오는 11월로 잡고 있다. 다만 추후 공시가격이 오르면 청약(입주자 모집 기준일 기준)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한다.
가령 취득 때는 주택 공시가격이 4억5,000만원이었는데 시세가 올라 5억2,000만원이 되면 무주택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청약가점 84점 중 무주택 기간 가점 항목은 최대 32점(15년 이상)이다. 현재 무주택 기간은 청약통장 가입자와 배우자를 모두 포함해 따진다. 또 무주택 기간은 나이와 관계없이 집이 없는 기간을 모두 인정받는 게 아니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되, 30세 이전에 결혼하면 혼인신고일부터 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 30세 미만으로 미혼인 무주택자의 가점은 ‘0점’이 된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 때 무주택자가 많아져 서울 등 인기 지역 경쟁률이 치열해질 것 같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7월 서울 지역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8.87 대 1이다. 이는 전국 12.47의 12배 수준이다.
입지나 가격 경쟁력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연말 이후에는 이 경쟁률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7월 말 현재 서울에서 1순위 통장 가입자만 398만3,423명에 이른다. 내 집 마련 수요자는 기대치를 낮추고 실속 청약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빌라시장은 빌라 전세 사기 후유증으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5,76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늘어났다. 특히 서울은 2,028건이 거래되어 1년 전 같은 달보다 25.3% 증가했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기간 7.2% 감소해 지역별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꿈틀거린다. 6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14% 올랐다. 6월을 포함해 상반기에 1.65% 오른 것이다. 서울 역시 6월 전달 대비 1% 오른 것을 포함해 상반기에 2.66% 상승했다.
선행지수격인 7월 잠정지수가 모두 반등세(전국 0.88%, 서울 1.91%)를 나타내 회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월 큰 폭의 내림세(-2.65%)를 보인 지방은 7월 잠정지수도 내림세(-0.49%)를 나타냈다. 따라서 지방은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조정 국면에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빌라시장은 회복세에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대체재인 빌라시장에 관심을 두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 혜택에 청약 시 무주택까지 인정하므로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 소형 빌라나 다세대, 다가구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건축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크지 않아 사업장별로 선별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재개발 가능성이 없는 곳은 이번 대책에도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빌라시장도 미래에 아파트 단지로 바뀔지에 따라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의 현행 건축 면적 제한을 60㎡에서 85㎡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도시형생활 주택은 그동안 소형 평형이 많아 ‘살림집’을 원하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없었으나 이제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이나 업무 지역 주변에 ‘미니 아파트 단지’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소단지가 많은데 실수요에는 좋으나 투자가치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