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 시장은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금리 급등, 매수 심리 위축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태풍까지 겹쳐 2023년 하반기에는 법원 경매 물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급적 급급매 상품 중 가격 메리트가 있는 자산을 중심으로 선별 관심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경제는 양면이다. 2023년은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 흐름을 잘 읽고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은 반비례 관계다. 채권 전문가 대부분은 한국은행이 2023년에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3.5~3.75%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2년 말 대비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정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새해 1월, 2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 3월에는 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 일정이 없다. 일단 금리의 피크는 1분기, 늦으면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리 인하 시기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물가 목표 수준 2%를 제시한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1%로 높아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2024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올릴 때는 기습 인상을 했지만 내릴 때는 감질나게 찔끔찔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버스로 치면 인상은 급행, 인하는 완행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세계 13개국에서 물가상승률이 5%에 도달한 뒤 2%로 낮아지기까지 10.4년이 걸렸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2022년 11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다.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이다. KB증권은 “물가 부담으로 금리 인하를 시장의 기대만큼 빨리 단행하지 못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3년간 빚테크보다 저축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큰 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가는 보수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에도 높은 금리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전년 말 대비 2.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은 2.0% 하락하고, 지방은 3.0% 떨어져 지방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세는 매수세 축소로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추가 유입되며 전국 기준 0.5%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3.5% 하락, 전세 가격 4.0% 하락으로 각각 내다봤다. 집값은 수도권(-3.0%)보다 지방(-4.0%)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역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모두 전년 말 대비 3~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연구원에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는 달리 전세와 매매 동반 약세를 전망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23년은 고금리가 연중 계속될 수밖에 없어 매매와 전세 모두 약세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은 전세를 구할 때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 고금리 부담으로 고가 전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주택 시장의 내부 역학 관계만 고려한다면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거시 및 금융 시장 변수를 감안하면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충격 국면에서는 전세나 매매 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23년 전셋값 상승세 전망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새해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되돌려줄 보증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면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빚 돌려 막기’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사 필자의 전망이 틀려 전셋값이 일부 오른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집주인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3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3만7,671가구로 10년 평균치보다 1.54% 늘어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만3,975가구로 10년 평균치보다 28.3% 정도 줄어든다.
따라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입주 물량과는 별도로 상승 랠리가 마무리되면서 과열에 따른 후유증으로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집값이 급락하면 전세가 비율이 높은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깡통 주택이 속출할 수 있다. 깡통 주택은 집을 팔아도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주택이다. 그 깡통 주택에 사는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위험성은 바로 깡통 주택과 깡통 전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