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동산 시장, 금리 흐름이 결정적 변수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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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부동산 시장은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금리 급등, 매수 심리 위축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태풍까지 겹쳐 2023년 하반기에는 법원 경매 물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급적 급급매 상품 중 가격 메리트가 있는 자산을 중심으로 선별 관심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경제는 양면이다. 2023년은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 흐름을 잘 읽고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은 반비례 관계다. 채권 전문가 대부분은 한국은행이 2023년에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3.5~3.75%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2년 말 대비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정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새해 1월, 2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 3월에는 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 일정이 없다. 일단 금리의 피크는 1분기, 늦으면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리 인하 시기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물가 목표 수준 2%를 제시한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1%로 높아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2024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올릴 때는 기습 인상을 했지만 내릴 때는 감질나게 찔끔찔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버스로 치면 인상은 급행, 인하는 완행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세계 13개국에서 물가상승률이 5%에 도달한 뒤 2%로 낮아지기까지 10.4년이 걸렸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2022년 11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다.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이다. KB증권은 “물가 부담으로 금리 인하를 시장의 기대만큼 빨리 단행하지 못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3년간 빚테크보다 저축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큰 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가는 보수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에도 높은 금리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전년 말 대비 2.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은 2.0% 하락하고, 지방은 3.0% 떨어져 지방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세는 매수세 축소로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추가 유입되며 전국 기준 0.5%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3.5% 하락, 전세 가격 4.0% 하락으로 각각 내다봤다. 집값은 수도권(-3.0%)보다 지방(-4.0%)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역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모두 전년 말 대비 3~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연구원에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는 달리 전세와 매매 동반 약세를 전망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23년은 고금리가 연중 계속될 수밖에 없어 매매와 전세 모두 약세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은 전세를 구할 때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 고금리 부담으로 고가 전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주택 시장의 내부 역학 관계만 고려한다면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거시 및 금융 시장 변수를 감안하면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충격 국면에서는 전세나 매매 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23년 전셋값 상승세 전망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새해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되돌려줄 보증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면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빚 돌려 막기’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사 필자의 전망이 틀려 전셋값이 일부 오른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집주인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3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3만7,671가구로 10년 평균치보다 1.54% 늘어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만3,975가구로 10년 평균치보다 28.3% 정도 줄어든다.

 

따라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입주 물량과는 별도로 상승 랠리가 마무리되면서 과열에 따른 후유증으로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집값이 급락하면 전세가 비율이 높은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깡통 주택이 속출할 수 있다. 깡통 주택은 집을 팔아도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주택이다. 그 깡통 주택에 사는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위험성은 바로 깡통 주택과 깡통 전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악재가 중첩된 시장

2023년 부동산 시장의 변수를 나타낸 표, '실물경기의 침체외 둔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등이 예상됨.

2023년 집값 하락세를 예상하는 연구 기관들

2023년 '집값의 하락세'를 예상하는 주요 연구 기관들을 나타낸 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는 하락, 전세는 상승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나머지 연구기관들은 매매와 전세 모두 하락을 예상함.

깡통 주택과 깡통 전세 동시 발생 가능성

'깡통 주택'과 '깡통 전세'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된 그래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국적으로는 상승할 것임, 집값이 급락하며 깡통주택이 속출할 수 있음.

자료: 부동산114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라

금리 급등으로 대출을 많이 내서 주택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택 시장 흐름을 이끈 2030세대 역시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영끌’로 집을 샀지만 집값이 급락하면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서다.

 

따라서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경기 불황을 상대적으로 덜 탄다는 중소형 아파트 시장도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과 재개발,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하는 투자용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더 심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에 나설 수 있으나 예년처럼 집값이 크게 들썩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또 시중금리와 비교 우위를 통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 감소 영향도 불가피하다. 대지 지분이 많지 않고 단순한 임대소득만을 추구하는 구분상가나 오피스텔 역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레버리지를 많이 쓰지 않는 토지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토지 시장도 활기를 띠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익형 부동산이나 토지 등은 수요가 많지 않아 거래 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다.

 

이번 하락장에서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표준화된 상품으로 채권처럼 거래되는 아파트만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토지, 빌딩, 상가 등 비(非)아파트는 가격 하락도 크지 않아 실속이 없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공실(빈 사무실)이 늘어 2023년 하반기 이후 빌딩 매물이 제법 나올 수 있으나 어느 정도 가격 메리트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빌딩 등은 기업의 부도가 많아져야 나온다. 법원 경매 시장 역시 하반기가 되어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닥 착시 현상을 조심하라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에 숨통이 트일 기미가 보이면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든다. 시장 일각에서 흘러나온 집값 바닥론은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특성을 보인다. ‘집값이 이제 바닥 아닌가’ 하는 의제를 시장 참여자에게 던지는 것이다.

 

2023년에도 한동안 바닥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바닥은 세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바닥을 ‘다진다’는 약보합세를, 바닥을 ‘지난다’는 보합세를, 바닥을 ‘친다’는 강보합세를 각각 의미한다.

 

실제 바닥을 얘기할 때는 바닥을‘다진다’거나 ‘지난다’보다는 ‘친다’를 떠올리고, 또 그것을 기대한다. 집값 바닥 논란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건가’라는 조급증이 생긴다. 집값 바닥론이 집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IMF 외환 위기 당시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집값 바닥론이 수차례 나왔다. 하지만 집값은 잠시 바닥에서 반짝 올랐을 뿐 오히려 더 하락한 경우도 많았다. 처음 온 바닥이 진바닥(진짜 바닥)이 아니라 가바닥(가짜 바닥)이었던 것이다.

 

흔히 꼭지와 바닥은 지나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이는 현재를 무리하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단정해 해석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실제로 한동안 집값 바닥론은 부동산 시장의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혹시 바닥론은 집값 하락으로 손실을 입을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제거하는 것으로 언어 조작이 된 게 아닐까. 수사에 현혹되기보다는 냉철한 안목으로 시장을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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