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입자가 왕이죠.”
며칠 전 만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요즘 역전세난이 심각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요즘 역전세난은 고금리 충격으로 전세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까지 마비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세입자도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다.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는 것보다 월세로 지불하는 게 유리한 데다 깡통전세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 가격 하락은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많다는 얘기다.
이 바람에 전세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심하게는 반 토막이 났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2023년 1월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 비율은 52%로 2012년 5월(51.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 가격보다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로는 요즘 전세 시장 경착륙을 이렇게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전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생긴 후유증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전세 가격 급등에는 임대차 3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바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되면서 한동안 전세시장이 요동쳤다.
계약 기간이 2년에서 최장 4년까지 늘어나면서 집주인은 그 기간만큼 전세 가격을 올려 받겠다고 나섰다. 전세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에서 유통되는 매물이 줄어 일시적 수급난이 생겼다.
전세 가격이 고공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에 전세 가격 고점을 찍은 지역이 많다.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 차이가 줄어 갭투자도 기승을 부렸다. 매매든 전세든 심한 버블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세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가 역전됐다. 2~3년 전만해도 집주인이 갑이었지만 이제는 을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