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의 반등, 부동산 회복될까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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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수많은 아파트들을 내려다보는 듯함, 다양한 아파트와 건물들이 모여 있음.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돈다. 시장 선행지표인 KB선도아파트50지수는 5월 들어 전달 대비 0.1% 상승했다. 지난해 6월(0.06%) 이후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선도아파트50지수는 전국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선도아파트50지수에 들어가는 아파트 중 서울과 수도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여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다. 전세시장도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간 온도 차가 심하다. 향후 주택시장은 지역별 동조화보다는 각개전투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시장 반등세 나타날 듯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1% 내렸다. 서울도 같은 수준이다. 올초 주간 단위로 0.3~0.6% 하락하던 것에 비하면 낙폭이 많이 둔화했다.

 

KB선도아파트50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을 보건대 KB부동산 아파트 시세도 시차를 두고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월 전달 대비 0.01% 올랐다. 

 

수요자의 심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5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자 심리지수는 112로 전월 대비 4.2%p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섰다는 건 전월에 비해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심리적으로도 시장이 온기를 찾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집값이 반등 기미를 보이는 이유는 지속적인 규제 완화 효과에 15억원 대출 제한 폐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인 22%가량 급락했으니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적 반등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급락했지만 다음 해인 2009년에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시장은 관성의 법칙 혹은 경로 의존성이 작용하므로 아파트 시장에서 나타난 지금과 같은 온기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깡통전세, 빌라 사기로 사회 문제화한 비아파트 매매시장은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최근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거래가 뚝 끊기고 매매가격의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회복 시차도 클 것으로 보인다.

추세적 상승 전환인가

아직은 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높은 기준금리, 역전세난, 경기침체, 미미한 통화량(M2) 팽창, 소득 대비 집값 고평가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V자형으로 급반등하기는 녹록지 않다.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도 많아야 월 3,000건 중반대인데, 역대 평균치인 6,040건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거래량은 매수자의 심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데, 이 수치는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리고 KB부동산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5월 현재 50.9%로 낮아 갭투자를 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주택시장 흐름은 다양한 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우선 2008~2012년의 W자형 더블딥이 거론된다. 한동안 오르다가 다시 떨어지는 모양새다. 가령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1차 바닥을 찍은 뒤 잠시 상승하다가 다시 떨어져 4년 뒤인 2012년 12월에 가서야 2차 바닥을 찍었다.

 

흔히 말하는 쌍바닥이다. 혹은 바닥이 넓은 U자형, 완만한 기울기가 있는 욕조형, 한동안 오른 뒤 횡보하는 탁자형도 예상해볼 수 있다. 살펴야 할 지점은 어떤 유형의 회복세를 보이든, 곧바로 큰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역전세난이 회복의 관건

향후 전세시장 회복이 집값 향배의 풍향계가 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급락한 전세가격은 하락세가 축소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요즘 현장에서 전세를 찾는 사람도 제법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전세가격이 많이 하락한 데다 전세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까지 낮아지는 등 금융 부담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연 4.97%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보다는 전세 대출이자가 싸므로 전세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금리가 전월세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세시장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회복되는 건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아파트 전세 고점 계약은 2021년 3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 많았다. 재계약이 돌아오는 2년 뒤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다.

 

이 여파로 역전세난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고, 특히 비성수기에 심해질 수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면 역전세난은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으나 시장이 살아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전세시장도 상품별로 온도 차가 날 수 있다. 다세대, 빌라, 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은 ‘전세 공포’ 여파로 아파트보다는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것이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을 우려해 전세 보다 월세나 보증금을 낮춘 반전세, 반월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한동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의 대응 방법은

올 연말에 아파트 가격 바닥이 온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의외로 많아 놀랐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유튜브에서 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시장이 고수나 전문가의 전망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혹시 연말에 바닥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이 삶의 준거가 된 포노사피엔스 시대에는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예측한다고 해도 잘 맞지 않는다. 시장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의 흐름에 귀를 열어놓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수요자는 표본조사 통계에 의존하지 말고 장바닥 시세인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는 게 낫다. 표본조사 통계는 실거래가보다 후행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나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실거래가지수는 거래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만들어 바닥 지수에 더 가깝다. 실거래가지수는 거래량이 적거나 특정 단지 위주로 거래량이 많을 때 전체 시장과 따로 노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단점에도 표본조사 통계보다는 현장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해 개인 입장에서는 적합할 수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못지않게 유용한 지표가 KB선도아파트50지수다. 이는 흐름을 비교적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바닥 지표다. 이런 지표를 볼 수 없다면 인근 2,000가구 이상 랜드마크 아파트를 예의 주시하는 것도 좋다.

 

랜드마크 아파트는 거래가 잘 포착돼 하락기에는 먼저 떨어지고, 상승기에는 먼저 오르는 등 시장 흐름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하는 듯한 상황으로, 테이블 위에는 계약서와 노트북이 놓여있고, 한 쪽에서는 모형 집을 손으로 건네는듯한 모습임.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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