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시스템 불안이 새롭고 강력한 위험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다. 3월 BofA-메릴린치가 조사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큰 위험으로 시스템적 크레딧 이벤트(Systemic Credit Event)를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위험을 꼽은 사람도 여전히 많았지만,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2월과는 달리 응답률이 낮아졌다. 시스템적 크레딧 이벤트의 근원지로는 미국 그림자금융(응답률 34%)과 회사채(17%), 선진국 부동산(10%)이 꼽혔다.
지난 3월 10일,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Silicon Valley Bank)이 파산했다(2022년 말 자산규모 2,118억 달러). 3월 20일에는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딧스위스(CS: Credit Suisse)가 경쟁자였던 UBS에 30억 스위스프랑(32.5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2022년 말 자산규모 5,764억 달러).
두 은행 모두 공통적으로 고객의 대규모 예금인출이 나타났다. SVB에서는 3월 9일 하루 만에 전체 예금의 25%인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CS에서는 2022년 4분기에만 1,110억 스위스프랑(1,200억 달러)의 예금이 이탈했다.
SVB는 벤처캐피탈과 기술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서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원인이 되었고, CS는 자본 건전성과 유동성 모두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21년 아르케고스 사태 이후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기반 약화로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하며 운영위험관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예금 이탈의 원인이 되었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초고도 통화완화 정책으로 예금이 급격히 불어났고, 이 예금을 굴리기 위해 은행들은 채권에 투자했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하락했다.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이 낮아서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하면, 예금 감소(은행의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채권(은행의 자산)의 손실을 실현하면서까지 매각해야 한다. 이런 현상이 드러나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은행에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은행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한다.
금융당국이 예금보험을 보장한다고 약속해도 불안한 투자자들이 예금을 옮기기 시작하면, 내가 먼저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집단 불안심리가 형성되고 이러한 대규모 예금 이탈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문제가 없는 은행까지 흔들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