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성장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할 이유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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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바닥 위에 동전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쌓여있는 동전들 위에 흙이 다시 쌓여있고 그 위로 새싹이 피어난 모습의 사진.

성장 초기에 성장주 비중을 꾸준하게 늘려야 하는 이유

엔비디아(Nvidia)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S&P500 기업 중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과 아마존에 이은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섰다. 엔비디아의 향후 12개월 기업이익 전망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48배나 된다.

 

S&P500의 12개월 선행 P/E가 19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이 각각 29배, 31배, 19배, 4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지만, 그나마 5월 중순 62배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다.

 

지난 5월 하순,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학습용 GPU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로 2분기(5~7월) 매출액 실적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보다 50% 이상 높게 제시한 이후에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급등한 영향이다.

 

성장주에 투자할 때,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을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 멀티플(P/E)에 집중하면 장기 상승 기회를 놓칠 위험이 크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성장주 가격이 단기 과열권에 진입했고, 7월 실적 시즌 전까지는 조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그렇듯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다면, 비중 축소로 섣부르게 조정에 대비하는 전략은 오히려 장기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성장이 희소할 때일수록 성장의 매력을 찾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FOMO 매수세(수익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워서 매수하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주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기어렵기 때문이다.

 

조정 가능성이 높은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왜 성장주의 투자 비중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늘려가야 하고, 또 조정을 성장주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첫째, 실적 서프라이즈가 계속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1분기(2~4월) 매출액은 71억9,000달러였다. 2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110억 달러이고, 현재 시장은 105억 9,000달러로 전망 중이다.

 

그러나 실적이 좋을 때는 시장을 놀라게 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실적을 전망하고, 실적이 나쁠 때는 시장을 달래기 위해 낙관적으로 실적을 전망하는 미국 경영자들의 성향상, 그래서 실적 서프라이즈 또는 쇼크가 연속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2분기 매출액은 시장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은 엔비디아의 매출액이 7개 분기 안에 지난 1분기 수치의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 또한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독점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고 주장한다. 경영자들은 독점을 통해 시장 주도력을 확보하는 걸 추구한다. 그래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엔비디아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엔비디아의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엔비디아의 독점력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AI에 특화된 GPU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독보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은 2분기에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순이익도 빠르게 증가해서 2분기 20억4,000달러에서 2025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에는 약 3배 증가한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즉 밸류에이션 멀티플(P/E)이 오르고 있지만 이익성장 기대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이후 IT 업계는 AI 시장 확대 기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소셜 미디어와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장되는 시기를 돌아보면,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해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인지하고 있다.

 

어떤 상품/서비스의 수요가 그 상품/서비스를 소비하는 다른 소비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에 따르면, 먼저 시장에 진입해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의 페이스북, 숙박의 에어비앤비, 운송의 우버의 성공 모두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기여했다.

 

AI 시대에도 시장 선점 효과는 클 전망인데. 먼저 시장에 들어와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을 통해 AI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생성형AI(Generative AI)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Pre-trained) LLM은 인간과 유사하게 글을 만들 수 있다.

 

사용자가 많을 수록 그럴 듯한 문장을 만드는 ‘환각(Hallucination)’, 그리고 사용자의 요청이나 지시를 명확히 따르지 않는 등의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인터넷 혁명 또는 모바일 혁명기와 비슷하게,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서둘러 적용하지 않으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경계심도 높다.

 

셋째, 성장의 기운이 소진될 때는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이 50% 부근에 꽤 오랜 기간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 말에 고점을 형성한 이후에 꾸준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익이 빠르게 쌓이면서 ROE의 분모를 높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지난 1분기에 26억6,000달러였지만, 2분기에 40억 달러를 돌파하고 2024년 1분기에는 6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잉여현금흐름이 꾸준하게 쌓이면서 ROE를 낮출 때 즈음이면, 먹을 것이 많은 시장이라는 인식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독점력이 약해지고 성장 전망도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거나 늘리면서 주가를 다시 끌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변동성 관리

투자 수익률 공식에 따르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기대 수익률(r)이 높은 자산을 보유하거나 오랜 기간(t)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면, 변동성도 함께 높아지므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이 낮아진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을 늘려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장기 투자를 추구한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을 주식의 단기 변동성에 대한 대가라고 정의하면서, 주식을 장기 투자하면 주가 변동성을 낮추면서 위험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장기 보유하는 동안 생기는 변동성을 이겨내지 못해서, 장기 투자에 따른 효익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한 이익전망 경로를 감안할 때, 성장주 조정 시에도 비중 확대 전략 유지

BofA-메릴린치의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보면, 현금 비중이 전월 5.6%에서 5.1%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2년 초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의외로 주식을 늘리지는 않았고, 대체투자와 부동산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시장과 유로존 주식의 비중을 줄이면서 일본과 미국주식 비중을 높였지만, 미국주식 비중은 여전히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매도할 만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펀드매니저들은 전월 대비 기술주의 비중은 소폭 줄였는데, 대형 기술주로의 쏠림이 강하다는 응답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거에도 대형 기술주로의 쏠림이 강하다는 응답이 많았을 때, 대형 기술주의 강세 흐름이 계속됐던 경험이 있다.

 

성장주의 조정이 시작되더라도, 성장주 비중을 더 늘려가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AI 관련 중장기 성장 기대가 성장주 주가 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부담과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 성장주 조정의 이유들이 이익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기대까지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다.

 

AI 수혜 업종(소프트웨어, 반도체, 미디어/엔터 등)을 중심으로 강한 서프라이즈가 확인됐고, 예년에 비해 큰 폭의 이익전망 상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이격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조정폭을 감내할 수 있다면 긴 관점에서 성장주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펴져 있는 손바닥 위로 동전들이 쌓여있고, 동전들 옆으로 우상향하는 화살표가 지나가고 있는 이미지.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WM 투자전략본부장(CIO)로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작성합니다.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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