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상식을 깨는 차가 많습니다. 경차만큼 작은데 고급차여서 가격이 일반 대형차만큼 비싸거나, 둘밖에 타지 않는 쿠페인데 차체는 초대형이거나, SUV인데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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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식을 깨는 차가 많습니다. 경차만큼 작은데 고급차여서 가격이 일반 대형차만큼 비싸거나, 둘밖에 타지 않는 쿠페인데 차체는 초대형이거나, SUV인데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거나….
조수석을 없앤 볼보 XC90 라운지 콘솔 콘셉트
출처: 볼보
리무진도 그중 하나입니다. 보통 리무진이라고 하면 세단의 차체를 늘여서 추가 좌석을 배치하거나 뒷좌석 공간을 더 확보한 차를 말하죠. 자동차 차종 분류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할 것 없는 차입니다.
그런데 왜 리무진이 상식을 깨는 차일까요? 리무진 하면 일반적으로 대형 세단의 뒤를 늘여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차도 있습니다. 상식과는 거리가 멀게 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를 리무진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휠베이스를 늘인 아우디 A8 롱휠베이스 모델
출처: 아우디
리무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이미 나온 차를 개조 업체에서 차체를 잘라 길게 늘인 것과 완성차 업체에서 기본형 자동차의 휠베이스를 늘여 만든 롱휠베이스 모델이 있습니다.
이번에 알아볼 차는 완성차 업체의 롱휠베이스 버전입니다. 롱휠베이스 버전은 주로 럭셔리 브랜드의 기함에 있습니다. 뒷좌석 공간을 중시하는 자동차인 만큼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해 고급스럽고 아늑하게 꾸미는 거죠.
벤츠 E-클래스와 롱휠베이스 모델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벤츠 A-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럭셔리 브랜드는 기함급 대형 세단이 아닌 차에도 롱휠베이스 버전을 만듭니다. 특정 시장의 취향에 맞춰서 변형 모델을 내놓는 거죠. 대표적인 곳이 중국입니다. 중국에서는 뒷좌석이 넓은 차를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고급 대형 세단의 롱휠베이스 버전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중국은 차 가격이 비쌉니다. 럭셔리 대형 세단의 롱휠베이스 모델은 가격이 비싸서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으니, 아랫급 차종에 롱휠베이스 버전을 만들어 수요에 맞춥니다. 벤츠 A-클래스, C-클래스, E-클래스, GLC, BMW 3시리즈 5시리즈, X5, 아우디 A4, A6, Q2, Q5 등 다양한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옵니다.
BMW X5 롱휠베이스 모델
출처: BMW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인도에도 롱휠베이스 모델이 나옵니다. 바로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입니다. 2021년에 선보였고, 이번에 부분 변경한 신모델이 나왔습니다. 현지 특성에 맞춘 모델인 만큼 인도 첸나이 BMW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이죠. 현지 모델이라고 해서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롱휠베이스 모델이어서 길이에 차이가 날 뿐이죠.
인도 시장에 판매하는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출처: BMW)
출처: BMW
인도 시장에 판매하는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
출처: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의 길이는 4,823mm로 4,713mm인 일반 세단보다 110mm 깁니다. 길이보다 중요한 수치는 실내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겠죠.
그란 리무진과 일반 세단의 휠베이스는 각각 2,961mm와 2,851mm로 이 역시 길이와 마찬가지로 110mm 차이가 납니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고스란히 뒷좌석 공간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BMW 3시리즈 일반형
출처: BMW
BMW 3시리즈 롱휠베이스
출처: BMW
뒷좌석 공간을 늘린 모델이니 뒷좌석을 위한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겠죠? 커다란 파노라마 선루프로 공간감을 키우고, 앰비언트 라이트로 화사한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특히 앞좌석 등받이 뒤에도 앰비언트 라이트를 달아서 리무진만의 감성을 살렸습니다.
3구역 자동 공조장치에는 액티브 카본 필터를 넣어서 공기질을 최적화합니다. 헤드레스트 쿠션은 이전 모델에도 있던 품목인데 뒷좌석 중심 차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방음재를 사용해 소음을 줄인 것도 특징입니다.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 뒷좌석
출처: BMW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 실내
출처: BMW
자, 여기서 이제 의문이 하나 생기죠. 3시리즈 리무진을 사느니 5시리즈 세단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인도 시장에도 5시리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5시리즈 세단의 길이는 4,963mm로 그란 리무진의 4,823mm보다 140mm나 깁니다. 휠베이스는 5시리즈 2,975mm, 그란 리무진 2,961mm로 차이는 14mm에 그칩니다. 덩치로 따지면 5시리즈가 크지만 휠베이스로 보면 엇비슷합니다. 시작 가격은 그란 리무진이 579만루피(8,900만 원), 5시리즈가 654만 루피(1억50만 원)입니다.
BMW 5시리즈 세단
출처: BMW
1,000만 원 정도 더 주고 5시리즈로 가는 게 나아 보이지만 인도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인도에서 독일 3사 시장 규모는 연간 3만 대 수준입니다. 400만 대가 넘는 인도 신차 판매량의 1%도 되지 않습니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고려하면 판매 대수는 아주 적죠.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
출처: BMW
인도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낮아도 부유층의 씀씀이는 큰 편입니다. 고급차 판매 대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비싼 차의 비중은 높습니다. 인도의 중산층은 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신흥 중산층도 고급차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죠. 인도에서는 자동차 소비에 과시욕이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차종이라면 과시하기에 좋고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롱휠베이스 모델을 선호하는 거죠. 3시리즈를 타면서도 최고의 차를 소유한 기분을 누리고 싶은 심리를 라인업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에 첫 선을 보인 BMW 3시리즈 그란 리무진
출처: BMW
일반적으로 3시리즈 하면 콤팩트한 차체에 역동성을 강조한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시장에 따라서는 차체가 길고 아늑한 프리미엄 세단의 이미지가 더 강할 수 있습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차의 이미지도 달라지는 거죠. 인도에서 판매하는 3시리즈 그란 리무진에는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한 모습이 잘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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