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비사업 신...탁방식

정비사업 신탁방식이 뜬다고? 조합방식 vs. 신탁방식

우리들의 집이슈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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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는 침체된 상황이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열기는 뜨겁습니다. 노후화된 도시와 단지를 정비해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이는 곧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그런데 정비사업은 사업 시행 주체에 따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정비사업의 두 가지 방식에 대해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의 첫걸음, 조합방식 vs. 신탁방식 뭐가 다른 걸까?

'도시정비사업 조합방식 신탁방식 비교'를 보여준다.  '조합방식'은 입주민중 임원진을 꾸려 모든절차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는방법이고,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법을 말한다.

정비사업은 크게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조합방식은 입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에서 임원진을 꾸려 각종 인허가, 시공사 선정, 분양 등 모든 절차를 조합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비사업은 대부분이 조합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죠.

반면,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이나 토지 등 소유자를 대신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법입니다. 조합방식의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현장들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는데요.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도입니다.

신탁방식은 신탁사의 역할에 따라 또다시 2가지 방식(사업시행자, 사업대행자)으로 나뉘게 됩니다. 사업시행자 신탁방식은 시행사의 주체가 신탁사가 되는 반면, 사업대행자 신탁방식은 시행사는 조합이, 나머지 업무는 모두 신탁사가 대행해서 관리합니다. 두 방식 모두 신탁사가 하는 역할은 비슷하지만, 사업시행자 방식은 신탁사의 책임이 크고, 사업대행자 방식은 조합과 신탁사가 리스크를 분담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자료. 조합방식의 장점은 '조합원 의견수렴 반영이 높은대신 의견 충돌시 사업이 지연'.  '신탁방식은 자금조달이 유리한대신 단점으로 일정 수준의 신탁수수료가 발생.'

그렇다면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은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먼저 조합방식은 조합원이 사업 주체이기 때문에 자율성이 높고, 영향력도 강한 편입니다. 따라서 조합원 의견이 사업에 최대한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실제로 건설사들은 조합방식 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 측에 더 좋은 설계와 마감재, 낮은 공사비 등을 제안하며 수주전에 뛰어들곤 합니다.

다만 조합방식은 조합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조달, 심의 등의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고, 조합원 의견 충돌로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는데요. 또한 투명성 유지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신탁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 속도입니다.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사업시행자 방식)만 얻으면, 조합방식 사업에서 요구되는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등의 절차는 생략 가능합니다. 통상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에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탁방식을 채택할 경우 정비사업 기간을 3년 정도 앞당길 수 있는 셈입니다.

또한 신탁사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금조달이 원활하며, 높은 전문성, 투명한 자금관리, 공사 리스크 감소에 따른 공사비 절감 등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미 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성이나 자금 부족 문제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사업대행자 신탁방식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신탁방식도 분명한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신탁수수료’인데요. 통상 신탁방식을 통해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일정 수준의 신탁수수료가 책정됩니다. 또한 조합원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시공사 갈등… 7년만에 각광받는 ‘신탁방식’

한편,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탁 방식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탁수수료’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대부분의 정비사업은 조합방식을 통해 진행됐는데요. 그러나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공사비가 증가하자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신탁방식으로 눈을 돌리는 사업지가 늘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3월에 예정되어있는 서울 내 정비사업 추진 단지 '신탁방식 설명회 현황'을 보여줌. '참여 신탁사'는 KB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우리자산신탁 등이 있다.

실제로 서울 내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신탁방식 설명회를 개최하고,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1일,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신월시영’은 KB부동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으며, 26일에는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남서울럭키’가 KB부동산신탁을 비롯한 3개 신탁사를 초청해 신탁방식 설명회를 개최했는데요. 신월시영의 경우 주민 대상 설문 결과 92%가 신탁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노원구 상계한신3차 아파트와 종로구 창신10구역도 하나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창신10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고,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주민들의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표로 신탁사와 사업 진행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오랜 기간 조합 방식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신탁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8∙16 대책을 통해 조합방식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전문성∙투명성 부족을 신탁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정부는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주민 해지권한 보장, 신탁 종료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자 선정권 명시 등을 포함하는 표준계약서 도입 등의 계획을 선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해 봤습니다. 어떤 것이 명확히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각 사업지마다 더 어울리는 방식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신탁방식이 떠오르고 있는 추세지만, 과연 지금까지 굳건하게 입지를 지켜 온 조합방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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