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년 사이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리모델링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던 단지들이 1.10대책 발표 후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공사비 인상으로 늘어나는 추가분담금 때문에 리모델링을 아예 포기한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데요. KB부동산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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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 사이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리모델링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던 단지들이 1.10대책 발표 후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공사비 인상으로 늘어나는 추가분담금 때문에 리모델링을 아예 포기한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데요. KB부동산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재건축 규제 완화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우왕좌왕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1‧10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것인데요. 정부가 리모델링 촉진 정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같지만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고쳐 짓는 방식입니다. 재건축과 비교해 안전진단, 주민동의률 등의 부분에서 허가 문턱이 낮아 진행이 빠르고 공사비가 적게 드는 장점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죠.
그런데 정부가 1·10대책을 통해 준공 30년이 지날 경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했습니다. 이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한 노후계획도시도 51곳에서 108곳으로 확대하고, 허용 용적률 또한 법적 상한선인 150%까지 늘려 재건축 사업성을 높였습니다.
서울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현황은?
이렇게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연달아 내놓자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이 무색해졌습니다. 여기에 공사비 급증으로 분담금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조합이 해산되거나 시공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사화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우선 지난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올 4월 리모델링 조합 해산 총회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에는 계약한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하다 소송에서 패소해 112억원을 배상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선정한 새 시공사도 시공권을 포기하면서 사업이 곤경에 처했습니다. 조합 해산과 함께 재건축으로 바꿔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3월 송파구 송파동 ‘거여 1단지’는 초기 분담금 부담과 조합 운영비 논란 등으로 인해 임시 총회를 열고 리모델링 사업 중단을 결정했으며, 풍납동 ‘현대(강변)’도 지난 2022년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입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최근 조합해산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리모델링 사업이 주춤해지자 이들 단지의 시세도 조정받고 있는 모습인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2단지 전용 39.53㎡ 1월 실거래가는 11억3000만원(11층)으로 지난해 9월 거래된 12억2500만원(15층)과 비교해 4개월만에 1억원 가량 하락했습니다.
거여1단지 전용 39.6㎡도 지난해 9월 6억5000만원(10층)까지 중개거래 됐었는데 올 1월 5억4600만원(2층)에 거래되며 1억원 넘게 하락했습니다.
경기도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현황은?
경기도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활발했던 1기 신도시 내 단지들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우선 분당신도시 ‘매화마을공무원(1단지)’가 지난해 미모델링 분담금 확정 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뒤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리모델링이 승인된 지 1년여 만에 분담금이 예상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입니다.
2021년 2월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은 ‘한솔마을주공5단지’도 소송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평촌신도시에선 ‘은하수(청구)’와 ‘샘마을대우∙한양’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평촌리모델링연합회에서 탈퇴했습니다. 산본신도시에서는 ‘설악(8단지)’의 경우 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하면서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이 외에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위치한 ‘현대성우8단지’도 1억원 이상 늘어난 추가 분담금으로 부담이 가중되자 지난달 제출한 리모델링 사업 승인 신청을 취하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매화마을공무원1단지’ 전용 59.98㎡은 리모델링이 통과된 지난 2022년 5월 실거래가가 9억2500만원(14층)이었지만 가장 최근에 거래된 가격이 7억5000만원(4층/2023년 11월)으로 1년 반 만에 1억7500만원이 하락했습니다.
‘은하수(청구)’ 전용 55.44㎡는 지난해 8월 5억8500만원(9층)에 실거래됐지만 11월 5억5000만원(9층)까지 가격이 하락했으며, ‘설악(8단지)’ 전용 43.56㎡도 지난해 9월 2억6500만원(13층)까지 실거래됐으나 올 1월 거래에선 2억원(2층)까지 떨어졌습니다.
흔들리는 아파트 리모델링 해법 있을까?
이렇듯 리모델링 단지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데요.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재건축을 노선을 바꾸게 되면 기존 조합을 해산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등이 많이 드는 데다 기존 조합과 새 조합 간의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리모델링 관련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들도 존재하고 있는데다 리모델링만 해도 주거개선이 가능한 단지를 재건축으로 유도한다면 자원 및 사회적 낭비가 될 수 있는 만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이죠.
이처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규제가 까다로운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하던 리모델링은 최근 갑작스럽게 사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단지 모두를 다 재건축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으며 리모델링 사업의 장점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보완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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