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열린 OPEC+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협의체 ) 정례회의에서, 7~8월 월 생산쿼터를 각각 64.8만 배럴/일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증산량 43.2만 배럴/일에서 20만 배럴/일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OPEC+는 서방의 요청에도 추가 증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처음으로 기존 증산 스케줄보다 증산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생산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 증산 결정이다. 5월 31일,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합의 소식에 WTI가 120달러/배럴에 근접한 수준까지 급등했으나, 6월 1일 FT가 OPEC+에서 증산이 논의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하자 WTI는 113달러/배럴까지 하락 되돌림 한 이후, 증산 결정 이후에는 횡보 중이다.
■추가 증산량 크지 않으며, 실제 생산량 증가는 추가 증산량의 절반에 그칠 것
시장에서 큰 기대가 없었던 OPEC+에서 드디어 추가 증산을 결정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번 OPEC+의 7~8월 증산 결정은 현실적으로 원유 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로 큰 증산규모는 아니다. 추가 증산 결정은 월 20만/배럴 (기존 43만 배럴에서 64만 배럴로 증가)로, 예상되는 러시아의 원유 공급 감소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쿼터 증가가 생산량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 OPEC의 생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생산쿼터를 못 따라가고 있으며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부터 쿼터와 생산량 간 괴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OPEC+는 매월 40만/배럴을 증산하고 있음에도 3월 OPEC의 총생산량은 2월보다 감소했다 (-4천만 배럴/일). 생산량이 4월에는 다시 증가했으나, 전월대비 15.3만 배럴 증가에 그쳤다. 이에, 4월 기준으로 OPEC 10국 (쿼터에 해당하는 국가)의 총 생산량은 2,446만 배럴/일로 총 쿼터 2,531만 배럴/일을 총 85만 배럴/일 미달 중이다. 따라서, 이번 생산 쿼터 확대 중 실제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사우디, UAE, 이라크, 쿠웨이트 정도이며, 이들의 쿼터 증가는 10만 배럴/일이다. 즉, 실제 증산량은 국제유가를 하락시키기는 어려울 정도로 작을 것이다. 2) 여기에, 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 이란, 베네주엘라, 리비아 중 리비아의 생산량은 내전으로 인해 4월 전월대비 16만 배럴 감소했다. 3) 핵합의 협상 지연으로 연말까지 50만 배럴/일 이상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이란의 원유 공급 확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OPEC+ 증산이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단계일 가능성에 대한 기대
이번 OPEC+의 결정은, 원유시장 수급 불균형을 안정시킬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다. 다만, OPEC+에서 처음으로 추가 증산이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개선을 위한 첫 단계일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이번 증산 결정 직전 백악관 중동 담당 및 에너지 특사 등 고위급 관리들이 사우디를 수 차례 방문한 바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추후 일정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6월 말 사우디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 30차 OPEC+의 회의 (6월 30일)가 예정되어 있다. 이란과의 핵합의 협상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OPEC의 증산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추가적인 증산 기대감이 한동안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