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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 대출.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등으로 부터 전세 계약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전세계약이 끝나면 은행은 집주인으로부터 대출금을 돌려 받는다.

전세대출은 2008년 처음 도입된 이후 수년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1년 ‘반값 아파트’로 불리던 보금자리주택 공급 발표로 매매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세 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전세대출 확대 등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그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SGI서울보증 전세대출 한도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액됐고 2015년에는 5억원까지 늘었다. 현재 각 공적보증기관의 전세대출 한도는 △주택금융공사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4억원 △SGI서울보증 5억원 등으로 모두 임차보증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주금공과 HUG는 수도권 기준 보증금 7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에 대해서는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지만 SGI서울보증은 이런 제한이 없다.

서민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 정책에 따라 전세대출 잔액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초저금리 기조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급등하고 전세대출도 폭증세를 나타냈다. 2008년 10조원에 불과했던 전세대출 잔액은 2016년 50조원을 넘었고, 2019년 100조원 벽을 단숨에 깼다. 그리고 단 2년 만인 2021년 200조원을 돌파했다.

전세대출은 ‘갭투자 열풍’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서울의 전체 주택 매매에서 14.6%였던 갭투자(매매 시 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은 지난해 41.9%까지 치솟았다. 송인규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 은평구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 다세대·빌라 등을 전세 끼고 실투자금 1억원 안팎에서 사들이는 갭투자가 크게 늘었다”며 “해당 주택의 세입자 역시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갭투자의 원천…투기용 대출 막아야”
2022년 들어 금리 상승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 이 같은 갭투자가 향후 ‘깡통 전세’로 이어지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1년 무주택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을 갭투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매수하면서 깡통 전세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이들이 갭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이나 다른 전세대출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관련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가 쉽지만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원금 5%는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했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 기능이 워낙 커 함부로 손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은 선진국에는 비슷한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왔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어떤 파급효과가 나타날지 검증된 바 없다”며 “정부가 전세대출이 투기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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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장 금지법

대형마트 등에서 이미 생산된 제품을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걸 금지하는 법령(시행규칙)이다.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다.

2020년 1월 말 공포해 당해년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적발 시 제조사와 유통사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시중의 무수한 제품과 포장 형태 중 어떤 것이 재포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투명해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가 문제가 된 지침을 재검토한 뒤 2021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일정을 연기했다(2020년 6월 22일).

환경부가 1월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으로 발표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금지법)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포장, 다른 하나는 과대포장 관련 규제다. 과대포장 규제는 앞으로 환경부 계획대로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재포장 관련 규제다. 규제 내용이 시도때도 없이 바뀌면서 업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공장에서부터 바코드가 찍혀 나오는 묶음할인 상품이 대표적이다. 1월 환경부는 업계의 질의 응답에서 “통상적으로 묶음 상태에 바코드가 표시된 판매 상품은 재포장이 아니다”며 “공장에서 박스째 출고되는 맥주 6캔, 12캔, 24캔 상자 등은 판매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관련 업계는 이후 별도 지침이 없어 할인판매용 박스 제품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6월 3일 상황이 크게 변했다. 환경부가 재포장금지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 처음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다. 환경부가 이날 내놓은 ‘앞으로 금지되는 재포장 묶음 사례’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묶음 상품 대부분이 포함됐다. CJ제일제당 ‘맛밤 1박스’, 샘표 ‘연두 2묶음’, 농심 ‘신라면 용기면 1박스’, 동원F&B의 ‘동원참치 4개묶음’, 요구르트 묶음 제품, 하이트진로의 ‘맥주 6팩’, 각종 샴푸 등 세제 2개 세트 등이 사진으로 나열됐다. 이렇게 제품을 박스 형태로 할인 판매하면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에 300만원씩 과태료를 물리는 ‘양벌제’를 적용한다고 했다. 할인 프로모션을 마케팅으로 시행해온 관행을 1개월 만에 싹 다 바꾸라는 얘기였다. 환경부는 18일 가이드라인 발표 때도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상품을 띠지로 묶어 ‘1+1’ 또는 ‘4+1’ 형태로 파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왔다갔다’의 연속이었다. 1월에는 불허했다가 이달 3일 간담회에서는 “한시적으로 띠 묶음 판매는 인정한다”고 물러섰다. 그러다 6월 18일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시 안 된다고 못박았다.

포장 규제지만 가격 개입 아니다?

창고형 할인 매장에 대한 재포장 규제도 마찬가지다. 1월부터 불허 방침을 유지하다 18일 가이드라인 발표에선 규제 적용 예외 대상으로 뺐다. 온라인 채널의 재포장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 하고 끝냈다.

환경부는 18일 가이드라인 발표 후 업계와 언론에서 이 같은 ‘갈지자 행보’와 가격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할인에 관한 안내 문구를 매대에 표기하고 낱개 상품을 싸게 파는 것, 공장에서 나올 때 이미 묶여 나오는 대용량 포장 제품, 테이프 띠지로 둘둘 말아 할인하는 묶음 제품 등을 모두 허용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여전히 환경부가 시장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테이프로 둘둘 말아 묶음 할인하는 건 허용한다’는 방침과 관련해 “요구르트, 김, 캔 음료 등은 외부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띠 포장보다는 박스나 비닐로 재포장할 필요가 있다”며 “테이프로 묶어 팔면 식품 포장의 기본인 안전과 위생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