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동산시장을 보는 눈: 소박스권 장세 예상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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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가 적힌 라떼와 집 모양의 모형, 꽃 한 송이가 놓여있다.

요즘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주택시장이 본격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내 집 마련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단기간에 급반등하면서 싼 매물이 소진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일부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된 영향이 크다.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조정 기대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아파트시장의 냉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갑자기 찬 바람이 확 부는 느낌이다. 정보전달이 빠른 스마트폰 시대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풍경이다. 수요자가 떼를 지어 기민하게 움직이니 시장 흐름도 갑자기 바뀐다.

 

시장은 추세라는 게 있다. 일단 상승세가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볼 때 2023년 9월을 정점으로 한 번 꺾였기 때문에 하락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하락 폭이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때만큼 깊거나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상저하고(上低下高)’ 속에 ‘소(小)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상반기 여건이 좋지 않다가 하반기에 조금 더 나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세가 급등락하기보다는 작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양상을 띨 것이다. 거래량은 예년처럼 많지 않아 불황 장세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인하, 하반기에나 이뤄질 듯

부동산 가격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의 시소게임 결과다. 상승 요인이 많으면 오를 것이고, 하락 요인이 많으면 내릴 것이다. 하지만 2024년은 하락과 상승 요인의 무게감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 우선 상승 요인부터 살펴보자.

 

2024년에 가장 주목할 것은 기준금리 동향이다. 주택시장은 투자 상품화가 진행되면서 금리나 유동성, 통화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금융 비용이 낮아져 수익률이 올라간다. 기존에 고금리로 대출받은 투자자도 한숨 돌리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24년 하반기 이후 2~3차례 낮출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금리를 연 3%로 전망한 곳이 45.2%로 가장 많았다. 연 2.75%로 전망한 곳이 32.3%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물론 시장의 예측은 기대가 섞여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인하 폭의 문제이지, 방향이 인하 쪽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는 물가와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를 전년 말 대비 2.6%로 예상한다. 2023년 11월은 전년 말 대비 3.3% 수준이다. 물가 부담이 낮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낮추리라는 게 금융계 전망이다. 하지만 전망이 항상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경제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유기체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금리 인하가 집값을 당장 자극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매매시장보다는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전세는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 동향에 좀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집값 하락 버팀목 될까?

그리고 1월부터 출시될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 가격을 떠받치는 특급 재료다.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연 1.6~3.3%의 저리에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부부 합산 기준으로는 연 소득 1억3,000만원, 자산 기준으로는 5억600만원 이하면 가능하다.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으로 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된다. 혼인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출산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주택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인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특례대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지역보다는 서울 외곽, 수도권, 지방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기보다는 하락을 막는 방패 역할 정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총선 결과에 따라 계류된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서다. 가령 아파트 매입임대사업 허용,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단기 양도세율 완화, 거주의무 등이 그것이다.


다만 정치 선진화로 돈 선거가 사라지면서 과거처럼 선거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뉴타운 공약이 쏟아진 2008년 총선을 제외하고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표심을 잡으려는 개발 공약은 나올 것이고, 그 경우 지역 차원에선 호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공약의 영향은 국지적이다. 그리고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고분양가 후폭풍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여전히 소득과 물가 대비 비싼 집값

하지만 악재도 만만치 않다. 집값이 단기간 반등하면서 급매물이 사라져 수요자 심리가 위축되었다. 가계 부채가 경제 수준보다 과도하고, 집값이 소득이나 물가에 비해 여전히 비싼 것도 악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5.2로 1분기(175.5) 대비 1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 말(203.7) 200선을 넘었으나 고금리 여파로 떨어졌다. 그래도 비싼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 130∼140선을 주택 구매가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아파트 가격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3년에 너무 크게 반등한 것도 악재라면 악재다.


수요자 기대 수준을 맞추려면 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또 최근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우려는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내 집 필요한 수요자의 대응법

이미 언급했듯이 아파트시장은 2023년 9월 고점을 찍고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정 시기를 2024년 6월 말까지로 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지금부터 새해 3월까지는 하락세, 4월부터 6월 말까지는 약세, 7월부터는 보합세 혹은 강보합세 전환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설 연휴 혹은 3·1절을 지나면서부터 급매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격 하락이 단기간, 빠르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요즘은 광속의 시대다. 주택시장의 수요자도 마치 시속 100km로 달리는 코끼리 떼 같다는 느낌이다. 비슷하게 생각(집단 사고)하고 무리 지어 행동(군집 행동)하다 보니 시장이 순식간에 돌변한다. 그래서 현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때 무조건 집을 사라는 뜻은 아니다. 흐름은 주시하되 타이밍만 의존하면 안 된다. 가격 메리트를 함께 봐야 한다.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덕목은 싸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고점(2021년 10월) 대비 강남 등 인기 지역은 20~30%, 나머지 지역은 30% 이상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해야 한다.


타이밍과 가격 메리트는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챙겨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다. 시장 전체의 타이밍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사고자 하는 아파트가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향후 주택시장은 체력이 약해 2013~2021년의 대세 상승 사이클보다는 미니 사이클이 반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은 소(小)사이클 장세에선 먹히지 않는다. 무릎이 상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매입가를 어떻게든 낮춘다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뭔가를 적고 있는 남자의 손이 보임. 계약서 같은 서류를 작성하고 있고,  집 키가 종이 서류 위에 놓여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 미래를 읽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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