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장기 성장 테마, AI와 반도체, 럭셔리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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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들이 쌓여있고, 동전들 위로 화살표와 꺾은 선 그래프가 상승하는 모양으로 떠있다. 보다 위에는 세 개의 원이 있으며, 원 안에는 각각 'AI','Semiconductor','Luxury'가 써져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아직 열어놓고 있지만,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p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한국의 가팔랐던 긴축 사이클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의 이슈가 남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크게 치솟았던 물가가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고 있고, 통화정책은 추가 긴축 가속보다는 누적된 긴축효과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피면서 관망하는 모드로 전환되었다. 금융시장의 관심도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흐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변동성으로 주식시장은 연초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이 12.8배까지 상승하는 등 추가로 오르기에는 밸류에이션 멀티플(P/E)이 높아지면서 비싸졌다.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후퇴했으며,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업종과 종목들은 테마를 형성하면서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혁신테크로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봇산업, 럭셔리 소비재 등의 성과 우위가 두드러진다.

 

성장이 희소한 국면일수록,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보이는 테마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최근 전 세계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 흐름은 정체되고 있지만, 기술 업종으로의 자금 유입은 뚜렷하다. AI 테마의 ‘미니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테크 등 성장주의 비중은 꾸준하게 늘려가야 한다.

미국, AI로 장착한 상위 7개 대형 성장주들만의 랠리

미국 증시의 강세는 대형 성장주인 혁신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5월 19일까지 S&P500은 올해 9.2%가 오르고, 다우는 0.8% 상승에 그친 반면, 나스닥은 20.9% 상승했다. 상승을 이끈 것은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인 대형 성장주(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인데, 이들은 S&P500 시가총액 증가분의 98.9%를 기여했다.

 

7개 기업의 주가는 올해 58.5% 급등했으며, 12개월 선행 PER 평균은 35.3 배로 이익전망의 약 3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시장은 사실상 횡보했다.

 

지금처럼 경기와 기업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되는 국면에서는, 실적이 확실한 혁신테크 등 고퀄리티 성장주로 자금이 쏠린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산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청정기술 확대를 위해 필요한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전략을 시행 중이다.

 

청정기술(전기차, 재생에너지), 컴퓨팅 관련 기술(반도체, 양자컴퓨터), 생명공학(바이오) 등은 다른 것들과 융합됐을 때 역량이 확대되는 결정적 요소라는 의미에서 ‘전력승수(Force Multiplier)’라고 표현할 만큼 전략적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압도적으로 확보해서 미국의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지원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 성장주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엔화 약세 영향으로 33년 만에 최고치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가 199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 약세가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상사주를 높게 평가한 이후 일본 증시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경제 블록화에 따라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 진영으로 나눠지면 자원을 확보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몇 년 전부터 일본 상사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가 안 되는 상장기업들에게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본 증시의 상승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일본을 중국 견제의 핵심으로 놓고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첨단산업과 군사력에서 중국에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인데, 이를 위한 경쟁력의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과 한국 반도체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중국-대만 간 무력 충돌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일본을 아시아 반도체 기지로 삼는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되던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존재감도 다시 부각되는 중이다. 최근까지 대만과 한국 기업들은 초미세 공정 경쟁에 몰두했는데, 기술 난도가 올라가면서 기술 고도화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쟁의 흐름이 선단 공정 경쟁에서 후공정(패키징) 고도화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부장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공정 고도화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유로존의 럭셔리 소비재, 경기침체 우려에도 상승

경기침체 우려에도 럭셔리 명품 수요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초고가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인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와 에르메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23% 증가했다.

 

유럽 대표 지수인 Stoxx50의 올해 상승률은 15.9%로 미국 S&P500의 9.2%를 상회하고 있다. LVMH+28.6%, 에르메스 +38.6% 등 럭셔리 명품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크게 기여했다. LVMH는 유로존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LVMH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위, 에르메스는 40위기업인데, 삼성전자가 24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들은 높은 진입 장벽과 희소성에 기반한 가격 차별화 정책으로 20%를 훌쩍 넘는 고마진의 영업이익률과 20배를 상회하는 주가수익배율(PER)을 정당화하며 신고가를 경신해가고 있다. 럭셔리 명품 기업들의 뛰어난 실적과 주가 상승 배경에는 리오프닝과 경기 회복으로 재점화된 중국인들의 명품 수요가 컸다.

 

KPMG, 베인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럭셔리 시장은 팬데믹 시기에 축적된 초과 저축, YOLO 문화, 그리고 재테크 목적 구매 등의 이유로 경기 둔화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신흥 부유층과 MZ세대의 소비층 가세에 더해 메타버스/NFT와 같은 디지털 럭셔리 융합, 그리고 온라인 전용 플랫폼과 리세일마켓 성장 등으로 2030년까지 지금의 두 배에 이르는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 이상 고소득 소비 인구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5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투자 관점에서 럭셔리 명품 주식 포트폴리오는 리오프닝과 중국 경제 회복 테마에 변동성을 낮춰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 강력한 가격 전가력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기도 하다.

국내는 2차전지 쏠림 완화, 반도체와 삼성전자의 주도주 복귀

2차전지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반도체가 주도주로 복귀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올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0조9,000억원 샀는데, 그중 삼성전자를 9조4,000억원 순매수했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일부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상승 배경 중 하나다. 반도체 관련 업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긍정적이다.

 

첫째,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계의 투자 축소와 감산 정책에 의한 재고 조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올해 하반기는 스마트 기기 및 서버 교체 주기와도 맞물려 있어 반도체 시장의 하반기 실적 개선(턴어라운드)이 예상된다.

 

둘째, 미국 연준의 긴축 강도 완화는 채권금리 안정으로 이어져 혁신테크 성장주들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개선에 긍정적이다.

 

셋째, ChatGPT의 신드롬으로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이 보다 강력해졌다. 특히 컴퓨팅/데이터 스토리지, 무선통신, 자동차전자장비 분야 등이 산업 규모와 성장성 측면에서 주목된다.

 

코스피 상승은 그동안 밸류에이션(PER) 급등이 주도했지만, 최근 이익전망(EPS)이 급반등하고 있다. PER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주가는 상승하지만 이익전망이 계속 하향조정되기 때문에 실적을 고려하면 매수할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희소한 성장에 대한 꿈을 가진 개별주 랠리와 성장주 강세, 그리고 코스닥의 상대적인 강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익전망이 반등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펀더멘털이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가 강해지면 반도체와 같은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보인다. 코스피와 중대형주 중심의 강세로 재편될 전망이다.

사람이 패드 모양의 전자기기를 들고 있고, 전자기기 위로 막대 그래프와 우상향하는 화살표가 지나가는 사진.

※ 위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WM 투자전략본부장(CIO)로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투자전략에 대해 작성합니다.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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