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화. 국내...화 논의

1화.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을 통한 공공성 강화 논의

한·미 은행 간의 수익구조 및 수익성 비교 검토
시리즈 총 4화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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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은행업은 다소 집중된 시장이기는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경쟁도가 충분히 높은 시장임

 

  • 높은 진입 장벽 등으로 은행이 독과점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고, 소수 대형은행 재편에 따른 시장 지배력 강화로 시장 경쟁의 약화가 초래되었다는 비판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음
 
  •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3대 은행 자산집중도는 2021년 기준 56.3%로 미국과 영국,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OECD 국가들 중에서는 중하위권)

글로벌 주요 국가의 은행 집중도

'글로벌 주요 국가의 은행 집중도'를 나타낸 차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3대 은행 자산집중도는 2021년 기준 56.3%로 미국과 영국,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OECD 국가들 중에서는 중하위권)이다.

자료: World Bank

  • 지난해 말 발표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시장 집중도는 지난 2018.3월 대비 대체로 낮아져 전반적인 경쟁도가 개선됐다고 평가

    - 그동안 은행업 경쟁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계좌이동서비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의 지급결제 부문 진입 확대) 시행으로 경쟁환경 개선

    - 2018년 경쟁도 분석 당시와 비교해 중기대출 및 총예금 부문을 제외하고 총자산, 총대출, 가계대출 등에서 집중도 지표가 낮아짐

    - 특히,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저축은행과 기은·농협·수협 등까지 고려할 경우엔 은행업 집중도는 큰 폭으로 하락함

 

  • 한국은행은 2000~2015년 대상으로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평가하면서 대체로 완전경쟁에 가까운 독점적 경쟁 상황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음¹⁸

    - 개별은행의 경쟁도(경쟁적 영업행태 정도)와 경영건전성 간 관계에서 대체로 경쟁도가 커질수록 무수익여신비율과 부도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대출시장의 경쟁이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나타냄

 

  • 또한 금융연구원¹⁹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간 인수·합병, 그리고 이와 동시에 추진된 외형확대 전략 등으로 인해 은행 간 경쟁이 오히려 상승했음을 보고

    - 시중 집중도의 증대가 곧바로 시장경쟁의 위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²⁰

    - 여러 차례의 은행간 합병 불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의 시장경쟁은 오히려 증대되었거나 최소한 하락하지 않음

    - 모든 세부시장에서 완전경쟁에 가까운 경쟁이 있다고는 볼 수 없어도 우리나라 은행산업에는 대체로 높은 수준의 경쟁이 존재하며, 적어도 독과점 폐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님

¹⁸ ‘은행산업의 경쟁도 현황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2016년 2월호 논고

¹⁹ ‘우리나라 은행의 시장경쟁도 평가 및 정책적 시사점’, 서정호, 금융분석보고서 2016-04, 한국금융연구원

²⁰ 신규 기업의 진입이나 기존 기업의 퇴출이 없어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시장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며(Baumol, 1982), 이론적으로는 시장에 두 개의 경쟁자만 존재해도 가격이 한계생산비까지 떨어져 완전경쟁이 될 수 있음(Bertrand, 1883). Berger et al.(2004)과 Beck(2008)도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은행간 경쟁에 관한 적절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 

 

○ 은행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해법을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통한 ‘경쟁 시스템’의 강화로부터 찾기보다는, 은행이 공공적 제도로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상업성의 추구가 보장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

 

  • 은행업은 경제 주체들에게 자금을 융통·배분하고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로서 기능하는 등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사적인 이익 추구가 허용되면서도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고 있음
 
  • 다만 은행의 공공성은 금융시장 참가자들 간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자금의 중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는 것으로서, 사회구성원의 공동이익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공익적 역할 또는 사회적 역할과는 구분되어야 함
 
  • 은행의 공공성은 통화채널로서의 기능(통화수요의 조절을 위한 적정 금리의 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지급결제업무의 수행, 그리고 원활한 자금중개기능의 역할이 원활히 이루어짐으로써 확보될 수 있음

    - 은행에게는 신용제도가 유지되기 위한 효율적 결제 조직망 확충 및 신용평가 기능의 향상을 통한 공정한 자금조달과 분배로 신용거래 질서를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책무가 부여됨

    - 특히 은행은 자금중개에 따른 신용위험을 부담해야 하므로 자금의 공급자를 대리해 자금수요자를 심사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며, 대부자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를 기초로 적정한 가격(금리)을 산정하고 부여함으로써 자금의 배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

    - 이렇게 사전적·사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전문화된 기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음

 

  • 은행의 이러한 공공적 기능은 건전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행될 수 없으며, 이러한 공공적 역할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초래되면서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 의해 진입과 퇴출이 통제되고 높은 건전성 기준 등을 적용받고 있는 것임
 
  • 만약 진입규제를 완화해 이러한 공공적 기능들을 시장경쟁에 맡기게 될 경우 경쟁 심화에 따라 부실 차주에 대한 여신 확대 등 위험 추구행위 강화로 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리게 될 수 있고, 결국 공공적 역할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

    - 소비자 후생 증진을 목적으로 은행업을 완전한 경쟁산업으로 만들려면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엄격한 규제의 틀 내에서 은행의 공공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

    - 또한 은행업은 예금과 대출을 동시에 취급하며, 점포망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산업인 동시에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에 따른 어느 정도의 과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함

 

  • 은행의 상업성 추구와 공공성이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일반기업과 같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인 제도로서 존재할 수 없음

    - 물론 은행의 규제산업으로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상업성과 함께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인 은행이 공적 이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희생하는 경영을 할 수는 없음

    - 은행은 결국 경영방침과 결과가 공익에 부합되면서 한편으로는 견고한 수익성이 확보되어야만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기업으로서 국민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 가능. IMF의 경험은 은행이 수익성을 도외시 했을 때 국민경제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음

    - 따라서 사전적으로 공익적 역할을 부담하기보다는 사후적인 사회기여활동을 통해 분담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임

 

  • 금융당국은 경쟁 촉진을 위한 은행 추가인가 등으로 선을 그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효과’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를 봤을 때 정부가 의도하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됨

    - 지난해 말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취지와 달리 중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성장세를 지켜보면서 신규 은행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음

 

○ 각 산업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융통해줘야 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과열경쟁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것이 명약관화함

 

  • 은행산업 내 경쟁 증대로 인한 효율성 향상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미래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이 약화될 수 있어 은행시스템의 안정성 차원에선 부정적²¹

    - ‘Competition fragility view’에 따르면 은행산업 내 경쟁이 격화될 경우엔 주요 업무인 예대부문의 이자마진이 감소하고,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대출하는 등 리스크가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높아지게 됨으로써 경영건전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음²²

    - 1997년 외환위기는 소규모 금융기관들의 여수신경쟁이 위기의 단초가 되었음을 상기해볼 필요. 또한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역시 난립한 저축은행들이 앞다투어 PF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빚어진 부작용으로부터 초래된 위기였음을 상기할 필요

 

  • 시장이 충분히 경쟁적인 상태임에도 과점에 따른 시장지배력 행사의 개연성만을 이유로 정책당국이 가격에 개입하는 방식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

    - 예를 들어 대출금리를 균형가격 이하로 내리려는 압력을 행사할 경우 대출금리나 예상손실이나 자금원가에 미치지 못하게 되어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이 축소될 수 있음

    - 또한 은행 입장에선 낮은 대출금리 부과가 가능한 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에만 집중하게 됨으로써 상대적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크게 축소될 소지가 있음

    - 또한 정부가 금리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인데, 시중은행이 오히려 금리를 내릴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은 작동하지 않게 됨

²¹ 금융경제시스템 상황과 금융감독 등 금융제도의 현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

²² 반면, ‘Competition stability view’는 은행간 경쟁이 경영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시켜 은 행산업의 안정성을 증대시킨다고 봄. 은행의 경쟁도가 낮아지면(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 차주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게 되고 차 주는 리스크가 큰 곳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져 건전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견해 

이윤재

KB경영연구소

이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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