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가격이 계속해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요. ‘VIP석 15만원’은 뮤지컬계의 국룰이었는데요. 지난 11월 막을 올린 ‘알라딘’은 이를 깨고 VIP석을 19만원으로 책정했어요. 코로나19 이후 티켓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뮤지컬 팬들의 불매운동도 있었고요. 뮤지컬 티켓 가격이 비싼 이유와 제작비 구조를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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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격이 계속해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요. ‘VIP석 15만원’은 뮤지컬계의 국룰이었는데요. 지난 11월 막을 올린 ‘알라딘’은 이를 깨고 VIP석을 19만원으로 책정했어요. 코로나19 이후 티켓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뮤지컬 팬들의 불매운동도 있었고요. 뮤지컬 티켓 가격이 비싼 이유와 제작비 구조를 살펴볼게요.
Writer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이자 국내 1호 뮤지컬 평론가예요. 대학생 때 유럽에서 뮤지컬을 처음 만난 후 우리나라 최초로 PC통신에 동호회를 만들고 관극운동을 펼쳤죠.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우리말로 번역했고 TV프로듀서와 신문기자, 런던특파원을 역임했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예요.
뮤지컬 티켓
뮤지컬 가격, 얼마나 비싼가요?
"가장 경험해보고 싶은 공연은 무엇인가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결과는 압도적인 차이로 뮤지컬이 1위를 차지했죠. 그래서 1년에 몇 번이나 공연장을 찾는지 물었더니 절대다수가 0번을 선택했어요. 이유를 묻자, 대답은 간단했어요.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갈 엄두가 안 나요."
요즘 대형 뮤지컬 공연의 티켓 가격은 정말 비싸요. 2022년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VIP석이 16만원으로 책정되면서 뮤지컬계의 ‘국룰’로 불리던 ‘VIP석 15만원’을 깼어요. 작년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VIP석 19만원 시대를 열었고요. 정말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계속 인상되고 있어요. 업계에서는 자칫 공연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을까 우려도 커지고 있고요.
뮤지컬 티켓, 왜 비싼가요?
공연의 매출은 두 가지에 의해 결정돼요.
오페라나 발레는 똑같이 무대를 활용하는 공연예술 장르지만 뮤지컬보다 훨씬 비싸기도 한데요. 공연 기간이 짧아 매출을 높일 변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수익을 내려면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뮤지컬은 오페라나 발레에 비해 비교적 오랜 기간 막을 올리며 규모의 경제를 구현했고,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뮤지컬을 한 번 올리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요. 무대 대관료, 의상, 영상 디자인, 라이선스 비용, 인건비 등이 있죠. 특히 처음 무대에 올리는 초연은 세트, 의상, 조명 등을 모두 처음 만들기 때문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많아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큰 성과를 이루며 한국 뮤지컬 산업에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사진 제공: OD뮤지컬컴퍼니)
제작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예요. 뮤지컬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음향감독, 무대 시설 관리자, 작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거든요.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뮤지컬 제작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스타 배우의 출연료예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전 좌석을 매진시키는 S급 배우는 회당 출연료가 8,000만원에 달해요. 20여 회 공연이면 16억원가량의 출연료가 지급되는 셈이죠. 시장이 성장하면서,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고요.
대극장 뮤지컬은 배우들의 인건비가 전체 제작비의 약 30%를 차지해요. 보통 뮤지컬의 손익분기점*이 60%를 조금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제작비에서 배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죠.
*손익분기점: 사업에서 수익과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이에요. 손익분기점 전까지는 손실을 보고, 이 지점을 지나면 이익을 내기 시작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엔드
해외도 뮤지컬 티켓이 비싼가요?
뮤지컬의 세계적인 메카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와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 End) 극장가가 있어요. 두 곳 모두 영어권 공연 시장이다 보니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세계적인 명작을 만들어왔어요.
홍보용 빌보드로 가득한 브로드웨이의 타임스 스퀘어. 뮤지컬이 문화 산업으로 얼마나 위력 있는지 볼 수 있어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해요. 흥행이나 인기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제일 비싼 자리는 20만원 안팎이에요. 다만, 영국이나 미국의 경제규모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기준으로 가장 비싼 자리의 체감 가격은 10만원 수준이라 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뮤지컬은 대부분 공연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는 공연을 끝내는 날(종연)을 정하지 않는 오픈 런(Open Run) 시스템이에요. 공연의 제작비 구조를 살펴보면 왜 오픈 런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공연에서 제작비는 막을 올리기 전까지의 사전 제작비와 막을 올린 후의 사후 제작비로 구분해 볼 수 있어요.
영화 같은 영상물의 제작비와는 성격이 조금 달라요. 예를 들어 A영화 제작비가 100억원이 들었다면, 개봉 전 완성하기까지 든 비용이 100억원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공연은 달라요. 공연의 제작비란 막을 내릴 때까지의 비용을 말하거든요. 사전 제작비와 달리 사후 제작비는 거의 보완 보수를 위한 유지 비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길게 공연할수록 탄력성을 갖게 돼요.
장기 상연과 스타 배우 발굴 노력
한국 뮤지컬 시장에 필요한 전략
우리나라 뮤지컬은 장기 상연이 아닌 단기 상연에 머물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짧은 공연 기간에 스타 배우도 출연시켜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이 비싸졌죠.
이런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은 ‘분갈이’예요. 몸집이 커진 식물의 성장을 위해선 더 큰 화분으로 옮겨심어야 해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뮤지컬은 두세 달 공연의 고급화 마케팅 전략에 의존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장기 상연을 통해 공연 단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대중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뮤지컬 시장이 성숙해져야 해요.
스타 배우의 출연료가 점점 오르다 보니 이들을 섭외하는 데 의존하기보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해요. 실제로 요즘 영미권에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의 주인공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스타 배우를 직접 발굴한다면, 자연스레 뮤지컬 제작사들이 인지도 높은 스타 배우 섭외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당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이뤄야 하는 변화예요.
이 콘텐츠는 2024년 12월 18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직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로 경제와 투자 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 및 배포되었습니다. 수록된 내용은 신뢰할 만한 자료 및 정보를 참고한 것이나, KB국민은행은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의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묻는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은 KB국민은행에 있으므로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무단 복제, 배포, 전송, 대여가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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