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스타 캐스팅이란 이미 유명한 배우, 가수 등을 뮤지컬 작품에 출연시키는 걸 말해요. 한국 뮤지컬에서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 팬덤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스타 캐스팅의 배경과 문제점, 팬덤 문화와의 관계를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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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스타 캐스팅이란 이미 유명한 배우, 가수 등을 뮤지컬 작품에 출연시키는 걸 말해요. 한국 뮤지컬에서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 팬덤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스타 캐스팅의 배경과 문제점, 팬덤 문화와의 관계를 살펴볼게요.
Writer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
뮤지컬이 관객과 만나는 접점, 뮤지컬의 다양한 양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더뮤지컬’, ‘한경아르떼, 대학지성 In&Out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요. 영국 런던대학교 로열홀로웨이 석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강사, 한국뮤지컬협회 학술분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뮤덕, 연뮤덕
한국 뮤지컬의 힘: ‘뮤덕’이란?
스타 캐스팅이 생겨난 이유를 알려면 먼저 한국 뮤지컬의 팬덤 문화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작년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매출은 약 4,590억원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 엔드,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어요(출처: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올해 12월에는 <알라딘>, <광화문연가>, <지킬 앤 하이드> 등 인기 작품들이 공연 중이어서 2024년 매출은 작년보다 높아질 수 있고요.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뮤덕’이에요. 뮤덕이란 ‘뮤지컬 덕후’의 줄임말로 뮤지컬을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즐기는 사람을 말해요. 이들은 작품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죠.
뮤덕과 뮤지컬 팬덤 문화
일반 관객에서 ‘뮤덕’이 되는 과정은 크게 2가지가 있어요. 특정 배우의 팬이 되거나, 특정 공연을 사랑하게 되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배우의 팬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으로 관심이 확장되거나, 공연을 보다가 특정 배우의 팬이 됨으로써 뮤덕이 되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뮤지컬 팬덤은 ‘특정 스타’를 덕질(좋아하는 스타의 모든 것을 접하고 소비하려는 지향)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져요. 이미 스타성이 증명된 배우는 물론이고 현장에 처음 진입해 성장 일로에 있는 배우에게도 팬덤이 형성되죠.
후자의 경우 팬들이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며 데뷔 시점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는 점에서 아이돌 팬덤과 비슷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팬과 배우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 팬덤 활동은 그보다 훨씬 내밀해요.
대표적으로 뮤지컬의 ‘퇴근길 문화’가 있어요. 퇴근길 문화는 공연이 끝나고 퇴근하는 배우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걸 말해요. 과거에는 일회적이고 임시적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배우나 매니지먼트 회사의 SNS 계정에 장소를 공지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아예 퇴근길 유무가 공지되기도 해요.
퇴근길 문화가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브로드웨이에도 이와 비슷한 ‘스테이지 도어(Stage Door)’가 있어요. 스테이지 도어는 원래 배우들이 극장 안으로 출입하는 문을 뜻하는데요. 개념상 한국의 퇴근길 문화와 동일하지만, 스테이지 도어는 해당 공연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함께 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손익분기점: 사업에서 수익과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이에요. 손익분기점 전까지는 손실을 보고, 이 지점을 지나면 이익을 내기 시작해요.
회전문 관객
반복 관람으로 강해진 뮤지컬 팬덤
한국 뮤지컬의 독특한 팬덤 문화는 근본적으로 ‘반복 관람’에 의해 형성됐다고 할 수 있어요. 관객 각자의 취향이 특정 작품과 만나 발동되는 ‘반복 관람’은 배우 중심의 시장, 가시권과 정숙권*이 중시되는 관극 문화를 공고하게 만들었죠.
*가시권: 관객의 시야가 보장될 권리, 정숙권: 소음으로부터 관극이 침해되지 않을 권리를 뜻해요.
소위 ‘회전문 관객’이라고 불리는 반복 관람객은 2010년 <빌리 엘리어트>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어요. 당시 라이선스 초연된 <빌리 엘리어트>는 대형 스타가 없었는데요. 관객들이 빌리에 캐스팅된 5명의 아역 배우들 보기 위해 공연장의 회전문을 돌리며 반복적으로 관람한 덕분이었죠. ‘회전문 관객’이라는 말은 이때부터 나왔어요.
스타 캐스팅 외에도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요소가 또 있어요.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해야 더 깊이 이해될 수 있도록 모호한 장면과 관념적인 인물을 활용하는 거예요. 주로 대극장이 아닌 중소극장 뮤지컬에서 쓰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사의 찬미>에는 ‘사내’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김우진과 윤심덕이 실존 인물인데 반해 사내는 허구적인 인물로서 비극적 운명, 1920년대 조선의 니힐리즘, 김우진의 내면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요.
스타 캐스팅을 하는 이유: 반복 관람
뮤지컬 팬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배우 캐스팅이에요. 특히 뮤지컬 팬들은 스타 배우의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데요. 더 많은 팬을 뮤지컬에 유입시키기 위해 뮤지컬이 아닌 타 장르의 배우, 아이돌을 공연에 출연시키기도 해요. 이를 스타 캐스팅이라고 하죠.
스타 캐스팅을 하는 이유는 해당 배우나 가수의 팬덤을 뮤지컬 극장으로 견인해 반복 관람을 유도하기 위해서예요. 물론 스타 배우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를 잘 반영한 거기도 하고요. 가수 중에도 아이돌이나 발라드 가수, 트로트 가수 등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거나 겸업하고 있는 예는 정말 많아요. 팬들은 이들을 보기 위해 반복해서 극장을 찾고요.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 홍보에 막대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공연이나 신작에 큰 도움을 주죠. 스타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게 만들어 팬들이 공연장으로 오게 만들 수 있어요.
지금 공연 중인 <알라딘>에 배우 김준수가 출연하고 있어요.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로 성공한 김준수는 <알라딘>에서 드디어 춤을 추는 캐릭터를 맡아 장기를 한껏 선보이고 있어요. 사전 홍보 때부터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한 이유였죠.
뮤지컬 <알라딘>의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 장면에서 배우 정원영, 김준수, 앙상블이 열연하고 있어요. (사진 출처: 에스앤코)
또한 스타 캐스팅은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줘요. 스타가 흥행을 담보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는 실제 흥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야기랍니다.
스타 캐스팅의 문제점
스타 캐스팅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몇 가지 문제점도 있어요.
이런 3가지 문제 때문에 스타 캐스팅은 국내 뮤지컬 시장을 경직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높은 뮤지컬 가격을 지불한 관객은 겹치기 출연 중인 배우들의 실수나 미숙함에 절대 관대할 수 없죠. 뮤지컬 제작사는 여러 실수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는 제작사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스타 뮤지컬 배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심리와 훌륭한 경력을 쌓아 좀 더 나은 위치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는 배우들의 욕구가 맞물려 생겨난 현상이에요.
앞으로는 새로운 배우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공연 기획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어요. 가령, 현재 공연 중인 <광화문>에는 대학로 중소극장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배우들이 캐스팅돼 공연에 참신함을 불어넣고 있어요.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진다면, 더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지 않을까요?
뮤지컬 <광화문연가> - 과거 명우 역할에 조환지, 시영 역할에 송문선이 명우의 회상 장면을 연기 중이에요. (사진 출처: CJ ENM)
한국 뮤지컬 배우의 역량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요. 뮤지컬 팬들과 배우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질 2025년을 기대해 볼게요.
이 콘텐츠는 2024년 12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직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로 경제와 투자 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 및 배포되었습니다. 수록된 내용은 신뢰할 만한 자료 및 정보를 참고한 것이나, KB국민은행은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의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묻는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은 KB국민은행에 있으므로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무단 복제, 배포, 전송, 대여가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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