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화. 한...성 점검

10화. 한국 가계부채의 구조적 특징 및 안정성 점검

2023 KB 부동산 보고서
시리즈 총 10화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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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가계부채 현황

한국 가계부채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0년 이후 증가 속도도 가장 빠름

한국 가계부채는 선진 10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호주, 한국) 중 호주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가계부채 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국가별로 경제 구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계부채 수준이 높다는 것만으로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은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가계부채도 조정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가계부채 조정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이후 2010년대 저금리를 바탕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택거래량과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2020년 1년간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p 상승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는 다소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선진 10개국 가계부채 지표 수준 (2021년)

선진 10개국의 가계부채를 GDP대비, 가처분소득대비 별로 정리한 막대 그래프.

자료: OECD Data, BIS

2010년대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폭

2012~2019, 2012~2021의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폭을 비교한 막대 그래프.  한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미국, 스페인 순으로 나열되어있다.

자료: BIS

한국의 가계부채는 높은 부채 수준과 빠른 증가 속도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안정성에 대해 점검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왜 높은지, 2010년대 이후 최근의 증가 속도는 왜 빨라졌는지에 대해 단순히 가계부채 증가율이 아닌 주택시장의 구조적 특징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 안정성을 평가하고 향후 위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 한국 가계부채의 구조적 특징

한국은 PIR(가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높아 주택 구매 시 가계부채도 빠르게 증가

한국의 PIR 은 2021년 기준 7.6으로 호주와 비슷하며 미국·영국·캐나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대도시 권역 PIR 역시 한국 수도권은 12.0으로 뉴욕·런던·토론토에 비해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러한 높은 주택가격은 필연적으로 가계의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과 호주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한국의 주택가격이 소득 대비 높아지는 주택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는 한국 가계부채 수준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2021년 주요국 PIR 비교(대도시 권역 기준)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호주와 해당국가 도시의 PIR를 비교한 막대 그래프.

자료: URI, KB국민은행

한국의 고가 아파트 중심 성장은 높은 PIR 수준의 한 요인

주택 유형은 크게 개별 부지에 한 채의 집이 있는 단독주택, 저층 주택이 서로 벽을 맞대고 이어진 연립주택, 그리고 여러 층에 걸쳐 각 층마다 다수의 집이 연결된 공동주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토가 넓은 미국, 호주, 캐나다는 단독주택 비중이 50% 를 상회한다. 도시화 비중이 가장 낮은 프랑스와 지진이 잦아 저층 건물이 주를 이루는 일본도 단독주택 비중이 높다. 공동주택은 유럽과 한국에서 높게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이 75%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스페인 66%, 독일과 이탈리아가 50%대로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파트가 63%를 차지해 다른 나라의 공동주택 비중을 대부분 상회한다. 스페인의 공동주택은 보통 1970~1980년대에 지어진 1개 동의 저렴한 아파트가 많고, 이탈리아의 공동주택은 보통 1950~1960년대 교외에 대단지로 개발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많다.


각국마다 주택 특성이 달라 연립주택 형태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주거 형태라는 점, 아파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선호도 또한 가장 높다는 점은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파트는 타 주택 유형에 비해 인프라 및 건물 질이 더 좋을 뿐 아니라 대규모 표준화된 형태로 가격을 매기기가 쉽기 때문에 거래 용이성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주택 유형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주거 행태의 차이는 공동주택의 면적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도심지에 대규모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기 때문에 건설비가 상승한다.

 

또한 최근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들도 함께 지어지면서 건설비도 같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용적률 제한으로 일정 구역에 과도한 주택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한국 아파트는 서민을 위한 고밀도 저가 주택보다 중산층 이상의 고가 주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선진 10개국 주택 유형별 비중(2020년)

선진 10개국 주택의 유형별 비중을 나타내는 막대그래프. 요소는 단독, 연립, 공동, 기타이다.

자료: OECD affordable housing database

한국 주택 유형별 비중 추이

한국 주택 유형 중 단독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다세대주택, 기타의 비중 추이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됨.

자료: 통계청 주택총조사

한국 도시화 및 수도권 비중이 높은 점도 PIR 을 상승시키는 요소

한국 인구 중 69.6%가 도시에 사는데, 이는 선진국 중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은 총인구의 50%가 수도권(서울 25%)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최대도시권역 집중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높은 인구밀도는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은 높은 주택가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 비중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의 자가비율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다(서울 43.5%, 경기·인천 56.3%, 기타지방 63.0%, 2021년 기준).


한국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이 100% 이상 상승한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78%에 달하며 경기·인천은 27%이다. 반면 5개광역시는 10%, 기타지방은 3% 에 불과하다.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파른 가격 상승이 한국 가계부채 안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선진 10개국 최대도시 인구 집중도(2020년)

선진 10개국의 도시/전국, 광역/전국 별로 인구집중도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

자료: 매크로트렌드(Macrotrends)

지역별 아파트 가격 상승 분포(2016~2021년)

전국, 서울, 경기인천, 5대광역시, 기타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 분포를 나타내는 막대 그래프.

자료: KB국민은행

2000년대 들어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와 그들의 자녀인 에코 세대가 주택시장에 진입하면서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주택시장의 수요 확대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주택 구매는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던 대출 금리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 발달과 저금리, 그리고 전 세계적 유동성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매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2000년대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상승했다.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80년대 연평균 1.2%p, 1990년대 연평균 0.9%p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00년대에는 연평균 3.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별 인구구조에 따라 증가 정도가 달랐다.

주요 선진국의 대출 금리 추이

주요 선진국의 대출 금리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1960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됨.

자료: 세계은행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추이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1947년부터 2019년까지의 추이를 관찰할 수 있다.

자료: BIS

한국 인구구조는 선진국 중 주택 구매 수요 계층이 가장 두꺼운 모습

선진국 인구구조는 과거 지속적인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끝으로 선진국에서는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후 세대별 인구 비중은 국가에 따라 속도는 다르나 일률적으로 감소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가 30~40대가 되어 본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시작한 시기가 1990년대 2000년대에 해당한다 이 시기 전 세계 모든 선진국에서 폭발적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주택을 구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이 다소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이 세 나라는 현재 30~50대 인구 비중이 특히 높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인구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다른 선진국은 30~50대가 고연령층에 비해 과도하게 많지 않고, 저연령층의 인구 감소가 이 세 나라에 비해 완만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인구구조 특성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투자 수요가 아닌 실수요 측면에서) 한국은 주택을 구매하는 연령층인 30~49세 인구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택 수요 역시 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2019년 50대는 2009년에는 40대에 해당한다. 금융위기 당시 40대 인구 비중이 특히 컸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이용해 주택을 무리해서 구입한 가구가 좀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 나라가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불리며 이후 유럽 재정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단초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노무현 정부에서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도입하여 고위험 대출을 차단하면서 금융위기 당시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렇게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2000년대 들어 40세 전후 인구가 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저금리 유동성 장세로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좀 더 크게 늘었다.

선진 10개국 주요 주택 구매 인구 비중

주요 선진 10개국 주요 주택 구매 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막대 그래프. 30~49세와 30~54세의 비중을 비교하였다.

자료: populationpyramid.net(2019년 기준)

한국은 2010년대 규제 완화와 저금리 구매 수요가 맞물려 추가적인 가계부채 증가

한국은 금융위기 상황을 가계 및 금융 시스템에 큰 혼란 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급등했던 수도권 주택시장은 상당 기간 약세를 지속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주택가격 하락 여파로 고분양가 주택 인수를 거부하는 집단 대출 연체가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국내 건설 경기 후퇴로 국내경기도 둔화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건설 경기개선을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 및 일부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주택가격이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저금리와 규제 완화, 그리고 주택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대비 2019년에 17.7%p 상승했다. 금융위기로 충격이 컸던 국가들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하는 동안 한국은 캐나다(9.5%p), 호주(8.3%p), 프랑스(7.0%p)의 두 배 수준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LTV 및 DTI 관련 규제 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LTV와 DTI 관련 규제 변화를 나타낸 표. 2008년 11월 이후의 기간이 반영되었으며, 완화와 규제가 번갈아 반복되는 형태.

자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 경기 호황과 공급 증가가 맞물리며 가계부채 증가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늘면서, 한국의 주택 공급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주택수는 2010년 357호에서 2020년 418호로 17% 증가했다. 주요 선진국 중 최근 10년간 10% 이상 증가한 경우는 한국과 프랑스(14.6%)뿐이며, 3위 이탈리아는 5.4% 증가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국은 주택수가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1천명 당 주택수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절대적인 주택수 부족은 수도권 밀집과 함께 한국 주택가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여건으로 작용했다.


한국과 인구구조가 비슷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인구 1천 명당 주택수가 500호를 상회할 정도로 주택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자가 비율이 70%를 상회하여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 10년간 주택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수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자가비율도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60%에 못 미치고 있다.¹¹


최근 10년간 한국은 선진국 중 가장 많은 주택이 공급되었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구구조상 가장 많은 수요층이 고가 아파트 중심 주택을 대규모로 구매했다. 결국 한국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을 겪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최근 10년간에도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가계부채의 거시경제 지표상 높은 수준과 빠른 증가 속도 자체는 심각한 요소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가계의 상환 부담을 높이고 소비지출을 줄여 경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안정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선진 10개국 인구 1천명 당 주택수

2010~2011년과 2018~2020년의 인구 1천명 당 주택수를 비교한 막대 그래프. 선진 10개국이 대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2010~11년보다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자료: OECD affordable housing database

선진 10개국 자가 비중(2020년)

선진 10개국의 2020년 자가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 일본은 2018년 기준, 한국은 통계청 기준 2020년 57%이다.

자료: OECD affordable housing database

¹¹한국보다 자가 비중이 낮은 독일은 과거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자가 비중이 50%에도 미치지 못함. 가장 안정적인 주택시장을 유지하는 국가로 평가되었으나 2010년 들어 가계소득 증대, 금리 하락 등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임대주택도 감소

3) 한국 가계부채 안정성 점검

카드 사태 이후 고위험 대출을 차단한 한국은 금융위기를 무사 통과

2004년 카드 사태를 겪은 한국은 고위험 차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분별한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LTV와 DTI 규제를 도입하고 강화했다.


한편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국가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 CDO, CDS¹²와 같은 파생상품을 통해 대출 규모를 늘렸으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득과 자본이 적은 대출자 대상 서브프라임 대출 상당수가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자 부실이 속출한 것이다. 이렇게 서브프라임 대출이 부실해지자 이들에 자금을 공급했던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손실을 입고 부도가 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 혼란이 발생했다.

 

별다른 규제 없이 대출이 급증했던 모든 선진국에서 부실 대출이 속출했고,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기준금리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2010년대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한국의 LTV 및 DTI 관련 규제 조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한국의 LTV 및 DTI 관련 규제 조치를 다룬 표. 2002년 9월부터 2007년 1월까지의 조치들이 나와있다.

자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의 경우 차주의 자본력과 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들을 도입함으로써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에서 발생한 주택가격 버블과 붕괴, 그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하에서 2010년대 후반 한국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자 문재인 정부는 다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으나, 주택 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으나 2020년 이후 반등

OECD에서 제공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비율은 주택가격지수를 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수치를 보여준다. 이 지표는 가계의 경제력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지표는 아니나¹³ 구매 여력의 변화 추이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의미가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약 25년간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가계 경제력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단 두 국가에 해당한다(1995년 대비 2020년, 한국 40%, 일본 -32%).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는 25년 전과 유사한 수준이며(미국 +3%, 독일 -4%, 이탈리아 + 5%), 나머지 다섯 국가는 40% 이상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상당수 국가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까지 주택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뒤 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도 별다른 주택가격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주택가격지수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 증가했으나 (아파트 4.5%), 1인당 가처분소득은 같은 기간 연평균 4.8%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에 비해 1인당 가처분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 비해 경제 성장 속도가 낮은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는 일본을 제외하고 주택가격이 경제력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주택가격이 2020~2021년 일시적인 지수 급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경제력 성장에 비해 과도하게 치솟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즉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가계 부채상환 여력도 같이 올라가 전체적인 부채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¹⁴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지수 추이(선진국)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5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기간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반영되어있다.

자료: OECD Data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지수 추이(한국)

OECD와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2001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OECD Data

민간부문 부채 증가 속도는 최근 2 년간 추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주의할 필요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금융 안정성을 보는 지표 중 하나로 민간부문 부채[=(가계+기업부채)/GDP] 비율과 장기 추세의 격차를 사용한다. 국가별 경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 수준과 움직임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수준으로 비교하지는 않되 국가별 추세에서 갑작스럽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이 추세를 크게 상회한 것은 1980년대 초중반 3저 호황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2~3년, 그리고 코로나 19가 발생한 2020~ 2021년 정도로 볼 수 있다.

 

1980년대를 제외하면 모두 위기 이전에 대출 급증으로 위험이 발생했기보다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확대하고 경제 위기로 GDP 성장이 정체되면서 지표가 올라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가 빠른 시기라 하더라도 장기 추세를 벗어날 정도로 급격하게 민간부문 대출이 급증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즉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부채비율을 제한하고, 카드 사태 이후 가계부채를 지속적으로 관리한 한국 경제는 비교적 건전하게 대출을 취급했다. 다만 최근 2년간 민간부문 부채 증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지표에서 최근 2년간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 급상승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확대에 따른 선진국 공통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19년 격차 5.9%에서 2020년 격차 16.8%로 1년간 10.9%p 상승했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1년간 격차가 평균 15%p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실제와는 다소 상이한 점이 있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GDP 하락폭이 매우 컸기 때문에 부채 증가폭에 비해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이 더 크게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처로 GDP 하락폭이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기 때문에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 증가에 민간부문 부채가 미친 영향이 더 크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기저효과로 2021년 GDP가 상대적으로 개선되면서 2년간 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비율의 변화는 다소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은 지속되는 가계부채 증가와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자영업자 및 기업 대출 확대 등이 맞물리며 민간부문 부채가 선진국 중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 뚜렷이 나타난다. 다만 이는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보다 경제 위기 대응정책으로 일시적으로 민간부문 대출이 증가한 요인이 포함되므로 향후 이를 어떻게 조절하며 줄여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추이

한국의 신용/GDP와 장기추세선의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두 선 간의 격차는 막대 그래프로 나타남. 1981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을 반영.

자료: BIS

선진 10개국 최근 GDP 대비 민간부채 격차 변동

선진 10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격차 변동을 나타낸 막대 그래프. 2019년에서 2020년으로의 변동과 2019년에서 2021년으로의 변동을 비교하였다.

자료: BIS

한국의 가계 DSR은 최근 5년간 빠르게 상승하여 연체율 상승 부담

BIS에서 금융 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제공하는 또 다른 지표로는 가계 DSR이 있다. 가계 DSR은 가계소득 대비 부채원리금상환액 비율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이 높아 생계를 위한 소비지출에 압박을 받게 되고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 지표 역시 국가 간 절대 수준 비교보다는 과거 대비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추세가 좀 더 중요하다. 과거 금융위기 이전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주요 선진국의 DSR 비율은 19~70% 정도 상승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경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선진국의 중간 수준인 30~40% 정도 상승했다.

 

당시 한국의 DSR 상승 정도는 주택 구매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출 규제로 다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서 조절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전 가계 DSR 증가폭

스페인, 호주, 이탈리아, 한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일본, 독일의 금융위기 이전 가계 DSR 증가폭을 나타낸 막대 그래프.

자료: BIS

선진 10개국 가계 DSR 추이

선진국 10개국의 가계 DSR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2010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BIS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다른 주요 선진국의 DSR은 지속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데 비해, 한국의 DSR은 2017년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주택시장 침체로 각종 규제가 해제되자 주택 구매 실수요에 투자 수요가 더해져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으며,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부채 역시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의 DSR은 2016년 10.8%에서 2021년 12.8%로 5년간 18.5% 증가하면서 금융위기 당시 5년에 비해서는 낮지만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게 되었다. 이는 금융위기와 비교 시 낮은 수준이고, 미국과 달리 서브프라임 같은 위험 대출은 국내에서 강력한 규제로 차단되었기 때문에 위험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2021년 이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그동안 DSR이 하락한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추가적인 DSR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출 보유 가구 기준 DSR은 2016년 12.4%에서 2021년 16.1%로 5년간 30%(3.7%p) 상승했으며, 대출 금리가 300bp 상승할 경우 DSR은 20.0%로 추가적으로 24%(3.9%p) 상승하게 된다(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말까지 기준금리 275bp 상승).

 

이렇게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DSR 40% 이상 고위험 차주 비중은 2016년 4.6%에서 2021년 7.3%로 증가했으며,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후 9.4%로 높아지게 되었다. 향후 금리 인상과 여러 경제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출 보유 가구 DSR 및 DSR 40% 이상 비중

DSR 40% 이상 비중의 추이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와 DSR의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2016년과 2021년, 금리인상영향 세 가지를 기준으로 비교하였다.

자료: 2016년·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KB경영연구소

신용등급 및 연체율 변화(은행권)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담보대출, 대출 전체의 연체율과 NPL비율을 비교한 막대 그래프. 2011년과 2020년을 비교하였다.

자료: KCB

금리 부담으로 연체율은 상승할 것이나 시스템 리스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지속적으로 우량 차주 중심 대출을 지속했으며, 금융위기는 가계부채 질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원금 상환, 고정금리 등)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되는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은행권 대출의 평균 신용등급은 지속적으로 상향되었고, 이는 은행권 가계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이 역사적으로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는 기반이 되었다.

국내 금융기관별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

국내 금융기관별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KCB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은행권)

한국과 캐나다, 미국의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를 나타낸 선 그래프. 2001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자료: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한국은행, CMHC

은행권은 물론 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국내 가계부채 연체율은 모든 금융기관에서 장기간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7년 이후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 DSR이 상승하고 중국 한한령, 미중 무역분쟁,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2017~2018년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로 금리가 떨어지고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다시 하락했다. 이렇게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안정성은 높은 수준이다. 현재 한국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가계대출과 빠른 금리 상승으로 향후 2~3년간 국내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만에 금리가 3%p 정도 오르면서 DSR이 상승하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축소, 경기 침체로 경제적 여건도 어렵다.

 

다만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이 기록적으로 낮은 상황이기에 우량 차주 중심의 은행, 조합, 보험사의 경우 연체율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하더라도 2015년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저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이 높은 기타 업권도 현재 연체율에서 50% 정도 상승하더라도 2015년 수준을 넘지 않는다. 2015년 가계대출 연체율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이후 충분히 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권 가계대출 안정성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¹² CDS(Credit Default Swap)는 신용파생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며 파생상품에서 신용 사건이 생기면 보장 매도자(파생상품 판매자)가 손실액을 지급하는 것을 약정한 거래이며, CDO(부채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대출 채권 등을 한꺼번에 묶어 유동화시킨 파생상품을 의미

¹³ 각국 지수만을 비교해 해당 국가의 주택가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

¹⁴ IMF 이후 양극화 심화로 인해 가계 경제력 대비 주택가격지수는 장기 우하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인 PIR은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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