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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전쟁, 유동성의 판을 바꾼다?
김광석 교수는 지금의 세계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위기 여부보다 유동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장치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세계 경제, 이 두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현재 글로벌 경제가 서 있는 위치가 보다 선명해집니다.
김광석 교수는 향후 유동성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스테이블 코인을 꼽습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미국은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 전반의 유동성은 계속 공급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채 발행을 늘리고 싶어도, 이를 안정적으로 받아줄 매입 주체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꾸준히 줄이고 있고, 전통적인 해외 수요 역시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떠오른 주체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발행사들은 달러와의 연동을 유지하기 위해 담보 자산으로 단기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 코인이 늘어날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이미 테더를 비롯한 일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주요 국가 수준을 넘어섰고, 앞으로는 일본을 제치고 최대 국채 보유 주체가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준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역할까지 더해지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단기 국채를, 연준은 장기 국채를 흡수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됩니다.
김광석 교수는 이 흐름을 두고, 금리를 직접 내리지 않고도 양적 완화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장치라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수많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 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국채 소화를 돕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대하고, 결과적으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 정말 ‘위기 국면’에 들어선 걸까?
최근 세계 경제를 둘러싸고 위기론이 끊이지 않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IMF 외환위기를 떠올리고, 성장률이 둔화하면 곧바로 ‘경제 위기’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김광석 교수는 ‘경제 위기’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쉽게 쓰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근현대 경제사에서 실제로 겪었던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처럼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 시기에 국한됩니다. 그 외 대부분의 국면은 위기가 아니라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경기 둔화, 즉 저성장 국면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 경제의 위치는 어디일까요? 김광석 교수는 현재를 ‘경제 위기’가 아닌 ‘저성장 고착화’ 국면으로 규정합니다. IMF와 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 역시 세계 경제가 평년 성장률을 밑도는 상태에서 구조적으로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 흐름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2020년 팬데믹이라는 명확한 경제 위기를 지나 세계 경제는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 회복의 방향은 고성장이 아니라 더 낮은 성장률로의 이동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세계 경제를 바라볼 때의 기본 전제는 분명합니다.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국면이라는 점입니다. 이 관점을 전제로 경제를 바라본다면, 현재의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과도한 위기론 없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김광석 교수는 설명합니다.
바뀐 유동성 환경이 앞으로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이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성장이 고착화된 세계 경제 속에서 금리와 환율은 어떤 선택지를 남기게 될지, KB부동산 TV <김광석 교수> 1, 2편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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