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청약에 올인하지 마라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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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가 집을 비추고 있다.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서있다.

청약 시장에서 수도권은 분양가가 높은데도 수십 대 일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는 사례가 속출한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로또 당첨이라 하는 이유다. 청약은 내 집 마련 방법으로 당첨만 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청약에 매달리다 보면 자칫 내 집 마련 시기가 늦어질 수 있으니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4인 가족의 가점제 69점 얻으려면 45세는 되어야 가능

청약은 크게 가점제와 추첨제로 나뉜다. 그리고 일반 1순위 전에 하는 특별공급(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 등)이 있다. 그나마 특별공급이 경쟁률이 덜한 편이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와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의 경우 특별공급으로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 1순위일 경우 수도권의 인기 있는 민간 분양은 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달한다.

 

지난 8월에 분양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4억9,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지만, 1순위에서 98.4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었다. 작년 12월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분양가보다 높은데도 올해 청약한 단지 중 청약자가 가장 많이 몰렸다.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과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지고, 초기 계약금만 있으면 분양받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모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비규제지역에서 전용 85㎡ 이하 추첨제 물량은 60%이고, 전용 85㎡ 초과는 100% 추첨제이다 보니 가점이 낮은 사람이 추첨제로 많이 청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규제지역에서 전용 85㎡ 이하도 추첨제가 신설되어 가점이 낮은 사람도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강남권에서 청담 르엘(청담 삼익 재건축)이나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신반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가 분양 예정인데, 가점이 낮은 1~2인 가구 무주택자라면 추첨제 물량을 노려볼 수 있다. 강남3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낮아 당첨된다면 수억~수십억원의 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납입 기간(17점), 부양가족 수(35점) 등을 감안해 총 84점 만점으로 산정한다. 4인 가족(본인, 배우자, 자녀 2명)이라면 만 45세가 되어야 69점을 받아 청약 당첨권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 유망 지역의 민간 분양 아파트 최저 가점은 60점 후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약 가점을 채우기 위해 내 집 마련 시기를 계속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고 청약 당첨도 장담할 수 없어 내 집 마련에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40세 이전에는 내 집 마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청약 당첨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청약 외에 분양권, 기존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매입 고려

앞서 얘기했지만 서울에서 청약 당첨권에 들어가려면 가점제는 40대 중반은 되어야 가능하고, 추첨제도 있지만 경쟁률이 높아 당첨을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즉, 청약은 내 집 마련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평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약에 올인하기보다는 청약과 기존 아파트, 분양권, 재개발과 재건축 투자 등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과밀억제권역은 분양 후 1년이 지나면 분양권을 매입할 수 있다(*수도권 규제지역과 공공택지는 전매 제한 기간이 3년임). 비수도권의 광역시는 6개월이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분양가가 적정하고 프리미엄이 많이 붙지 않은 유망 단지라면 분양권 구입도 내 집 마련 방법으로 고려할 만하다.

 

분양권도 여의치 않다면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구입하려는 지역이 있다면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한 시점에 신축한 지 5년 내외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다. 가령 8월에 분양한 광명 센트럴아이파크는 18.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지하철 광명사거리역에서 도보 6분 거리에 있다.

 

전용 84㎡ 분양가가 12억7,0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높다. 2021년에 입주한 철산역에서 도보 6분 거리의 철산 푸르지오아파트 전용 84㎡가 12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어 센트럴아이파크보다 저렴하다.


이처럼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무조건 청약하기보다는 주변 시세와 자금 사정을 고려해 꼼꼼하게 판단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5~7년 이내에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다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진행 중인 정비구역 내 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첨이 불확실한 청약 가점제나 추첨제와 달리 새 아파트를 확실히 당첨받는 방법이다. 보통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단지는 7~8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5년이면 입주까지 가능하다. 서울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니면 신규로 아파트가 공급되기 어렵기 때문에 재개발과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투자 가치도 높다.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이 되면 청약으로 나온 일반분양과 달리 전망과 향(向)이 좋은 로열층, 로열동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고, 발코니 확장이나 가전제품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다.

임채우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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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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