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흑사병부터 21세기 코로나19까지

인류와 바이러스의 끝나지 않은 전쟁, 팬데믹 이야기 2화
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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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Pandemic)’이란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현상을 의미. 인류 역사에서 교통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은 문명의 교류를 이끌었지만, 역설적으로 감염병 확산이 가속하는 결정적 계기가 됨

  • 14세기 창궐한 흑사병은 대륙을 오가던 캐러밴(낙타를 운송 수단으로 삼은 상인 집단), 16세기 천연두는 아메리카 신대륙을 오가는 유럽의 범선(돛단배), 19세기 콜레라는 산업혁명의 산물인 증기선과 기차, 20세기 이후 발생한 감염병은 전 세계를 일일 생활권으로 묶은 항공기를 통해 확산

○ 인류 역사에서 팬데믹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와 큰 피해를 입힘. 전 세계적으로 깊은 상흔을 남긴 5대 팬데믹(흑사병, 천연두, 콜레라, 스페인 독감, 코로나19)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

역사 속 주요 팬데믹 연표: 1347년부터 2023년까지

'1347년 흑사병부터 2023년 코로나19까지 주요 팬데믹의 발생 시기와 전염병 종류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연대표를 보여준다.

자료: 김명자(2022), KB경영연구소 정리

○ ①흑사병(1347~1351년) | 페스트균이 일으키는 급성 전염병으로, 몽골 제국(원나라)의 교역로를 따라 유럽으로 확산되어 당시 유럽 인구의 30~60%에 해당하는 사망자가 발생(약 7,500만 명에서 2억 명 추산)²

  • 가설³ | 1331년 원나라에서 창궐한 흑사병이 몽골 제국의 무역 네트워크를 타고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지배적. 당시 유럽의 ▲높은 인구 밀도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 ▲쥐와 벼룩의 서식 등이 대유행을 야기한 핵심 요인으로 꼽힘
    - 실제로 오늘날에도 페스트균의 자연 숙주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남서부 윈난성과 미얀마 국경 지역을 1252년경 몽골 기병대가 침공한 바 있음. 이때 군량미 등에 섞여든 쥐와 벼룩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가능성⁴이 큼
    - 중국 대륙에서도 인구가 1331년 약 1억 3천만 명에서 1393년 9천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큰 타격을 입음
  • 전파 경로 | 1346년 무렵 흑해 연안의 무역 거점을 통해 유입된 페스트균이 지중해 해상만을 타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전파됨. 이후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는 물론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모스크바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됨
  • 사회적 반응 | 당시 의사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유명한 ‘새 부리형 가면’을 쓰고 진료에 임했으며, 가면 안에 장미나 허브 향료를 넣었으나 감염 차단 효과는 없었음
    - 더욱이 감염병을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형벌’로 인식한 탓에, 환자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하거나 채찍질을 가하는 등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치료법이 횡행
  • 흑사병은 14세기에 단발성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수 세기 동안 유럽을 괴롭힘
    - 스페인 세비야(1647~1652년), 이탈리아(1656~1658년), 영국 런던(1665~1666년), 프랑스 마르세유(1720~1722년) 등에서 창궐하여 심각한 인구학적 충격을 가함

새 부리형 가면을 착용한 중세의 의사

'긴 외투와 새 부리형 가면, 모자, 지팡이를 착용한 중세 흑사병 의사의 모습을 담은 삽화'로 당시 방역 복장을 보여준다.

자료: 위키피디아

14세기 흑사병 경로: 흑해에서 유럽으로

'흑해에서 시작된 흑사병이 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경로를 연도별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한 역사 지도이다.

자료: 《한겨레》(2024.6.29)

² Pasquale Cirillo and Nassim Nicholas Taleb, 2020, “Tail Risk of Contagious Diseases”, Forthcoming, Nature Physics

³ 윌리엄 맥닐, 2005, 『전염병의 세계사』, 김우영 역, 이산

⁴ 앞의 책

○ ②천연두(1518~1530년대) | 기록상 1518년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발생했으나 그전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16세기 찬란했던 아메리카 원주민 문명이 붕괴하는 데 트리거 역할을 함

※ 당시 아메리카 대륙은 천연두 바이러스 유행 초기였으며 이후 16~17세기에도 창궐
  • 가설⁵ | 콜럼버스는 1493년 출발한 두 번째 항해에서 약 1,500명의 선원과 다양한 가축을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넘. 당시 선원들 사이에서 의문의 감염병이 돌았다는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이 선단을 통해 천연두 바이러스가 신대륙에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
  • 전파 경로 | 1518년 카리브해의 에스파뇰라 섬(오늘날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천연두가 창궐해 원주민 30~50%이 사망. 이후 푸에르토리코와 쿠바 등 중앙아메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
  • 1519년에서 1521년 사이 스페인의 코르테스 군대가 아즈텍 제국(오늘날의 멕시코)을 정복할 당시, 군사적 충돌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천연두 바이러스로 인해 아즈텍 제국이 패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
    - 당시 아즈텍 제국에서만 500~8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후 한 세기 동안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4,8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목숨을 잃음
  •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치명적이었던 이유 | 지질학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약 2억 년 전 초 대륙 판게아에서 분리된 이후 유라시아 대륙과 오랜 세월 격리되어 있었음
    - 신대륙 원주민들은 구대륙의 가축과 환경에서 유래한 천연두 등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물학적으로 전무했기에, 바이러스 노출과 동시에 치명적인 몰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음
  • 정복자들의 왜곡된 인식과 원주민들의 비극 | 천연두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들만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되자,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정복 전쟁을 돕는 ‘신의 섭리’로 해석하며 공세를 강화
    - 반면 심리적·신체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초자연적 재앙으로 받아들이며 무기력하게 순응
    - 실제로 1548년 산토도밍고(오늘날의 도미니카공화국 수도)를 관할하는 총독은 해당 지역의 비극을 두고 “과거 100만 명에 달하던 인구가 500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들이 전멸한 것은 신의 뜻이었다”라는 참혹한 기록을 남기기도 함

스페인 군대의 아즈텍 제국 공격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 제국을 공격하는 장면을 묘사한 역사화로 병력과 선박, 성채가 함께 표현'되어 있다.

자료: 위키미디어

천연두 예방 접종을 하던 유럽인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아이에게 우두 접종을 시행하는 모습을 가족과 함께 묘사'한 천연두 예방접종 장면이다.

주: 천연두 예방 접종법을 개발한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우두 접종을 하는 장면 자료: 《부산일보》(2020.3.19)

⁵ 주경철, 2022, “역사상의 팬데믹과 문명의 대응”, 포항공과대학교 융합문명연구원, 《문명과 경계》, 제4호

○ ③콜레라(1816~1923년) | 벵골만과 갠지스강 유역에서 창궐한 인도의 풍토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현대적 의미의 첫 번째 팬데믹 사례

  • 가설 | 당시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의 활발한 교역 및 군사 활동이 콜레라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는 시각⁶ 과, 인구 밀집도가 극도로 높고 교통의 요충지였던 캘커타의 지리적 특성이 초기 대유행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시각⁷이 공존
  • 전파 경로 | 아시아 전역을 잠식한 콜레라 바이러스는 19세기 과학 문명의 산물인 증기선과 기차를 타고 중동, 러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까지 지구촌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
  • 19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여섯 차례의 팬데믹이 발생했으며 약 26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 치료법의 부재로 치사율이 50~79%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⁸
  • 조선에도 확산 | 제1차 대유행기였던 1821년(순조 21년)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를 역사는 ‘신사년 괴질(辛巳年怪疾)’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박스 1 참고)
    - 학계에서는 당시 조선 인구의 약 10%인 100만 명⁹ (『순조실록』에서는 10만 명 이상으로 표기) 안팎이 콜레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 이는 콜레라의 파괴력이 서구 사회뿐만 아니라 동양 사회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음을 방증

[ BOX 1: 『순조실록』에서 확인되는 ‘콜레라’ 역병 ]

『순조실록』, 순조 21년(1821년) 8월 13일
“평양부 성 안팎에서 지난달 그믐 사이에 문득 괴질이 돌아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어버렸습니다. 열흘 안에 천여 명이 죽게 되었으나 치료할 약과 방법이 없습니다. (중략) 평안도부터 시작하여 여러 읍에 전염되는 속도가 마치 불이 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고관대작이 열 명 이상 죽었고, 일반 관리와 백성의 사망은 부지기수입니다. 대략 십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이 괴질은 중국 동북 지방에서 들어온 것이라 합니다.”


자료: 신동원(2021)
⁶ 조지무쇼, 2020,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서수지 역, 사람과 나무사이

⁷ 주경철, 앞의 자료

⁸ Pasquale Cirillo and Nassim Nicholas Taleb, Ibid.

⁹ 주경철, 2022, “팬데믹의 역사에서 얻는 교훈”, KDI, 《나라경제》, 2022년 3월호

○ ④스페인 독감(1918~1920년) | 1918년 3월 미군 훈련소에서 처음 발생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의 팬데믹으로 전개되었으며, 이후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 약화되면서 치명률 0.1%의 계절성 독감으로 토착화

※ 당시 사망자 수 : 1,700만 명 ~ 1억 명 정도 추정
  • 전파 경로 |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미군 병사들을 시작으로 프랑스·영국·독일군 진영을 거쳐 포르투갈·그리스 등 남유럽과 북유럽 전역까지 전방위로 퍼져 나감미국인의
  • 기대수명 감소 | 20세기 들어 의학의 발달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던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스페인 독감의 창궐과 함께 5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으로 급락
  • 미국 청장년층의 높은 사망률 |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독감과 달리 청장년층(25~40세)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
    - 아직 명확한 생물학적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1889년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노출 이력에 따른 면역 반응의 차이(과도한 면역 폭풍 유발 등)가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존재¹⁰
  • 사회 계층에 따른 불평등 | 감염병의 피해는 사회 계층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갈림
    - 초과사망자¹¹ 의 경우 농업·광업 등 저소득 직업군(69%)이 전문직·금리생활자 등 고소득 직업군(29%)에 비해 뚜렷하게 높은 수치를 나타냄
※ 초과사망자란 스페인 독감 발생으로 예년에 비해 증가한 사망자 수를 의미

1900~1960년 미국인의 기대수명

'1900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인의 기대수명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로, 1918년 스페인 독감 시기에 급격한 감소가 나타난다.

자료: Patrick Berche(2022)

스페인 독감 유행기 미국인의 연령별 사망률

'스페인 독감 유행기와 평상시 미국인의 연령별 사망률을 비교한 그래프'로, 청년층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료: Patrick Berche(2022)

¹⁰ Patrick Berche, 2022, “The Spanish flu”, La Presse Médicale 51, no. 4 (2022): Article 104127. doi.org

¹¹ Sergi Basco et al., 2021, “Unequal Mortality during the Spanish Flu”, Economic History Working Papers, No. 325

○ ⑤코로나19 바이러스(2020~2023년) |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여 가파른 속도로 확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켰으나, 역설적으로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됨

  •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3월 11일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플루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팬데믹을 선언
  • 피해 현황 | 지난 5월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 약 7.8억 명 중 711만 명이 사망하며 2000년대 발생한 감염병 중 가장 심각한 확산세를 보임(치명률 약 1%)
    -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2~2004년)는 누적 확진자 8,422명 중 926명이 사망(치명률 약 11%)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2년)는 누적 확진자 2,637명 중 975명이 사망(치명률 약 37%)
  • 긍정적 영향 | ▲의학 기술(mRNA 백신 보급)의 발달 ▲디지털 전환(원격 의료·교육, 화상 회의 등)의 가속화 ▲일하는 방식의 유연화(재택근무 도입) 등
  • 부정적 영향 | ▲인명 피해(2020~2021년 초과사망자 1,490만 명, 세계보건기구 추정) ▲항공·관광·대면 서비스 매출 급감 ③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자산 격차 확대 등
※ 초과사망자는 팬데믹 기간 중 실제 사망자 수에서 예년일 경우 예상 사망자 수를 차감한 수치
  • 과거 팬데믹과의 공통점 | ▲인수(人獸) 공통 감염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 ▲교통망을 통한 확산 ▲비약물적 조치(사회적 거리두기, 이동 제한)의 시행 등
  • 과거 팬데믹과의 차이점 | ▲노동력 손실 제한(사망자의 고령층 집중) ▲상대적으로 낮은 치명률 ▲경제적 충격 최소화를 위한 주요국들의 대규모 재정·통화 정책 시행 등

※ 본 보고서는 연구자의 개인 의견으로 KB경영연구소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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