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전후 구조적인 변화의 특징

인류와 바이러스의 끝나지 않은 전쟁, 팬데믹 이야기 3화
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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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이 불러온 노동력 부족은 ▲실질임금 상승 ▲토지 가치·실물 자본 수익률 하락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 변화를 야기

실질임금 상승 | 팬데믹 이후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화된 데다, 인구가 생산량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1인당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실질임금이 대체로 상승¹²

  • 유럽의 사례 | 임금 상승세가 도시의 숙련노동자(재단사, 금속 세공사 등)와 비숙련 노동자(하인, 짐꾼 등) 모두에게 공통으로 나타났으며, 서유럽과 지중해 지역을 중심으로 15세기 후반(1450~1480년)까지 장기간 지속됨
    - 다만 흑사병이 강타한 1348년 직후 2년간 생산 활동의 제약으로 임금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영국의 실질임금은 약 20% 하락¹³
    - 곡물 가치로 환산해 측정한 영국 농촌 지역의 임금 변화도 유럽 주요 도시들의 실질임금 변화와 유사
※ 곡물 가치로 환산한 임금은 엄밀한 의미의 실질임금으로 보기 어렵지만, 당시 곡물(빵·시리얼 등)이 가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실제 생계 수준을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표임
  • 농업의 자본집약적 전환 | 농업이 풍차(동력 장치)나 수로 시설 등의 투자를 통해 자본집약적으로 변화하면서 작물 구성이 곡물 중심에서 보리·포도 등으로 다변화되었고, 노동력을 뒷받침할 소와 섬유 수요를 충당할 양의 사육도 증가
    -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음주 문화가 확산되었고, 이는 보리와 포도 재배의 증가로 이어짐. 사료용 귀리와 콩, 향신료인 샤프란·리넨과 밧줄의 원료가 되는 섬유 작물 등이 재배되면서 농업 생산물이 다양화됨
  • 신대륙의 변화 | 16~17세기 신대륙(멕시코)에서도 구대륙에서 천연두 등의 유입으로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농업이 자본집약적으로 전환됨¹⁴

유럽 주요 도시의 숙련 노동자 실질임금

'1300년부터 1600년까지 유럽 주요 도시 숙련 노동자의 실질임금 변화'를 도시별 선그래프로 비교한 자료이다.

주: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은을 그램 단위로 측정)을 소비자 물가 추정치로 나눈 값임 자료: Sevket Pamuk(2007)

영국 농촌 지역의 곡물 가치로 환산한 임금

'영국 농촌 지역의 곡물 가치 기준 실질임금을 1200년부터 1800년대까지 시계열로 나타내 흑사병 이후 상승세'를 보여준다.

주1: 곡물(밀, 보리, 귀리) 가치로 환산한 값임 주2: 1860~1869년 실질임금 평균을 100으로 조정 자료: Gregory Clark(2007)

¹² Sanjay Singh et al., 2020, “Longer-Run Economic Consequences of Pandemics”, NBER Working Paper Series, Working Paper 26934

¹³ Remi Jedwab et al., 2020, “The Economic Impact of the Black Death”,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 Policy Working Paper Series, Elliott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¹⁴ Pim de Zwart, 2023, “The long-run evolution of global real wages”, Journal of Economic Surveys, Special Issue Article, 1–28

[ BOX 2: 흑사병 발발 이후 북서부 유럽이 남부·동부 유럽을 앞서간 이유 ]

1400년대 중반 인구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임금이 하락했으나, 영국과 네덜란드 등 북서부 유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폭을 보임. 학계에서는 1450년 이후 유럽 북서부와 그 외 지역 간 임금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이 시기를 역사적 ‘전환기’로 지칭 이러한 북서부 유럽의 약진은

▲축산업의 발달(농업에서 육류·유제품·양모 등의 고부가가치 생산물로 전환) ▲비농업(수공업·서비스업 비중이 40% 상회) 부문 고용 증가 ▲도시 네트워크 발달로 인한 세습형 농노 급감(약 40%에서 10%대로 감소) ▲토지 보유 방식의 전환(농노에게 임대료 지불과 노동 등의 의무 부과 → 토지 임대의 계약화 → 노동 유인 향상) 등에 기인

반면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는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도시 상인·수공업자 조합(길드)의 독점 체제가 한층 강화됨. 이는 신규 동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도시 외곽(농촌)의 제조업 발달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음.

폴란드·헝가리 등 동부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시화 수준이 낮아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대안이 북서부 유럽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음. 이로 인해 영주들은 농민의 농촌 이탈을 비교적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었음


자료: Robert C. Allen(2001), Sevket Pamuk(2007), Mark Baily(2021), KB경영연구소 정리

토지 가치·실물 자본 수익률 하락 | 팬데믹으로 노동력은 희소해진 반면 토지와 공장·기계 등의 실물 자본은 넘쳐나면서,¹⁵ 자본이나 토지 투입을 늘려도 추가 생산량이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토지 가치와 자본 수익률이 하락

  • 영국에서는 흑사병 발생 전후 노동 공급이 약 25~40% 감소하고, 토지 임대료는 8%에서 5% 수준으로 하락¹⁶
  • 역사적으로 팬데믹 이후 실질 중립금리는 수십 년간 하락세를 보임. 대개 팬데믹이 발생하고 약 20년 후에 최저점(팬데믹 충격이 없었을 경우 장기 추세 선보다 약 150bp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40년이 지난 후에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임¹⁷
    - 반면 전쟁은 건물 등 물적 자본을 직접 파괴하여 노동력 대비 물적 자본을 희소하게 만들기 때문에, 팬데믹과 달리 실질 중립금리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
※ 이는 특정 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14세기 이후 사망자 1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주요 팬데믹 19건(단, 코로나19 제외)을 대상으로 도출한 결과임. 역사상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을 표본에서 제외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경향성이 확인됨
※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상승 또는 하락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 가능한 금리 수준을 의미
  • 뉴욕 연방준비제도, 국제결제은행(BIS) 등 주요 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립금리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 이는 과거 팬데믹에 비해 치명률이 낮고, 사망자가 고령층에 집중되어 노동력 손실이 비교적 적었다는 점 등에 기인
    - 이 외에도 의료·국방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의 지출 수요가 비대해지고 있으며, 주요국들이 직면한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 역시 중립금리에 잠재적 상방 압력으로 작용

실질 중립금리에 대한 팬데믹의 영향

'팬데믹과 전쟁이 실질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그래프'로, 팬데믹은 하락, 전쟁은 상승 효과를 나타낸다.

자료: Oscar Jorda et al.(2020)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 : 글로벌 및 미국

'글로벌과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를 장기간 비교한 그래프'로, 최근 중립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주: 글로벌 R* 표본은 미국, 영국 등 18개국의 수치 자료: Marco Del Negro et al.(2026)

¹⁵ Oscar Jorda et al., 2020, “Longer-Run Economic Consequences of Pandemics”, NBER Working Paper Series, Working Paper 26934

¹⁶ Gregory Clark, 2007, “The long march of history: Farm wages, population, and economic growth, England 1209–1869”, Economic History Review 60,1, pp. 97–135

¹⁷ Oscar Jorda et al., Ibid

사회 구조적 변화 | 팬데믹 이후 ▲여성의 고용 기회 증가 ▲공중보건 체계 발달 ▲파급 경로 다양화 등이 나타남

  • 여성의 고용 기회 증가 | 흑사병 발생 이후 나타난 노동력의 희소성은 여성의 고용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가 됨. 다만 당시 유럽 사회에서 이로 인한 여성의 임금 상승이 혼인과 출산이라는 사회 구조적 변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림
    - 변화론 | 영주들이 소·양 목축업을 확대하면서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미혼 여성을 대거 고용. 그 결과 여성의 결혼 연령이 늦춰지거나 미혼 비율이 10~20% 수준까지 상승
    - 반박론 | 여성의 고용 기회 확대가 임금 상승을 거쳐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일례로 고용주 가정에 상주하던 미혼 여성들은 대개 연간 계약 형태로 일했는데, 당시 이들의 연봉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일반 일당제 급여보다 낮았음
  • 공중보건 체계 발달 | 19세기 중반 영국은 도시 상수도 체계를 개선해 근대 공중보건의 기틀을 마련.¹⁸ 1991년 이후 남미 지역에서도 상하수도 및 위생 시설을 정비해 콜레라를 사실상 종식 시킴¹⁹ (안전한 식수 접근성은 85%에서 90%로, 청결한 화장실 접근성은 67%에서 76%로 상승)
    - 현대 역학의 등장 | 1854년 런던 콜레라 창궐 당시, 영국의 의사 존 스노(John Snow)가 감염자 대부분이 브로드 스트리트에 있는 오염된 상수도관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분석해 낸 일은 감염 지도 조사로 이어지며 현대 역학의 기원으로 평가받음
    - 그 밖에도 영국의 공중보건위원장이었던 법률가 에드윈 채드윅(Edwin Chadwick)은 불결한 위생 환경과 오물, 쓰레기가 인간의 평균 수명을 최소 10년 이상 단축시킨다고 경고. 그의 노력은 1875년 ‘공중보건법’ 제정이라는 입법 성과로 결실을 맺음
  • 파급 경로 다양화 | 코로나19는 과거의 팬데믹과 달리 경제·기술·지정학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침. 이는 ▲현대 의학의 발달 ▲사회적 인프라 개선 등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정부의 정책 대응 역량이 진화했기 때문임
    - 경제적 영향 |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보복 소비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가팔라졌으며, 이에 대응한 주요국들의 급격한 통화 긴축은 2010년대 내내 지속되던 저금리 시대를 종결
    - 기술적 영향 | 바이오·로봇·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신산업이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위치했으며, 화상 회의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비대면 기술의 일상적 도입이 가속화
    - 지정학적 영향 |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미-중 경쟁이 주로 국력 격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팬데믹 이후의 정치적 의제는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패권 경쟁으로 확장²⁰

흑사병 발생 이후 영국 여성의 임금 비교

'흑사병 이후 영국 여성의 일용직과 연간 고용직 임금을 시기별로 비교한 그래프'로, 일용직 임금 상승이 두드러진다.

주1: 중세 시대 기준, ‘1펜스= 0.004파운드’에 해당 주2: 연간 고용직 데이터는 연봉을 일봉으로 환산한 값임 자료: Mark Baily(2021), KB경영연구소 정리

1854년 런던의 콜레라 환자 지도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 사망자 분포와 상수도관 위치를 표시한 지도로, 브로드 스트리트 오염 상수도관 주변에 환자가 집중'되어 있다.

주: 빨간색 원은 오염된 상수도이며, 노란색 원은 사망자 밀집 지역임 자료: Mark Monmonier(1996), KB경영연구소 정리

¹⁸ 임경순, 2020, “감염병과 과학기술 문명”, 포항공과대학교 융합문명연구원, 《문명과 경계》, 제3호

¹⁹ Jacqueline Deen, 2020, “Epidemiology of cholera”, Vaccine, 38, A31-A40

²⁰ 김상배, 2020, “코로나19와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 팬데믹의 창발과 세계정치의 변환”, 《한국정치학회보 2020 가을》, 54집 4호

※ 본 보고서는 연구자의 개인 의견으로 KB경영연구소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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