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란? 빚 탕감 정책 대상, 조건, 신청 방법 총정리

정부가 오랫동안 빚을 갚지 못한 일부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추진해요. 이른바 ‘한국형 배드뱅크’인데요. 배드뱅크의 개념, 빚 탕감 정책의 대상과 조건, 시행 일정을 알아볼게요.

배드뱅크(Bad Bank)란 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떠안아 정리하는 법인이나 기구로, 부실채권전담은행이라고도 불러요. 말 그대로 ‘나쁜(Bad) 자산’을 떼어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 목적인데요. 배드뱅크가 부실채권을 회수하고 소각하면 기존 금융기관은 손실 위험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금융 중개 기능에 집중할 수 있어요.

배드뱅크는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후 스웨덴,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금융위기 극복 수단으로 활용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를 통해 대형 은행의 부실자산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었죠. 아일랜드 또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버블 붕괴가 발생하자, 2009년 12월 배드뱅크 ‘NAMA’를 설립해 부실 자산을 정리했어요.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립하거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회복기금을 마련하는 등 금융시스템의 연쇄 붕괴를 막고,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활용했어요.

배드뱅크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였어요. 이 대통령은 장기 소액 연체채권을 소각하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채무자 중심의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기존의 배드뱅크가 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한국형 배드뱅크는 제도 설계 단계부터 채무자 개인회생을 전제로 삼고 있어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른바 한국형 배드뱅크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무를 조정하거나 탕감해주는 게 핵심이에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조정하고, 정부와 금융권이 재원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인데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도 탕감받을 수 있어요.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는 장기 연체자는 채무를 최대 100% 소각해 주고, 일부 상환능력이 인정되면 원금의 80% 이하를 감면한 후 나머지를 최대 10년간 나눠 갚도록 하죠.

소득이 중위소득 60% 이하이고, 회생·파산 절차에서 인정되는 면제 재산 외에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 해당 빚이 100% 탕감돼요. 또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이나 새출발기금 등 기존의 채무조정과 달리, 채무자가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지원받을 수 있어요.

정부는 담보가 없는 개인 부실채권을 액면가의 5% 수준으로 사들여 소각할 계획인데요. 채권 매입에 들어갈 재원은 약 8,000억원에 달해요. 절반인 4,000억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의 출연으로 조달할 예정이에요. 과거 시행한 신용회복기금은 캠코에 남아있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과 휴면예금 등을 활용해 은행 출연 없이 운영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남아 있는 기금이 거의 없어 금융기관 출연이 불가피한 상황이에요.

정부는 8월 내로 장기 연체 채무 조정을 위한 기구를 설립하고, 이르면 10월부터 본격적인 부실채권 매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어요.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실무 중심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마쳤다고 설명했는데요. 정부가 추산하는 부실채권은 약 16조 4,000억원 규모로, 약 113만 4,000명이 이번 채무조정의 대상자가 될 예정이에요.

금융당국은 장기 연체자 구제가 소비 위축과 노동시장 이탈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미 금융시장에서 배제된 장기 연체자에게 채무 조정 기회를 제공하면 노동시장 재진입, 소비 확대, 세금 납부 등으로 실질적인 경제 회복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에요.

특히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일정 수준의 부채 구조조정이 고용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채무 조정을 통해 장기 연체자들의 제도권 경제 복귀를 돕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다”라며 “특히 장기 연체자들은 불법 사금융에도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분들로,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