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권, OTT 플랫폼이 탐내는 이유는?

스포츠로 읽는 경제
시리즈 총 3화
2024.07.31

읽는시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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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우영✍🏻

대한민국 스포츠 아나운서로, 2014년부터 SBS sports 소속 캐스터로 활동중이다. 주간야구, 베이스볼 S 등의 야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으며, 저서로는 《괴짜 야구 경제학 역자》,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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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이 OTT 서비스인 TVING(이하 티빙)으로 넘어가면서,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동안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만 프로야구 중계를 담당했는데, 자본력이 풍부한 OTT 서비스가 스포츠 중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죠. 이제 프로야구 팬들은 TV 앞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티빙이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한 일은 단순한 중계 플랫폼 변경 그 이상의 의미예요. 그동안 프로야구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포털 사이트였어요. 하나의 포털 사이트에서 여러 경기를 동시에 시청할 수 있었고, 2008년 Xports의 참여 이후 모든 경기가 중계되었거든요. SPOTV가 중계권을 이어받은 후에도 유지되었죠. 이제는 티빙이 그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티빙이 이어받은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과연 스포츠 중계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뉴미디어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 인터넷, SNS, 앱, OTT 등이 포함된다.

 

프로야구

TV로 볼까? 티빙에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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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 국내에서는 TV를 제외하고 오직 티빙 앱에서만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어요. 프로야구를 보는 2가지 방법 중 먼저 TV 중계권을 살펴볼게요.

 

KBO를 포함한 국내 프로 스포츠 기구들은 지상파, 케이블, IPTV 중계권을 묶어 ‘TV 중계권’이라고 부르는데요. 2024 시즌을 앞두고 KBO는 3년간의 TV 중계권을 1,620억원에 재계약했어요. 지상파, 케이블, IPTV 방송사가 TV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540억원을 쓴 셈이죠. 1년에 450억원을 부담하는 티빙보다 많은 금액이지만, 지상파 3사와 케이블 4사의 금액을 합친 것이라 비교적 부담이 적어 보여요.

티빙은 그 외 국내 미디어 중계를 담당합니다.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의 중계 방송을 그대로 틀었다면, 티빙은 1주일에 경기 하나를 선정해 직접 중계한다는 거예요. 티빙의 제작 중계 방송 ‘슈퍼매치’는 자체 중계진이 방송을 진행하는데요. 미국 애플TV+ MLB 중계방송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여요.

TV 중계권 뉴미디어 중계권
지상파 3사 채널
(KBS, MBC, SBS)
포털사이트(네이버)
& 통신사(SKT, LG U+)
5개 스포츠 채널
(KBS SPORTS, MBC, SPORTS PLUS, SBS SPORTS, SPOTV, SPOTV2)
아프리카TV 및 OTT
(쿠팡플레이, 넷플릭스, 티빙 등)

스포츠 중계권 전쟁

티빙 vs 쿠팡플레이

티빙 외에도 스포츠 중계권을 두고 경쟁하는 또 다른 플랫폼이 있어요. 바로 쿠팡플레이입니다.

 

쿠팡플레이가 중계권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축구에 관심있는 젊은 세대(2030)입니다. 여기서 쿠팡플레이의 타깃이 쿠팡의 주요 사용자층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2030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적극 유치해서 쇼핑과 문화생활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쿠팡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예상해볼 수 있어요. 마치 해외의 ‘아마존’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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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을 모으기 위한 쿠팡플레이의 노력

  • 티빙에 ‘슈퍼매치’가 있다면, 쿠팡플레이에는 ‘쿠플픽’이 있어요. 쿠플픽은 쿠팡플레이의 자체 중계 방송으로 매주 한 경기씩 방송 중이에요.
  • 쿠팡플레이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해외 축구팀의 방한 친선경기를 중계했어요. 당시 K리그 팬들은 중계 방송에 목말라 있었는데, 쿠팡플레이가 K리그 중계권을 구매하며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켰어요.
  • 쿠팡플레이는 F1, NFL 중계권 구매뿐 아니라, 유럽 축구 프랑스 리그1,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중계권도 확보해 마니아층을 사로잡았어요.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기존 스포츠 중계와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특히 티빙의 ‘슈퍼매치’는 경기 전 그라운드 프리뷰와 경기 후 '퇴근길 인터뷰'로 시청자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하려고 해요. 중계 방송 중 실시간 댓글로 시청자와 계속 소통하기도 하죠. 이러한 시도는 뉴미디어의 특징을 잘 살린 노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티빙의 ‘슈퍼매치’와 쿠팡플레이의 ‘쿠플픽’ 모두 자체 제작 비율은 적은 편이에요. 자체 제작 비중을 늘릴 수 없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좁기 때문이라고 추측돼요. 규모 경제를 실현하기에 국내 시장은 아직 작고, 중계권을 구매하는 데 이미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서 자체 제작비까지 부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따라서 극적인 변화 없이는 국내 중계 방송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이제는 스포츠 중계방송도 ‘숏폼’으로 즐긴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경기를 중계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오랜 기간 큰 경기를 도맡아 중계했던 한 캐스터가 남긴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캐스터의 중계가 TV에서만 재방송되고, 인터넷을 포함한 뉴미디어에서는 다른 캐스터의 목소리가 가공되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대가 변해도 중계 방송의 기본 형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2차 가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시청자 누구나 2차 가공자가 되어 1차 중계를 ‘쇼츠화’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짤’이나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어떻게 자신만의 중계를 담아내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중계에서 많은 '쇼츠'를 남기고 있는 SPOTV의 김민수 캐스터가 자신만의 중계를 담아내는 좋은 예시입니다. 김민수 캐스터는 인터넷 밈을 중계 멘트에 담아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김민수 캐스터는 중계 방송의 쇼츠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쇼츠란 야구팬으로서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한 순간,
혹은 단 한 순간으로
영원한 야구 팬이 되는 길로 들어서게 하는 매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를 즐기는 가장 새로운 방법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OTT, 스포츠 중계권에 뛰어드는 이유

OTT 서비스가 대형 스포츠 중계권에 뛰어드는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중계권 가격은 매년 치솟고 있지만, 기존 방송사들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에요. 결국 대규모 자본을 가진 미디어 회사만이 높은 금액을 감당할 수 있고, 그 역할을 OTT가 맡고 있어요.

미래의 스포츠 중계

OTT의 도전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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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확보에 뛰어드는 것은 국내외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대형 스포츠 이벤트뿐 아니라 국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일반적인 콘텐츠에도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 예로 ‘파리 올림픽 2024’의 뉴미디어 파트너가 누가 될지 미디어 업계에서 큰 관심을 가졌어요. 

그동안 스포츠는 TV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즐길거리였어요. 하지만 더 이상 '공짜'로만 즐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요. 나날이 치솟는 중계권료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포털 사이트로 중계 방송을 보던 시대에, 뉴미디어 중계 방송은 그저 경기를 보는 방법 중 하나였죠. 하지만 OTT와 SNS, 플랫폼의 시대가 열리면서 뉴미디어가 직접 중계 방송을 제작하고, 시청자도 콘텐츠 유통에 적극 관여하게 됐어요. 

남은 숙제는 방송사, OTT 모두가 뚜렷한 수익원을 만드는 거예요.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방송사와 OTT 모두 동일한 광고 시장의 파이를 나눠야 한다는 게 현실이거든요.

 

따라서 한국은 시장 확장이 우선 과제로 남아있어요. 쿠팡플레이가 쿠팡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방송사나 OTT는 시장 확대 없이 뚜렷하게 내놓을 해답이 없는 상태거든요.

 

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일한 해답은 유료화예요.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을 때 시청자의 불만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유료화와 이것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스포츠 미디어 업계 전체를 아울러 중요한 변화를 이끌 거예요. 

이 콘텐츠는 2024년 7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직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로 경제와 투자 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 및 배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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