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움으로 돈 버는 사회

시간은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골라 쓰는 것 3화
26.08.31.
읽는시간 0

작게

보통

크게

0

◼ 단순하고 반복적인 소비 영역에서는 과정의 즐거움보다 결과를 얻는 속도와 편의성을 중시

○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 결과⁵, 주 1회 이상 간편식(38%), 음식 배달(34%), 외식(29%)을 이용한다는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 식사 준비에 드는 수고를 줄이려는 경향이 일상적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줌

○ 음식 배달, 장보기, 간편식, 구독 서비스의 핵심 가치는 소비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이동, 탐색, 조리, 정리의 반복 노동을 대신하는 데 있음

  • 소비자는 제품 그 자체뿐 아니라 ‘내가 직접 행동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효용을 구매. 이를 통해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동선 제거, 일정 조정 부담 감소, 반복 작업에 따른 정신적 피로 해소 효과까지 얻음

○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시간 압박 완화와 개인의 웰빙과 직접적 연결됨

  • 하버드경영대학원 애슐리 윌런스(Ashley Whillans) 교수 연구팀이 미국·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 등 전 세계 6,271명을 조사한 연구⁶에 따르면, 시간 절약 서비스에 비용을 지출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임
  • 현장 실험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물질적 소유보다 시간 절약 구매에 사용한 근로자의 행복감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남

식료품 즉시 배송 서비스 B마트

'배달의민족 앱에서 신선 닭과 돼지고기·소고기 등의 식료품을 즉시 배송하는 화면'이다.

자료: 배달의민족 앱 캡처

글로벌 소비자의 간편식·배달·외식 이용 빈도

'글로벌 소비자의 간편식·배달·외식 이용 빈도를 주간 및 월간 기준으로 비교한 표'다.

자료: PwC

⁵ PwC, 2025.6.10, “Voice of the Consumer 2025”

⁶ Ashley Whillans et al., 2017.7.24, “Buying time promotes happiness”

◼ 소비자는 시간 부족 때문이 아니라 원치 않은 대상에 쓰이는 것에서 비롯된 번거로움을 외주화

○ 활동의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

  •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필수 활동에 11시간 32분, 여가 활동에 5시간 8분을 사용
  • 주관적 평가에서 일·출퇴근과 함께 청소·식사 준비 등을 가장 부정적 기분을 유발하는 행동으로, 식사·대면 교제·걷기·산책 등을 가장 긍정적 기분을 유발하는 활동으로 꼽음
  • 이는 활동의 성격에 따라 시간의 체감 가치가 다르며, 부정적 기분을 유발하는 반복 작업이 우선적인 외주화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

10세 이상 한국인의 생활 시간 사용 유형

'10세 이상 한국인의 필수·의무·여가시간을 시계 형태로 구분해 시간 사용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 생성형 AI 등장 이후 외주화는 반복적인 물리적 행동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 이전 단계의 인지적 마찰을 줄이는 영역으로 확장

  • 배송·이동·조리·청소 등 편의 서비스 중심에서 탐색·요약·비교·추천 등 정신적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로 확대
    - 구매를 위해 소비자가 직접 처리해야 했던 정보 수집과 비교 작업의 부담이 줄어듦
    - 아마존은 자사 AI 어시스턴트 ‘루퍼스(Rufus)’를 사용하는 고객의 쇼핑 전환율이 미사용 고객 대비 60% 이상 높다고 밝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생성형 AI 지속 이용자(7.7%)와 신규 이용자(16.8%)가 늘고 있으나, 여전히 잠재적 이용자가 72.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됨

[분초 사회의 도래와 결정 피로]

‘분초 사회’란 시간이 돈만큼 희소한 자원으로 부상함에 따라, 소비자가 시간을 극도로 세분화하여 사용하며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함. 소비자는 단순히 물리적 행동을 빠르게 수행하는 것을 넘어, 쇼핑이나 정보 탐색 과정에서 실패 위험을 줄이고 최단 시간에 최고의 만족을 얻고자 함.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 기제의 바탕에는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가 제시한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 자리 잡고 있음.

과거 이커머스의 발전은 소비자에게 무한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으나, 선택지의 폭발적 증가로 오히려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대한 불안감(FOMO)과 비교 스트레스를 유발. 복잡한 가격 비교, 수많은 후기 검토, 옵션 선택 과정은 뇌의 인지적 과부하를 유발하여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초래. 올리브영과 같은 큐레이션 플랫폼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이유도 무수히 쏟아지는 화장품 품목 속에서 검증된 큐레이션과 제한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결정 피로를 극적으로 줄여주었기 때문

소비자가 장보기 구독, 배달, AI 요약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본질적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버는 것 이상으로 ‘의사결정에 드는 인지적 에너지 소모’를 막는 데 있음. 인지적 마찰을 줄여 확보한 에너지는 오프라인 오픈런이나 팬덤 활동 등 자신이 진정으로 몰입하고자 하는 고관여 경험 영역에 투입(배리 슈워츠, 2006)

'올리브영 매장의 외관과 입구에 설치된 올리브영 브랜드 간판 및 상품 진열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자료: 올리브영

○ 번거로움의 외주화는 기존의 물리적 노동 대행(1단계)를 넘어 생성형 AI를 통한 정보 요약·비교(2단계)로 진화했으며, 향후 AI가 스스로 판단·구매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 중심의 ‘제로클릭 커머스’(3단계)로 고도화될 전망

  • 제로클릭 커머스는 소비자가 브랜드 웹사이트나 쇼핑몰을 직접 방문해 클릭할 필요 없이, AI 어시스턴트가 소비자의 맥락과 패턴을 파악해 발견부터 비교, 구매, 결제까지 알아서 처리하는 커머스 생태계를 의미
    - 오픈AI의 ‘오퍼레이터(Operator)’나 아마존의 ‘루퍼스’ 같은 AI 에이전트들이 소비자의 과거 구매 이력, 취향, 예산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웹을 자율적으로 탐색해 최적의 거래를 성사시킴
    -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에 따르면, 이러한 에이전틱 커머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 3조~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 글로벌 컨설팅회사 커니(Kearney)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범주를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의 관여도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 관여도에 따른 에이전틱 커머스 분류

'제품 가치와 소비자 관여도에 따라 알고리즘 상품화부터 인간 주도까지 커머스 유형과 대응 전략을 정리한 표'다.

자료: 커니(Kearney)

○ 그러나 아직까지 소비자는 AI에 정보 처리와 비교 작업의 위임에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지만, 최종 통제권까지 넘기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임

  • AI를 활용해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면서도 최종 구매는 자신이 직접 수행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AI 역할은 완전한 구매 대행보다 검색·비교·요약 등 선택의 수고를 줄여주는 ‘의사결정 지원’에 가까움
    - 맥킨지의 2026년 유럽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AI 쇼핑 도구 이용자의 63%가 브랜드·모델·가격·리뷰 비교에, 55%는 제품·카테고리 학습에, 46%는 신제품 탐색·영감 획득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남
    - AI 쇼핑 도구 이용자의 56%는 AI가 선택지를 추천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선호했으며, 47%는 AI가 반복 구매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데는 불편함을 표출

유럽 소비자의 AI 쇼핑 도구 활용 현황

'유럽 소비자의 AI 쇼핑 도구 활용 현황을 상품 비교·탐색·추천 등의 항목별 비율로 나타낸 막대그래프'다.

자료: 맥킨지앤드컴퍼니

AI 잠재적 이용자 집단의 인지도 변화

'2024년과 2025년 AI 잠재적 이용자 집단의 인지도 변화를 단계별 비율로 비교한 가로 막대그래프'다.

주: n=5,830 / 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본 보고서는 연구자의 개인 의견으로 KB경영연구소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